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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4t 쓰레기 뒤져 찾은 수술비 1828만원
    스크랩된 좋은글들 2025. 3. 6. 08:59
     
    일러스트=김성규
     

    “수술비로 쓸 돈 2600만원을 크린넷(쓰레기 자동 집하 시설)에 버렸어요. 도와주세요.”

    지난달 24일 오전 세종시 자원순환과에 민원 전화가 걸려왔다. 세종시 다정동의 한 아파트 관리소장 A씨였다. A씨는 “할머니 B씨가 종량제 쓰레기봉투에 아들 수술비로 쓸 돈 2600만원을 넣어뒀는데 쓰레기로 착각해 크린넷에 버렸다”고 했다. B씨 아들은 대장암 초기로 3월 중순 수술을 앞두고 있다고 했다.

     

    세종시 아파트 단지에는 크린넷이란 쓰레기 자동 집하 시설이 설치돼 있다. 주민들이 크린넷에 쓰레기를 버리면 지하 관로를 따라 폐기물 집하장으로 이송된다. 공기 압력을 이용해 쓰레기를 밀어내는 방식이다. 집하장에 모인 쓰레기는 소각장에서 소각된다.

     

    A씨의 전화를 받은 강현규 주무관은 곧바로 집하장에 연락해 “쓰레기를 소각장으로 반출하지 말라”고 요청했다. 그리고 A씨, B씨와 함께 집하장으로 출동했다.

    세종시 곳곳에서 온 쓰레기가 24t짜리 컨테이너 안에 빼곡히 쌓여 있었다. 어마어마한 양의 쓰레기를 보고 B씨는 망연자실했다고 한다. 강 주무관은 이 쓰레기를 넓은 공터가 있는 세종시 생활 폐기물 종합 처리 시설로 옮겼다. 그리고 환경미화원 13명과 함께 쓰레기 더미를 뒤지기 시작했다. 굴착기로 쓰레기 더미를 넓게 풀어헤친 뒤 손으로 일일이 찾았다.

     

    강 주무관은 “아들 수술비로 쓸 돈이라는 말에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쓰레기 더미를 뒤졌다”고 했다. 그러나 쓰레기는 지하 관로를 통과하며 잘게 찢어지고 뒤죽박죽 섞인 상태였다. 먼지가 날리고 냄새도 고약했다. 6시간 동안 쓰레기 더미를 뒤진 끝에 1만원권과 5만원권 지폐 1828만원을 찾아냈다.

     

    돈을 받아든 B씨는 “정말 감사하다. 자포자기했었는데 눈물이 난다”고 했다. B씨는 사례금을 전달하려고 했으나 환경미화원들은 받지 않았다. 오히려 2600만원을 다 찾지 못해 미안해했다고 한다. 환경미화원들은 “할머니 얘기를 듣고 남의 일 같지가 않아 나섰다”며 “돈을 다 찾지 못해 죄송할 따름”이라고 했다.

     

    B씨는 “쓰레기봉투에 돈을 모으면 돈도 더 잘 모이고 도둑맞을 일도 없다는 얘기를 듣고 쓰레기봉투를 저금통 삼아 지폐를 모았는데 다른 쓰레기봉투와 함께 버리는 실수를 했다”며 “불행 중 다행으로 돈을 찾게 돼 아들 수술도 잘될 것 같다”고 했다.

    2025년 3월 6일 조선일보  김석모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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