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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민의 힘은 '3不 전략' 알고 있나
    스크랩된 좋은글들 2025. 4. 25. 06:15
     
     
    일러스트=이철원
     

    전쟁이든 스포츠든 선거든 전력·전략·정신력에서 승패가 갈린다. ‘6·3 조기 대선’은 민주당이 세 가지 요소 모두 압도하고 있다. 전설적 복서 마이크 타이슨은 “누구나 그럴싸한 계획을 갖고 있다. 얻어맞기 전까지는”이라는 유명한 말로 상대방을 싸우기도 전에 주눅 들게 했다. 국민의힘 눈에는 이재명이 타이슨처럼 보인다.

     

    지난 17일 발표한 전국지표조사(NBS) 결과는 ‘정권 교체를 위해 야권 후보가 당선돼야 한다’ 54%, ‘정권 재창출을 위해 여권 후보가 당선돼야 한다’ 33%였다. 18일 발표한 갤럽 조사는 ‘더불어민주당 후보 당선’ 45%, ‘국민의힘 후보 당선’ 32%였다. 이재명 지지율은 양자 구도에서 50% 내외, 3자 구도는 45% 내외로 굳건하다. 국민의힘의 유일한 위안은 아직 40일 남았다는 것뿐이다.

     

    ‘정권 교체’ 여론이 50% 밑으로 떨어지고, ‘정권 재창출’ 여론이 40%를 넘으면 구도가 흔들리는 신호다. 양자 구도에서 이재명 후보의 지지율이 45% 밑으로 떨어지고, 3자 구도에서 40%가 붕괴하면 이재명 후보 대세론이 타격을 받았다는 뜻이지만 아직 그런 조짐은 없다.

     

    앨버트 허시먼은 ‘이탈, 항의, 충성(Exit, Voice, and Loyalty)’에서 충성스러운 고객이 조직에 대한 불만으로 항의를 할 경우, 조직(기업이든 정당이든)이 항의를 받아들인다면 고객은 남겠지만 그러지 않는다면 이탈할 가능성이 크다고 봤다. 독점이 아니라 대안이 있다면 고객은 쉽게 이탈한다.

     

    국민의힘에 여전히 남아 항의하는 유승민·한동훈·안철수가 있지만 변화를 이끌어내기는 역부족이다. 이준석·천하람은 기대를 접고 이탈했다. 젊은이들이 마라탕을 찾는 시대인데 아무리 오래된 단골이 계속 찾아온다고 하더라도 이젠 보신탕으로 돈을 벌 수는 없다. 국민의힘은 세상 변화를 못 따라가고 있다. 변화를 이끌거나 변화를 뒤쫓기는커녕 변화에 둔감하거나 변화를 두려워한다.

     

    노무현 대통령의 지지율 급락, 친노와 반노로 분열, 반노 정동영 후보 선출로 친노 투표 이탈(이례적으로 낮은 63% 투표율), 열린우리당 잔류파·탈당파·고건·문국현을 아우르는 범여권(보통은 범야권이라는 말이 있다)이란 표현의 등장, 야당 후보(이명박)의 압도적 지지율, 야당 후보의 법적·도덕적 리스크 변수 안 됨, 정권 재창출을 체념한 대통령. ‘6·3 조기 대선’은 여러모로 2007년 대선을 닮았다.

     

    보응우옌잡은 프랑스·미국과 싸워 이긴 베트남 전쟁 영웅이다. ①적이 원하는 시간에 싸우지 말고 ②적이 유리한 장소에서 싸우지 말고 ③적이 생각하지 못한 방법으로 싸운다는 그의 ‘3불 전략’은 선거 승패를 좌우하는 프레임을 고민하는 전략가들에게 많은 영감을 줬다. 국민의힘은 전력도 약하고 정신력도 약한데 전략도 형편없다.

     

    국민의힘이 패색이 짙은 이유는 적이 원하는 시간에, 적이 원하는 곳에서, 적이 예상하는 방식으로 싸우기 때문이다. 베트남전에서 미국이 패한 이유다. ‘윤석열 대 이재명’ 프레임은 이재명을 이길 수 없는 프레임이다. 윤석열이 검찰총장 때 스타가 된 것은 권력에 억압받는 ‘약자 포지션’ 때문이다.

