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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는 대선에서 이기고 싶을 민주당에게
    스크랩된 좋은글들 2024. 12. 18. 08:23

    지금부터 '국정 책임' 실천해보라  우선 한덕수 대행 양곡법 거부권  모른 척하고 눈감아주라  먹지 않을 쌀, 왜 1조 낭비하나?  줄줄이 탄핵도 중도층은 '글쎄'  반도체·AI에 나라 명운 달렸는데  하루빨리 특별법 통과시키길.  '실용주의 먹사니즘' 미리 보여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뉴스1
     

    탄핵은 정부 고위직의 위법 행위에 대한 재판과는 별개로 “더 이상 중책을 맡겨 놓을 수가 없다”는 결정을 먼저 한다는 의미가 있다. 대통령은 계엄 시도 이유로 민주당의 끊임없는 입법권 오남용과 이로 인한 국정 마비 상황을 열거했는데 이런 소상한 설명을 오래전부터 되풀이함으로써 여론의 지지를 받는 방법으로 대처했어야 한다. 서투르기 짝이 없었던 계엄 실행 과정, 계엄 관련 문서와 발언에서 보여준 시대착오적 인식과 정제되지 않은 용어들은 국군통수권을 포함하는 중차대한 권한을 계속 맡겨 놓아도 될지 걱정스럽게 만들었다.

     

    어쨌든 조기 대선을 이끌어낸 민주당은 이제 중도층에서 0.7% 이상의 지지를 더 얻어낼 방법을 고민하고 있을 것이다. 간단하다. 국정을 책임지게 되면 할 일들을 지금부터 실천에 옮기면 된다. 오랜 세월 국정을 운영해 온 경험이 있는 ‘늘공’들의 조언을 귀담아듣고 웬만하면 그에 따르는 것이 좋은 방법이다. (공무원은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는다!)

     

    참을성 없는 대통령의 자폭을 이끌어내는 데 유용했던 수법들이라도 이제는 신중해야 한다. 방통위원장, 검사, 심지어는 감사원장과 서울지검장까지 줄줄이 탄핵한 것에 대해 중도층 국민들은 별로 공감하지 않는 것 같다. 정부가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을 수 없는 법안을 되풀이해서 의결하는 것도 그만하면 좋겠다. 이번에도 양곡관리법 개정안을 또 통과시켜서 대통령 권한대행이 거부권 행사를 고민하게 만들었는데 거부권 행사를 모른 척하고 눈감아주면 좋겠다. 국민이 먹지 않는 쌀의 과잉생산을 부추기는 데에 1년에 1조원 안팎의 혈세를 낭비하는 것은 책임 있는 집권 여당이라면 해서는 안 될 일이다. 그 돈으로 할 수 있는 다른 일들을 생각해 보라.

     

    순삭감으로 끝난 내년 예산 중에는 하루빨리 추경을 해서 바로잡아야 할 것이 많다. 검찰·경찰·대통령실·감사원의 특활비·특경비는 전액 삭감하고 국회 것은 195억원 전액을 그대로 두었다. 집권하면 그때 가서 추경을 하겠다는 자세는 좀 유치해 보인다. 연초에 바로 회복시켜 주기 바란다. 몇 개월이라도 외교 활동과 마약, 딥페이크, 대간첩 수사에 차질을 빚게 되면 집권 후 큰 짐이 될 것이다.

     

    차세대 원전 개발 사업비를 거의 다 깎고 동해 심해가스전 개발 사업에 대한 출자를 전액 삭감한 것은 지난 정부에서 실패한 탈원전의 망령을 보는 것 같다. 전기 먹는 두 하마라는 반도체와 AI에 나라 경제의 명운이 달려 있다. 반도체·전력망 특별법과 AI 기본법을 하루라도 빨리 통과시켜야 한다. 가격 경쟁력이 없는 태양광·풍력 등 대체에너지로의 전환을 너무 서두르면서, 발전 원가가 오른 만큼 전기 요금을 올려 주지 못해서 누적된 한전 적자는 다음 정부까지 짐이 될 것이다. 우리가 에너지, 특히 전력 확보를 위해서는 찬밥, 더운밥 가릴 처지가 아니라는 것쯤은 알고 있다는 걸 국민에게 보여주는 게 좋지 않을까?

     

    예산 심의·통과에서 미증유의 몽니를 부린 이유가 민주당이 요구하는 항목을 반영해 주지 않았기 때문이라는데 그 내역을 보면 지난 정부에서 실패한 소득 주도 성장의 그림자가 어른거린다. 지역 화폐와 전 국민 민생회복지원금, ‘고교 무상교육을 위한 국고 지원 계속’ 등은 서민 대중의 구매력을 늘려 주면 내수가 살아나고, 그러면 기업 투자와 일자리가 늘어나고, 다시 내수가 더 늘어나는 선순환이 시작된다는 논리 위에 서 있는데, 내수 진작 효과 자체가 미미해서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는 것은 이미 지난 정부에서 증명되었다. 투자와 일자리가 최종 목표라면 이런 돈이 바로 생산적 투자에 쓰이게 해서 국민이 경제 활성화 효과를 더 빨리 체감하게 만드는 게 낫지 않을까?

     

    지금 절실한 투자는 첨단산업 분야이고, 젊은이들이 원하는 일자리는 고부가가치 서비스업인데 서민의 구매력 확충이 이런 산업에 대한 투자로 연결되기에는 길이 멀다. 국제 경쟁에서 이겨낼 힘을 키울 수 있는 것은 대기업이며, 스타트업·벤처기업도 나라가 키우는 게 아니라 먼저 성공한 빅테크들이 키우는 것이다. 대기업을 도와주게 될까 봐 반도체 산업 지원을 망설이는 자세로는 국제 경쟁력 있는 산업을 키울 수 없다.

     

    ‘실용주의 먹사니즘’이 과연 당의 확고한 입장인지, 집권 후에도 지켜질 것인지에 대해 의구심을 가진 국민이 적지 않다. 집권하면 이렇게 하겠다는 것을 미리 실천으로 보여주면 좋을 것이다. 대통령 탄핵 사유에서 ‘일본과만 친하게 지냈다’는 것을 뺀 것은 잘한 일이다. 더 많은 국민이 그게 진심이라고 믿게 해 보라. 

     

    2024년 12월 18일  조선일보 칼럼   퇴계학연구원 박병원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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