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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들리지 않는 '나사못들'이 필요한 때스크랩된 좋은글들 2024. 12. 18. 08:31
온통 계엄 수사와 탄핵에만 관심 누군가는 마약·간첩 수사도 하고 李 대표 재판도 기한 내에 끝내야 그런 '나사못' 역할이 지금 중요
김웅 전 국회의원이 검사 시절에 쓴 책 ‘검사내전’에 나오는 대목이다. 일부 검사의 추문으로 검찰 전체가 욕먹게 되자 김웅은 후배들의 존경을 받는 선배 검사를 찾아가 분통을 터트렸다고 한다. 이른바 ‘귀족 검사’들과는 거리가 먼 형사부 검사였다. 맞장구쳐 줄 거라고 기대했는데 선배의 반응은 예상과 달랐다. “나는 대한민국이라는 거대한 여객선의 작은 나사못이고, 그 임무는 배가 어디로 가는지 걱정하기보다 자신이 맡은 철판을 꼭 물고 있는 것이고, 그게 대한민국이 내게 요구하는 것”이라고 했다는 것이다. “벤츠를 벤츠답게 해주는 것은 수천 개의 보이지 않는 나사못들”이란 말도 했다고 한다. 그때 김웅은 “잘나간다는 수많은 선배들에게선 한 번도 느끼지 못한 ‘존경’이란 감정을 느꼈다”고 했다.
이 얘기를 떠올린 건 지금 검찰과 경찰, 법원 등에도 그런 ‘나사못’들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윤석열 대통령의 계엄 사태 이후 수사기관들이 벌이는 행태는 가관이다. 검찰과 경찰, 공수처까지 뛰어들어 무슨 전리품 경쟁하듯 수사하고 있다. 출국 금지, 압수 수색 영장, 심지어 구속 영장까지 중복 청구하더니 윤 대통령에게 ‘중복 소환 통보’까지 했다. 오로지 관심은 윤 대통령을 먼저 조사해 조직 존재감을 키우겠다는 데만 쏠려 있다. 하지만 그것만 중요한가. 누군가는 강도·사기범, 그리고 일상으로 파고든 마약 사범도 잡아야 한다. 어쩌면 국민을 위해선 그게 더 중요한 일이다. 그런데 다 뒷전으로 밀리는 분위기다. 나사못 같은 경찰관, 검사들이라도 그 일을 해야 한다.
간첩 수사는 어떤가. 국정원이 2년 전 민노총·창원·제주 간첩단 등 세 간첩단 사건을 수사하면서 북한과 연계된 혐의자 100여 명을 포착하고도 수사를 진행하지 못했다. 문재인 정부 때 국정원 대공 수사권을 경찰로 넘기도록 만든 국정원법이 올해부터 시행되면서 증거가 명백한 피의자만 기소하고 내사 단계인 100여 명은 수사하지 못한 것이다. 지금 이들에 대한 수사는 사실상 붕 떠 있다. 이 수사도 보이지 않는 나사못들이 해야 한다.
판사들도 분위기에 휩쓸리지 말고 맡은 재판을 또박또박 해야 한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 재판도 늦춰선 안 된다. 이 대표는 선거법 위반과 위증 교사 사건 1심에서 각각 징역형과 무죄를 선고받았다. 징역형이 확정되면 이 대표는 다음 대선에 나오지 못한다. 그래서 이 대표는 자신의 확정 판결이 나오기 전에 윤 대통령을 하루라도 빨리 탄핵해 조기 대선을 하려 하고 있다. 2심 재판부가 발송한 소송 기록 접수 통지서도 받지 않는 등 자기 재판은 지연하면서 헌법재판소를 향해선 “윤 대통령 파면 절차를 신속히 진행하라”고 압박하는 것도 그 때문이다.
만약 조기 대선이 이뤄지면 이 대표와 지지자들의 거센 압박은 법원으로 향할 것이다. 여기에 판사들이 흔들려선 안 된다. 선거법 재판은 2·3심을 각각 3개월 내에 끝내도록 법에 규정돼 있다. 그 기한을 반드시 지켜야 한다. 2010년 한명숙 전 총리 뇌물 사건 1심 재판은 공판준비기일 빼고 본격 재판 한 달 만에 끝났다. 이 대표 사건 재판도 그렇게 못 할 이유가 없다. 대통령 탄핵 심판도 중요하지만 여러 건의 범죄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이 대표에게 대통령 자격이 있는지 대선 전에 가리는 것도 그에 못지않게 중요하다. 나사못 같은 판사들이 그 역할을 해줘야 한다.
어느 지자체장이 계엄 사태로 혼란스러운 와중에 이런 말을 했다. “모든 공직자는 국민을 위해 ‘있어야 할 곳’에서 ‘해야 할 일’을 할 때 존재의 의미가 있다.” 공직자들이 되새겨야 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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