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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탄핵 정국에 맞는 성탄… 갈등과 분열에서 벗어나야
    스크랩된 좋은글들 2024. 12. 25. 07:58

    오늘은 예수가 탄생한 날이다. 예수는 황금요람도 아닌 가장 낮고 천한 말구유에서 태어나셨다. 병든 자들을 고치고 과부와 가난한 자, 소외된 자들의 친구가 되셨다. 권위와 율법을 내세우는 위선적인 바리새인들을 꾸짖으셨다. 만왕의 왕으로 오신 예수는 누구든지 자기를 높이려 하는 자는 낮아질 것이요, 낮아지려 하면 높아질 것이라고 말씀하셨다. 그러나 지금 우리의 모습은 어떠한가. 가난하고 소외된 자들은 신음하고 있다. 서로 화합하지 못하고 갈등하고 분열한다. 권력을 천년만년 누릴 것처럼 남용하고 민(民) 위에 군림한다.


    성탄절을 맞아 예수의 사랑을 생각한다. 한국 교회는 더 낮은 곳으로 내려가 소외된 이들을 돌보고 그늘진 곳을 보듬어야 한다. 국민소득이 3만 달러를 넘고 세계 10위권 경제대국이지만 우리 주변을 돌아보면 생활고와 외로움에 힘겨워하는 이들이 많다. 맘몬주의가 팽배하고 빈부 격차는 심화되면서 벼랑 끝으로 내몰리는 영혼들에게 손을 내밀어야 한다. 초대교회처럼 구제에 힘쓰고 너희는 세상의 빛이라는 예수의 지상명령을 따라 사랑을 실천하는 게 지금의 한국 교회가 할 일이다.

    최근 한국리서치의 ‘2024 종교인식조사: 주요 종교 호감도와 종교의 영향력’ 설문조사 결과 기독교 호감도가 35.6점으로 2년 연속 소폭 상승했다. 반가운 일이다. 하지만 여전히 불교(51.3)나 가톨릭(48.6)보다 낮다. 기독교에 호감을 느낀 사람은 22%에 그친 반면 54%는 기독교를 여전히 부정적인 시각으로 보고 있다. 미디어에 넘쳐나는 반기독교적 정서와 기독교 혐오가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그러나 근원을 찾다보면 배타적이고 세속화된 오늘날 한국 교회 모습이 투영된 결과라고 볼 수 있다. 세상 밖 사람들에게 교회가 ‘그들만의 리그’가 되거나 ‘중산층 사교 모임’처럼 비친다면 큰 문제다.

    지구촌엔 전쟁이 계속되고 있고 나라 안에선 진영, 세대, 지역 간 갈등이 끊이지 않는다. 소모적인 갈등은 우리 사회를 분열시키고 역사를 후퇴시킬 뿐이다. 비상계엄과 탄핵 사태는 법과 원칙, 민주적인 제도와 절차에 따라 신속하게 해결돼야 한다. 여야가 하루 빨리 진영 싸움에서 벗어나 민생 문제에 손을 잡기를 바란다. 갈등과 분열 아닌 상생과 화합, 가난한 이웃들에게 사랑을 나누는 대한민국이 되어야 한다. 예수는 평화의 왕으로 오셨다. 성탄절을 맞아 온 세상에 사랑과 평화가 깃들기를 기도한다. 
     
    2024년 12월 25일 국민일보 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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