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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탄핵 對 기각 두 선택지밖에 없나
    스크랩된 좋은글들 2025. 2. 13. 04:32

    미국 헌법 아버지들은 대통령 탄핵을 법 아닌 정치 영역으로 판단  지금 탄핵 찬반 양쪽에 2000만명 안팎 국민 운집… 재판관 8명이 감당할 일인가  尹은 깨끗이 책임지고 野는 정치 수습책 수용을

    입력 2025.02.13.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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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석열 대통령 탄핵 심판은 어쩌면 오늘, 아니더라도 곧 변론 종결을 맞을 것이다. 과거 노무현·박근혜 전 대통령 사례로 볼 때 변론 종결 후 2주일 안에 선고가 날 가능성이 있다. 선고일이 다가올수록 탄핵 찬반 시위대의 규모가 커지고 목소리가 더 격앙돼 가는 것을 보면서 탄핵 심판이 문제의 끝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이 될지 모른다는 걱정이 가슴을 누른다.

    전체적으로 보면 계엄 사태 직후부터 지금까지 두 달여 동안 탄핵 반대 여론이 높아져 왔다. 이재명 대표에 대한 광범위한 반감 때문이라고도 하고, 정치에 새롭게 눈뜬 2030 청년 세대가 민주당의 독재적 폭주 행태를 이번 기회를 통해 실감했기 때문이라고도 한다. 그 이유가 무엇이건 이제 탄핵 찬성이든 반대든 어느 한쪽이 다른 한쪽을 압도하지 못하게 됐다. 시한폭탄의 시계가 멈추면 폭탄은 터지지 않아야 하는데, 지금 현실에서는 시계가 멈추는 순간 폭발할 것만 같은 두려움이 있다.

    만약 탄핵으로 결론 나더라도 지금 상황에선 역풍이 만만치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헌법재판관들이 탄핵 찬성 6대(對) 반대 2, 혹은 7대1로 의견이 갈리면 탄핵 반대의 법리가 실재한다는 사실을 근거로 해 역풍은 더 커질 수 있다. 이진숙 방통위원장 탄핵 심판에서 헌재가 4대4로 갈라진 것은 이 가능성을 시사하고 있다.

    탄핵 결정 후 곧바로 조기 대통령 선거 일정이 시작되기 때문에 국면이 바뀔 수도 있다. 하지만 계엄 후 지금까지 예상치 못한 정치적 변동이 계속된 것처럼 이번에도 어떤 파란이 벌어질지 모른다.

    만약 탄핵이 기각된다면 대규모 반발 시위가 벌어질 것은 불문가지다. 여기에는 민노총, 전교조 등 우리 사회의 전문 시위대까지 총집결할 것이다. 자칫 진짜 국가 비상사태가 벌어질 수도 있다. 이번에 실체를 분명히 보여준 탄핵 반대층도 이를 좌시할 리 없다. 양쪽 거대 군중이 충돌하는 사태를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세계에서 가장 먼저 대통령제를 시작한 미국은 대통령 탄핵 제도도 세계에서 제일 먼저 도입했다. 그런데 미국 헌법의 아버지들은 대통령 탄핵 심판을 대법원이 아닌 의회(상원)에서 하도록 했다. 당시 많은 논란이 있었지만 대통령 탄핵이라는 그 자체가 ‘법적 사안’이라기보다는 ‘정치적 문제’라는 견해가 컸다고 한다.

    미국을 설계한 현인들이 대통령 탄핵 제도를 만들면서 이를 정치 문제로 본 것은 혜안이었다고 생각한다. 미국에선 그 후 네 번 대통령 탄핵 시도가 있었지만 실제 탄핵으로 이어진 일은 없다. 세 번은 상원에서 부결됐고 닉슨은 의회 표결 전에 사임했다. 미국은 대통령 탄핵 논란을 모두 정치적으로 수습한 것이다. 수습 뒤에 대통령이든, 탄핵파든 누구도 감옥에 가거나 보복당한 사람이 없다. 닉슨은 그야말로 온갖 불법을 다 저지른 사람이었지만 하야 뒤 정치적으로 사면받았다. 야당은 이를 시비하지 않았고 대규모 군중 시위도 없었다. 만약 미국에서도 대통령 탄핵 심판이 헌법재판소와 같은 법정에서 이뤄졌으면 다른 결과로 이어졌을 수 있다.

     

    헌법은 최고위 정치 문서라고 한다. 헌법 재판도 정치적 성격을 띨 수밖에 없다. 특히 대통령이라는 국가 수반을 탄핵하는 것은 그가 한 행위의 법 규정적 판단보다 더 크고 더 심각한 국가적 역사적 문제를 내포하고 있다. 대통령제 역사가 미국보다 일천한 우리가 대통령을 벌써 세 번째 탄핵 심판하고 있다. 이번이 결코 끝이 아닐 것이다. 어쩌면 다음 대통령이 바로 탄핵될 수 있다. 노무현 이후 대통령 5명 중 한 명이 자살하고 3명이 감옥에 갔는데 이 흑역사 역시 끝이 아닐 것이다.

    대통령 탄핵과 같은 거대한 정치 문제를 재판관 8명이 떠안았다. 유권자 기준으로 탄핵 찬반 양쪽에 각각 2000만명 안팎 국민이 운집했는데 8명이 그 무게를 지는 것이 온당한지 의문이다. 이 사태는 법 조항 위반 판단을 떠나 정치적으로 해결하고 수습해야 한다고 믿는다.

    그 열쇠는 윤 대통령이 쥐고 있다. 윤 대통령은 국가에 큰 실책을 저질렀다. 그래서 윤 대통령에게는 아무런 길이 없어 보인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 ‘이것 아니면 저것’밖에 없는 것은 법의 영역이고 또 다른 ‘그것’을 찾는 것이 정치의 영역이다. 탄핵 심판의 끝이 ‘파면 대 기각’의 너 죽고 나 죽자밖에 없는 것이 아니다.

    윤 대통령이 먼저 책임을 깨끗이 인정해야 한다. 민주당도 과정은 다르나 결과는 같을 수 있는 정치적 해결책에 열린 자세로 나왔으면 한다. 그러면 헌법 재판도 출구를 찾을 수 있다. 누구든 100대0으로 이기려 하다가는 모두를 패자로 만들 것이다.

     

    2025년 2월 13일 조선일보 양상훈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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