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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로봇기술 어디까지 왔나?
    스크랩된 좋은글들 2025. 1. 15. 07:30

     

    25년 전 '아시모'로 걸음마… 이젠 미끄러져도 균형 잡고 사람 말 이해해 심부름까지
    그래픽=김현국
     

    사람과 일상에서 어울리며 대화하는 로봇은 몇 년 전까지 SF(공상과학)영화 속에서나 가능한 일이었다. 2000년 일본 혼다가 개발한 로봇 ‘아시모(ASIMO)’는 세계 첫 이족 보행으로 큰 주목을 받았다. 2011년 나온 3세대 모델은 공을 찰 정도로 발전했지만, 배터리 문제로 최대 운용 시간은 1시간이었다. 낯선 곳의 계단 오르기 등 미리 프로그램으로 입력하지 않은 행동을 하는데도 한계를 보였다. 비용 때문에 사업적 효용성이 떨어져 ‘전시장 보여주기식’에 그쳤다. 이후 전 세계 모든 로봇은 안정적으로 가동할 수 있는 4족 로봇이나 바퀴 달린 로봇에 집중됐다. 개발과 운영 비용이 훨씬 적게 들었다.

     

    하지만 인공지능(AI)이 기술적 한계들을 하나씩 돌파하면서 사람처럼 걷는 휴머노이드(인간형 로봇)의 꿈을 현실로 바꿔 놓고 있다. AI가 수백 개에 달하는 로봇의 관절·유압기를 제어하며 균형을 잡아준다. 주변 지형과 환경을 AI로 분석해 새로운 곳에서도 자유롭게 움직이고, 움직임을 최소화해 배터리 지속 시간을 획기적으로 높였다. 이제 로봇 개가 마라톤 풀코스를 완주할 수 있는 수준까지 올랐다. 여기에 사람의 말을 알아듣고 학습하지 않은 내용도 추론할 수 있는 ‘생성형 AI’가 사람의 뇌처럼 기능하면서 휴머노이드는 완성체로 진화하고 있다.

    카이스트 명현 교수 연구팀이 개발한 4족 보행 AI로봇. 사전에 학습하지 않은 지형과 장애물을 만나도 스스로 넘어간다./신현종 기자

    ◇사람 말 알아듣고 똑똑해진 로봇

    사람처럼 두 다리만으로 걷는 2족 보행은 AI 기술의 대표적 성과다. 2족 보행은 4족 보행보다 무게중심이 높아 안정성이 떨어지고 하중을 지탱하기 어렵다. AI 성능이 고도화되면서 이 문제도 해결이 되고 있다. 테슬라는 지난 12월 울퉁불퉁한 경사로를 오르는 옵티머스의 영상을 공개했다. 로봇은 미끄러지고 휘청이다가 바로 균형을 잡고 걸어갔다. AI가 옵티머스 내부에 장착된 수많은 센서와 관절에 순간적으로 가해지는 힘과 균형 정보를 분석해 몸의 균형을 잡는 것이다.

    그래픽=김현국
     

    생성형 AI는 로봇 개발의 패러다임도 180도 바꿔 놨다. 과거엔 사람이 로봇에 일일이 특정 행동에 대한 명령 프로그램을 만들어서 입력해야 했다. 예를 들어, ‘2층에 가서 노트북이 든 가방을 가져오라’는 명령을 수행하려면 계단 1개당 높이와 재질, 가방의 구체적 형태·색상, 물체를 손으로 집는 방법 등을 하나씩 알려주는 식이다. 반면 AI 로봇은 초거대언어모델(LLM)을 기반으로 주변 환경에 대한 데이터를 생성하고 이를 기반으로 학습하기 때문에 별도의 코딩 과정이 필요 없다.

     

    사람의 언어를 있는 그대로 이해하는 AI 로봇도 개발되고 있다. 미국 로봇 스타트업 피겨 AI가 지난 2023년 공개한 2족 로봇 ‘피겨 01′은 사람이 ‘먹을 걸 줘’라고 말하면 여러 물체가 놓인 테이블 위에서 사과를 정확히 골라 전달한다. 오픈AI의 생성형 AI 챗GPT를 탑재하면서 사람이 쓰는 자연어를 100% 알아듣고 이에 따라 움직일 수 있게 된 것이다.

    ◇로봇 배터리 문제도 해소

    기존 휴머노이드, 가정용 로봇은 가동 시간이 불과 2~3시간 정도였다. 배터리 성능을 높일 경우 로봇 중량이 크게 늘어나 한계가 있었다. 로봇의 활동 반경과 시간에 큰 제약이 있었다. 이 난제에 대한 실마리를 AI가 풀어주고 있다.

    카이스트에서 개발한 4족 로봇 ‘라이보’는 지난해 11월 국내 마라톤 대회에 출전해 로봇으로는 처음으로 풀코스를 완주했다. 지금까지 공개된 4족 로봇의 주행거리는 길어야 20㎞ 정도였는데, 2배 이상 늘린 것이다. 기존 로봇은 안정적으로 달리기 위해 네 다리를 지면에 강하게 눌러 에너지 소모가 많았다. 카이스트는 AI 강화 학습을 통해 로봇의 각 관절을 AI로 제어해 지형과 상황에 따라 가장 적게 다리를 들어 올리는 식으로 움직임을 최소화했다. 내리막길에서 아낀 에너지를 전기로 충전하는 등 배터리 소모를 기존 대비 30~40% 줄였다.

    라이보를 개발한 황보제민 카이스트 교수(기계공학과)는 “젖은 바닥이나 움푹 들어간 바닥이 나타나도 로봇이 자연스럽게 대응하는 것 역시 AI 덕분”이라며 “스마트폰·컴퓨터에서만 누릴 수 있었던 AI를 넘어 로봇이라는 물리적 실체를 가진 ‘피지컬 AI’의 시대가 도래했다”고 말했다.

     

    ☞피지컬(Physical) AI

    로봇·자율주행차처럼 일정한 형태를 가진 AI 기술. AI가 스마트폰, PC에서 텍스트·이미지를 생성하는 수준을 넘어 휴머노이드(인간형 로봇)처럼 물리적(physical) 실체를 갖추고 현실 문제를 해결하는 데 활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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