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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틀 트럼프' 밴스 키운 건 외할머니와 해병대였다스크랩된 좋은글들 2024. 7. 17. 04:10
부통령 후보 지명된 J. D. 밴스는 누구? 오하이오주 '흙수저' 출신으로 자수성가
회고록 '힐빌리의 노래'로 전국구 명성 反트럼프 인사서 변신유세 현장에서 총격을 당했던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15일 위스콘신주(州) 밀워키에서 열린 공화당 전당대회에 등장해 건재함을 과시했다. 사건 이틀 만인 이날 트럼프는 총에 맞은 오른 귀에 큰 사각 붕대를 붙이고 전당대회장에 들어와 지지자들의 환호를 받았다. 총격 후 무사함을 알리며 유명해진 ‘주먹 자세’와 함께 “싸우자(Fight)!”란 구호도 외쳤다. 공화당은 트럼프를 오는 11월 열릴 대선 후보로 이날 공식 지명했다.
트럼프의 재등장 장면과 함께 이날 가장 큰 관심을 끈 사안은 대선 러닝메이트가 될 부통령 후보의 지명이었다. 경쟁자가 많고 예측이 쉽지 않았던 러닝메이트에 트럼프는 오하이오주 초선 상원의원인 마흔 살의 J. D. 밴스(Vance)를 지명했다. 미 언론은 경쟁자인 민주당의 카멀라 해리스보다 스무 살 어린 젊은 나이보다는 ‘아메리칸 드림’의 공식 같은 그의 인생사(史)에 더 주목하고 있다.
밴스는 미국의 대표적인 러스트벨트(제조업 쇠퇴 지역)로 꼽히는 오하이오에서 1984년 태어났다. 전체 이름이 ‘제임스 데이비드 밴스’이지만 이름 앞글자를 딴 제이디(J. D.)라는 애칭을 주로 쓴다. 전형적인 ‘흙수저’ 출신으로 불우한 가정환경을 극복하고 자수성가했다. 자신이 겪은 빈곤과 러스트벨트의 무너지는 가족 이야기를 담은 회고록 ‘힐빌리의 노래(Hillbilly Elegy)’는 2016년 베스트셀러가 됐고 동명의 영화로도 만들어졌다.
파탄 난 가정에서 미 부통령 후보에 오르기까지, 밴스의 삶은 반전에서 반전으로 이어졌다. 그가 태어난 오하이오 미들타운은 애팔래치아산맥의 외딴곳에 사는 백인 노동자 계층을 낮춰 부르는, 이른바 ‘힐빌리’들이 모여 사는 동네다. 가정 폭력을 일삼던 부친과 마약 중독자인 모친은 어린 시절 이혼했다. 빈곤 속에 외할아버지·외할머니의 손에 자랐으면서도 자신의 힘으로 대학을 나와 변호사가 된 후 2년 전 상원의원에 당선된 밴스를 부통령 후보에 지명함으로써 트럼프가 매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의 서사를 이어갈 후계 구도를 완성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트럼프가 이번 대선에서 승리할 경우 밴스는 첫 M세대(밀레니얼 세대·미국 기준 1980~1990년대 중반생)이자 역대 셋째로 젊은 부통령이 된다. 뉴욕타임스(NYT)는 “밴스의 부통령 지명은 ‘트럼프의 공화당’이 미치 매코넬(상원 공화당 원내대표) 등으로 정의되는 ‘옛 공화당’으로부터 분리됨을 뜻한다”며 “지난 몇 달간 트럼프주의를 적나라하게 지원해온 밴스는 트럼프가 절실히 찾던 MAGA의 후계자 자격을 획득했다”고 평가했다.
힐빌리로 주저앉을 뻔한 밴스의 구원자는 그가 마모(Mamaw·할머니의 애칭)라고 부르며 따른 할머니였다. 그의 책에 따르면 입이 걸었던 할머니는 “자기가 운이 없다고 툴툴대는 망할 머저리들처럼 되지 마라. 너는 원하는 그 무엇이라도 될 수 있어”라고 말해줬다고 한다. 그는 책에 이렇게도 썼다. “마모와 파포(Papaw·할아버지의 애칭)는 성실함이 가장 중요하다고 믿었다. 그들은 인생은 고통이고 당신들을 포함한 일부 사람들은 운이 없다고도 여겼지만 그 사실이 실패에 대한 변명은 될 수 없다고 여겼다.” 밴스는 “내가 대마초를 피우며 자기 비관만 했다면 엄마처럼 됐을 것”이라고도 했다. 할아버지·할머니는 각각 1997년 2005년 세상을 떴다.
