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OUT ME

-

Today
-
Yesterday
-
Total
-
  • 파주~서울역 22분 부산역~마산 1시간…
    스크랩된 좋은글들 2025. 1. 20. 07:26
     
     

    언제부터인가 금요일 출장을 기피하게 되었다. 철도 좌석을 구하는 것이 너무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수서역을 거점으로 운영되는 SRT의 경우 주말은 고사하고 평일도 거의 모든 좌석이 매진되고 있다. 국토교통부 통계에 따르면 2024년 고속철도 이용객은 1억1600만명으로 코로나19 발생 이전이던 2019년 9500만명을 훌쩍 뛰어넘었다. 고속열차 이용객은 코로나19 여파가 이어지던 2022년에 이미 2019년 실적을 회복했다. 늘어나는 철도 이용객으로 인해 전체 이용 인원을 공급 좌석 수로 나눠 계산한 이용률은 112%에 달하고 있으며, SRT만 놓고 보면 134%로 나타난다. 좌석을 구하기 어려운 것이 당연한 것이다. 이용객에 비해 역사만 거대하게 지어놨다고 비판받던 광명역 역시 연간 이용객이 1200만명을 넘어서면서 용산역(1490만명)과 비슷한 수준에 도달했다. 이제 장거리 이동에서 철도는 가장 선호되는 교통수단이 되었다.

     

    그래픽=백형선
     

    신규 철도 노선의 개통은 사람들의 이동 패턴과 공간 개념도 변화시켰다. 2018년 동계올림픽을 계기로 만들어진 강릉선을 이용하면 서울역에서 강릉역까지 2시간 만에 이동하는 것이 가능해지자 강릉은 수도권에서 당일 여행 코스가 되었다. 현재 건설 중인 춘천속초선이 2027년 완공되면 용산에서 속초까지 100분 만에 이동할 수 있게 된다. 강원도 동해안 전역이 실질적으로 수도권으로 편입되는 것이다. 2021년 구간별로 완공되기 시작한 중부내륙선을 이용하면 충주에서 판교까지 1시간에 도착할 수 있어 충주에서 판교로 출퇴근하는 것이 가능해졌다.

     

    작년 12월 말 개통된 운정중앙역과 서울역을 연결하는 GTX-A 북부 노선은 극적인 변화를 가져왔다. 파주시에 있는 운정 신도시에서 서울역까지 이동하는 데 단 22분만 소요된다. 출퇴근 시간이 극적으로 줄어들면서 GTX-A 노선 이용객들의 삶의 질은 향상되었다. 2026년 서울역에서 수서역 구간이 개통되고 2028년 삼성역 정차가 가능해지면 경기 북부에서 서울 강남 한복판까지 30분 만에 이동이 가능해지는 것이다. 2030년까지 수도권에 새롭게 건설되는 철도 노선은 GTX-B·C 이외에도 신안산선, 월곶판교선, 동탄인덕원선, 수서광주선, 대장홍대선 등이 있으며 노선 연장, 부분 개통 노선의 완전 개통 및 경전철까지 꼽아보면 헤아리기 어려울 정도로 많다. 과거 도로 개설을 자신의 업적으로 홍보하던 정치인들도 이제는 철도 신설과 연장을 최우선 공약으로 제시하고 있다.

    그래픽=백형선

    철도 노선의 확대는 교통 혼잡 완화, 각종 대기오염 물질과 온실가스 배출 저감과 더불어 분리된 지역을 하나의 생활권으로 긴밀하게 묶어주는 공간 압축 효과가 크다. 하지만 최근 진행되고 있는 철도 노선의 신설과 확충은 대부분 수도권에 집중되고 있다. 전체 인구의 절반이 집중되어 있는 수도권 내부의 교통망이 철도로 보다 긴밀하게 연결되면서 수도권의 통합은 강화되고 있으며 경제 발전도 가속화되고 있다.

    그래픽=백형선

    수도권에 비해 지방 광역생활권 철도 교통망 확충은 지지부진하다. 작년 12월 비수도권 최초의 광역철도로 구미·대구·경산을 연결하는 총 연장 61.8km의 대경선이 개통되었다. 고속열차 전용선 신설로 여유가 생긴 경부선 기존 노선에 통근형 전통차를 운행하는 방식이다. 2007년부터 구상이 시작되어 17년 만에 완공된 대경선은 개통 한 달 만에 하루 평균 2만8000명이 이용하면서 당초 예상 수요의 60% 수준에 빠르게 도달했다. 하지만 대경선을 운행하는 전통차는 2량 편성에 불과하다. 당초 3량으로 추진되었지만 승강장 건설 예산 및 유지·관리 비용을 축소하기 위한 고육지책이었다. 승강장도 2량에 맞춰 건설되어 이용객이 증가할 경우 대응하기 어렵다.

     

    그나마 대경선은 완공이라도 되었지만 부산과 마산을 연결하는 복선 전철 사업은 10년째 공사 중이다. 2020년 공사 중이던 낙동강 하저터널이 붕괴하면서 복구가 지연되어 언제 전체 구간이 개통될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광주광역시와 나주시를 연결하는 광역철도도 추진되고 있지만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지방 광역 생활권 철도 교통망 확충이 지연되면서 주민들은 수도권에 비해 더 많은 비용을 부담하고 있다. 창원중앙역과 부산역까지의 거리(43km)와 운정중앙역에서 서울역까지의 거리(40km)는 거의 같다. 하지만 GTX-A 이용자는 22분을 이동하면서 4450원을 부담하는 데 비해 부산·경남권 이용자는 통행료와 기름값을 합해서 1만원 가까운 비용과 1시간 가까운 시간을 부담해야 한다. 차량 구입과 유지 비용까지 합하면 비용 차이는 훨씬 늘어난다.

    수도권 집중 효과와 지방 위축에 대응하기 위한 대안으로 지방행정 통합이 추진되고 있다. 대구광역시와 경상북도가 대구경북특별시 통합에 합의한 것이 대표적이다. 부산·울산·경남의 경우 기존에 추진하던 부산울산경남특별연합 좌초 이후 부산울산경남 초광역 경제동맹을 추진하고 있다. 점점 확대되는 수도권과의 격차를 통합으로 극복하겠다는 전략이다. 하지만 정작 통합에 필수적인 교통 체계 확충을 위한 협력은 지지부진하다. 철도를 중심으로 한 편리한 대중교통 체계가 확보되지 않으면 통합의 효과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지방의 철도 교통망 확충을 위해서는 정부의 정책적 의지와 지원이 필요하다. 넓은 면적과 적은 인구로 인해 수도권에 비해 경제성이 낮을 수밖에 없는 지방에 적합한 별도의 경제성 판단 기준을 제시해야 한다. 지자체 역시 최적 효율을 기대할 수 있는 노선 결정에 협조해야 하고, 지자체 간 통합 환승 체계 구축 등 기존 교통 체계 효율화에 적극 나서야 한다.

    300여 개의 세력으로 나뉘어 있던 독일은 철도를 통해 통합되었고, 교류를 통한 공통의 생활 감각이 만들어지면서 일체감을 형성할 수 있었다. 우리의 지방 역시 철도 교통을 통한 일체감을 누리게 되면 통합은 자연스럽게 가능해질 것이다.

Designed by Ti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