     

    대통령이 된 윤석열은 ‘강자 포지션’으로 변했고, 이재명과 조국이 권력에 쫓기는 약자가 됐기 때문에 대중의 응원을 받았다. 파면으로 다시 약자 포지션으로 돌아온 윤석열이 현실을 받아들이고 침묵했다면 절대 의석을 가진 이재명 대통령은 공포감을 주는 ‘절대 강자’ 이미지로 심판 대상이 됐을 것이다. 윤석열이 여전히 강자인 듯 행동하는 탓에 ‘윤석열 심판’, ‘내란 청산’ 프레임이 ‘이재명 심판’ 프레임 작동을 막고 있다.

     

    그런 상황에서 불거져나온 한덕수 차출설은 이길 수 없는 프레임을 강화시킬 뿐이다. 실패한 윤석열 정부를 상징하는 총리 카드는 명분도 없고 승산도 없다. 노무현은 ‘원칙 있는 승리’가 좋지만 어렵다면 ‘원칙 있는 패배’가 ‘원칙 없는 승리’보다는 낫다고 했다. 국민의힘은 원칙 없는 승리를 좇다가 ‘원칙 없는 패배’를 할 판이다.

     

    국민의힘 경선이 김문수·안철수·한동훈·홍준표로 좁혀졌다. 결과적으로 찬탄과 반탄이 균형을 이뤘다. 나경원이 들어갔다면 윤석열 프레임은 더 강화됐을 것이다. 전략적 변화가 안철수가 들어가는 결과를 만든 것은 아닐 수 있지만 이 결과가 전략적 변화를 만들 수는 있다.

     

    ‘윤석열 전 대통령 탈당’이 최소한의 도리라고 압박한 안철수는 “나경원·김문수·홍준표 세 분은 여전히 전광훈 목사의 생각을 따르고 그와의 관계를 끊지 못하겠다면 전광훈당으로 가서 경선을 치르라”고 공격했다. 반면 김문수는 (윤석열 전 대통령과 거리 두기에 대해) “표를 얻기 위해 거리를 둘 생각도, 필요도 없다. 우리 당이 만든 대통령 아니냐”고 했고 “(전광훈 목사가 이끄는) 자유통일당과 선거 연대는 할 수 있다고 본다”며 안철수와 정반대 인식을 드러냈다.

     

    김문수가 “한덕수 권한대행이 출마하게 되고 (내가) 본선 후보가 되면 한 대행에게 먼저 단일화를 제안할 것”이라고 하자 홍준표는 “빅텐트를 치려면 가장 중요한 사람이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일 것”이라며 전략적 시각차를 드러냈다. 후보 단일화를 통한 ‘반명(反明) 빅텐트’가 성공하려면 윤석열 전 대통령과 절연이 필요조건이다. 그 전제 없이는 ‘윤석열 정권 심판’ 프레임 때문에 ‘반(反)이재명’ 프레임은 작동하지 않는다. 국민의힘은 전략적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다.

     

    민주당 이재명 후보가 원하는 대선 모델이 2007년이고, 국민의힘이 원하는 모델이 1997년 ‘DJP 연합’이나 2002년 후보 단일화 모델이라면 개혁신당 이준석이 원하는 건 ’2024년 모델’이다. 이건 작년 총선 때 이준석의 ‘동탄 승리’ 전략을 말한다. 정권 교체 여론이 압도적으로 높은 상황에서 ‘정권 교체는 동의하지만 이재명 지지는 유보하는’ 연성 민주당 지지층을 흡수해서 이재명 지지율을 40% 밑으로 떨어뜨리는 전략 구상이다.

     

    이준석 지지율이 15%를 넘는다면 이재명 후보 지지율은 40%를 위협받을 수 있다. 그런 상황이 온다면 이준석에 의한 정권 교체 프레임을 기대하는 개혁 신당은 ‘승리를 위한 빅텐트’가 아니라 ‘승리에 의한 빅텐트’를 내걸고 완주할 것이다. 국민의힘 후보 경선이 양자로 좁혀지는 29일 이후 여론 흐름이 ①2007년 ②2002년 ③2024년 모델 중에 어느 쪽으로 방향이 잡힐지 결정될 것이다. 현 시점에서 가능성은 ①65% ②25% ③10% 정도로 보인다. 

     

    2025년 4월 25일 조선일보 박성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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