밴스는 고등학교 졸업 후 학비 마련을 위해 해병대에 자원 입대해 5년을 복무했다. 이라크전에도 참전했다. “엄격하고 꾸준한 훈련을 거치며 노력과 규율의 중요성, 그리고 자산을 잘 관리하는 법을 배웠다”고 한다. 이후 오하이오주립대에 입학해 정치학·철학을 전공했고, 2013년 최고 명문인 예일대 법학대학원을 졸업했다. 인도계인 법학대학원 동기 우샤 칠루쿠리 밴스와 결혼해 세 자녀를 두고 있다. 책 ‘타이거 마더’로 유명한 에이미 추아 예일대 법학대학원 교수가 그의 성장사를 듣고 회고록 집필을 권했다고 한다. 좋은 성적과 가난한 가정 환경으로 예일대에서 전액 장학금을 받기도 했는데 이에 대해 그는 “찢어지게 가난한 살림 덕을 본 것은 그때가 처음이었다”고 썼다.
변호사로 일하던 밴스는 2015년 첨단 기업과 전 세계 자금이 모여 있는 실리콘밸리의 중심 샌프란시스코로 갔다. 디지털 결제 회사 페이팔 창업자 중 한 명인 피터 틸의 회사 ‘미스릴 캐피털’에 합류하며 벤처 투자자로 변신했다. 보수 진영 ‘큰손’이었던 틸과 맺은 인연은 밴스의 정치 여정에 큰 도움이 됐다. 정치에 뛰어들어 2022년 상원의원에 당선되기까지 실리콘밸리의 지인(知人)들이 큰 도움을 주었다고 한다. 트럼프가 최근 실리콘밸리로 외연을 확장하고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등 다수의 테크계 인사에게 정치 후원금을 받게 된 데도 밴스가 중요한 역할을 했다. 머스크는 트럼프 선거 운동에 유례없는 거액인 ‘매달 4500만달러(약 623억원)’를 기부키로 했다고 15일 전해졌다.
밴스의 정치 노선 또한 한 차례 반전을 겪었다. 그는 2016년 대선 당시 트럼프의 이민·사회 정책을 강하게 비판한 반(反)트럼프 인사였다. 트럼프를 ‘문화적 헤로인’으로 표현하며 “미국의 히틀러”라고까지 욕했다. 하지만 2020년 대선을 앞두고는 “(내가 경험한) 러스트벨트에 사는 미국인의 좌절감을 인식하는 몇 안 되는 정치인”이라며 지지를 표했다. 저소득·저학력 백인이 겪는 빈곤과 상실감에 대한 밴스의 고민이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자는 트럼프의 주장에 공명(共鳴)했기 때문이었다.
밴스는 높은 무역 장벽, 추가 관세, 달러 가치의 인위적 하향까지 동원해서라도 미국의 제조업을 부활시키고 러스트벨트 노동자들에게 힘을 실어줘야 한다는 신념을 밝혀 왔다. 트럼프는 15일 부통령 지명 소식을 알리며 “밴스가 펜실베이니아·미시간·위스콘신 등의 노동자와 농민에게 집중할 것”이라고 했다. 캘리포니아의 잘나가는 검사 출신인 민주당 해리스 부통령과 비교하면, 밴스의 ‘힐빌리 이력’은 이번 대선 결과를 결정할 경합주가 많은 러스트벨트에서 훨씬 경쟁력이 세다.
이런 가운데 빅테크 업체들은 밴스의 지명이 바이든 정부의 ‘빅테크 때리기’ 기조가 트럼프 2기에서도 이어질 수 있다는 신호로 받아들이고 있다. 밴스는 마이크로소프트(MS)·아마존·메타 등을 상대로 잇따라 소송을 제기하며 ‘빅테크 저승사자’라 불린 리나 칸 연방거래위원장을 여러 차례 공개적으로 두둔했다. “기업의 지배력 집중에 대한 칸의 우려는 정당하다. 일을 제대로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또 지난 2월엔 X(옛 트위터)에 “우리 사회는 진보 일색인 진보 테크 기업이 독점하고 있다”면서 ‘구글 해체’를 주장했다.
☞힐빌리
힐빌리(hillbilly)는 ‘산골 촌뜨기 백인’이란 어감의 멸칭이다. 어원은 명확하지 않지만, 언덕(hill)과 친구·동반자라는 의미로도 쓰이는 흔한 미국 이름 빌리(Billy)의 합성어라는 설이 있다. 원래는 미 동부 애팔래치아산맥 인근에 모여 살던 아일랜드 출신 저소득 육체노동자를 주로 일컬었다. 지금은 가난한 시골에 사는 저학력 백인 육체노동자를 뜻하는 대명사처럼 쓰인다. 비슷한 멸칭으론 땡볕에서 일하느라 목 뒤쪽이 붉게 탔다는 뜻의 말인 레드넥(redneck)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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