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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강의 기적'에서 세계 문제 해결사로
    스크랩된 좋은글들 2025. 8. 18. 04:57

     

     
    빌 게이츠 '게이츠 재단' 이사장

    지난 25년 동안 세계 보건과 개발 분야에서 재단을 이끌며, 국제 개발 투자가 과연 효과가 있느냐는 질문을 수도 없이 받아왔다. 내가 매우 좋아하는 사례 중 하나는 바로 한국이다. 세계 역사상 처음으로 원조 수혜국에서 공여국으로 전환한 나라다.

    1950년대, 전쟁의 폐허에서 막 벗어난 한국을 두고 한 미군 장성은 회복까지 100년이 걸릴 것이라고 예측했다. 그러나 한국은 그 예측이 완전히 빗나갔음을 입증했다. 빈곤과 기아, 질병에 맞서 싸우기 시작한 한국 국민을 지원하기 위해 미국을 포함한 여러 나라가 투자를 이어갔고, 한국이 장기적 건강과 번영의 길로 나아갈 수 있도록 제도를 갖추는 데 힘을 보탰다. 불과 수십 년 만에 한국은 세계에서 몹시 가난한 나라 중 하나에서 아주 부유한 나라 중 하나로 성장했다.

     

    이번에 내가 한국을 찾는 것은, 한국이 그동안 축적한 인재와 자원, 그리고 혁신 역량을 활용해 다른 나라들이 스스로 발전 경로를 설계하도록 돕고, 동시에 자국의 번영과 건강도 함께 지켜낼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지난 25년 동안 한국에서 일어난 변화와 같은 성과가 세계 곳곳에서도 나타나기 시작했다. 각국이 힘을 모아 세계 보건과 개발에 투자한 결과, 10억명 이상이 극심한 빈곤에서 벗어났고, 5세 미만 아동 사망률이 절반으로 떨어졌으며, 매년 수백만 생명을 구했다.

     

    하지만 지금 이 성과는 위태롭다. 부유한 국가들이 이를 가능하게 한 글로벌 보건·개발 자금에서 수백억 달러를 철회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 결과는 심각하다. 한 세대 만에 처음으로 극빈과 기아가 다시 증가하고 있으며, 올해는 예방 가능한 아동 사망 수가 줄어들기는커녕 오히려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전 세계 모든 사람은 한국이 누렸던 것과 마찬가지로 자신이 원하는 삶과 미래를 만들어갈 기회를 가질 자격이 있다. 건강과 교육, 기회를 제공하는 데 투자하면, 국경을 넘어 확산될 수 있는 질병 전파를 막고 전 세계인의 안전을 지킬 수 있으며, 상호 연결된 세계 경제 속에서 모두가 이익을 얻는 성장을 촉진할 수 있다.

     

    이러한 이유로 게이츠재단은 지금까지 1000억달러를 투입했고, 앞으로 2000억달러를 추가 기부해 세계의 가장 심각한 불평등 문제를 해결하려 한다. 그러나 발전 궤도로 돌아가려면 전 세계 국가의 공동 노력이 필요하다.

    최근 한국이 국제 보건과 개발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며 2018년 이후 공적개발원조(ODA)를 두 배 이상 늘린 것을 보며 큰 용기를 얻었다. 그리고 한국이 이 리더십을 이어가는 과정에서 세 가지를 기대한다.

     

    첫째, 생명을 구하고 삶의 질을 개선하는 데 가장 효과적인 것으로 입증된 다자간 보건 지원에 투자하길 바란다. 세계백신면역연합(Gavi)과 에이즈·결핵·말라리아 퇴치를 위한 세계기금(Global Fund)이 그 대표적인 예다. 이 두 기관은 지금까지 무려 8000만명의 생명을 구했지만, 최근 자금 축소로 앞으로 필요한 모든 자원을 확보하지 못하게 됐다. 이를 해결하는 것은 세계가 발전 궤도로 복귀하는 데 가장 확실한 방법 중 하나이며, 동시에 한국의 보건 혁신이 더 많은 생명을 구하고 삶을 개선할 기회를 넓히는 길이기도 하다.

    둘째, 한국의 혁신 역량을 글로벌 문제 해결에 적극 활용하길 바란다. 2000년, 게이츠재단은 한국과 함께 국제백신연구소(IVI)를 설립했다. 이후 유바이오로직스, SK바이오사이언스, LG화학 등 한국 기업들이 우리와 손잡고 생명을 구하는 백신을 개발해 왔다. 현재 Gavi가 전 세계에 공급하는 백신의 약 11%를 한국 기업에서 생산하며, 한국은 세계기금 보건 제품 공급국 중 3위다. 혁신 기업을 지원함으로써 한국은 자원과 기술력을 기반으로 세계 발전에 기여하고, 동시에 자국 경제성장에도 이바지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한국이 걸어온 특별한 역사를 통해 다른 세계 지도자들에게 글로벌 보건과 개발 투자의 힘을 상기시켜 주길 바란다. ‘한강의 기적’ 이야기를 전하고, 이를 가능하게 한 지식과 경험을 나누는 것은 한국이 그 기적을 더 널리 확산시키는 길이 될 것이다. 그렇게 더 많은 국가가 한국 반열에 오를 수 있도록 말이다.

     

    2002년 3월 게이츠 재단이 남아프리카 4개국에 기금 15만 달러를 지원했다. 왼쪽부터 빌 게이츠의 아버지인 윌리엄 게이츠, 넬슨 만델라 전 남아공 대통령, 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이다.
     

    2025년 8월 18일 조선일보  [빌 게이츠 특별 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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