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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흘 만에 백기 우 의장, 이게 '이재명 세상' 모습인가스크랩된 좋은글들 2025. 4. 10. 07:09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가결된 작년 12월 14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왼쪽)와 우원식 국회의장이 악수하고 있다./연합뉴스
우원식 국회의장이 9일 대선 때 개헌 국민투표 동시 실시 제안을 철회했다. 이재명 전 대표가 “지금은 내란 종식이 먼저”라며 반대 입장을 밝히자 사흘 만에 개헌 추진 의사를 접은 것이다. 우 의장은 “정당별 입장 차가 커 대선·개헌 동시 투표는 사실상 어려워졌다”며 “대선 이후 본격 논의를 이어가자”고 했다. 대선 전 개헌 논의도 사실상 포기한 것이다. 국회 수장으로서 무책임하고 유감스러운 일이다.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 사태 이후 개헌론은 국민적으로 확산되는 상황이었다. 현행 대통령제의 무한 정쟁 구조로는 더 이상 나라를 정상적으로 운영하기 힘들다는 사실이 명확해졌다. 여야 원로와 헌정회 등은 대선 때 개헌을 함께 추진해 후진적 정치를 바꾸자고 한목소리를 냈다. 여야 주요 대선 주자들도 적극 나섰고, 국민 60%가량이 찬성했다.
오로지 이 전 대표만 개헌에 반대했다. 이 전 대표는 “내란 문제를 개헌으로 덮으려고 시도해선 안 된다”고 했다. 민주당 출신이고 계엄 해제를 선포했던 우 의장이 개헌으로 뭘 덮는다는 건가. 친명 의원들은 앞다퉈 “다른 꿍꿍이가 있다” “개헌은 x나 주고 그 입 닥치라” “국회의장 놀이 그만하라”고 우 의장을 비난했다. 강성 지지층은 “우 의장을 끌어내리자”고 했다.
3년 전 대선 때 이 전 대표는 대통령 4년 중임제 개헌을 주장하면서 임기 1년 단축도 공약했다. 그런데 이번에 당선 가능성이 높다고 여겨지자 태도를 완전히 바꿨다. 개헌이 대선 변수로 떠오르는 것을 막겠다는 계산일 것이다. 새 헌법은 차차기 대통령부터 적용되는 것으로 하면 이 전 대표에게 불리할 것도 없다.
그런데도 이 모든 가능성을 봉쇄해 버렸다. 후진적 정치 구조를 바꾸고 새로운 대한민국을 열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사실상 없애 버린 것이다. 국가 미래와 협의 정치는 뒷전이고 자신들 대선 승리에 한 치의 변수도 일절 허용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자신에게 조금이라도 문제가 있을 것 같으면 나라에 필요한 일도 이렇게 내치고 깔아뭉개는 것이 ‘이재명 세상’의 모습인가. 이 전 대표도 그렇지 않다고 할 것이다. 그게 본심이라면 구체적 개헌안과 국민투표 시한을 공약으로 내세워야 한다. 우 의장도 이렇게 물러설 것이 아니다. 대선과 개헌 동시 투표는 포기하더라도 국회에 개헌 특위는 설치해야 한다.
모처럼 양당의 정치인들이 개헌에 뜻을 같이하고 있는데도 이 전 대표 한 사람에 의해 또 무산될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을 보면서 앞으로 새 정부에서도 대화와 협치는 실종되고 극단적 혐오와 대결·보복의 정치가 되풀이되지 않을까 걱정하게 된다.
2025년 4월 10일 조선일보 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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