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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혜와 자비로 살면 매일매일이 부처님오신랑스크랩된 좋은글들 2018. 5. 21. 08:21
5월 22일 내일이 부처님오신 날 석가탄신일이다. 조선일보에서 월주스님의 이터뷰를 했다. 월주(月珠·83) 스님은 직함이 많다. 조계종 총무원장을 두 차례 지냈고, 현재 전북 김제 금산사와 서울 영화사(永華寺) 조실(祖室·사찰의 어른), 조계종 원로의원, 지구촌공생회와 종군 위안부 할머니를 돕는 '나눔의 집', 함께일하는재단 이사장이다.
국제구호단체 '지구촌공생회'를 이끄는 월주 스님 은 "지혜와 자비는 둘이 아니다. '나'와 '너'를 나누면 반목이 일어나지만, 지혜와 자비를 실천하면 날마다 '부처님오신날'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조선일보 기자가 서울 영화사에서 월주 스님을 만났다. 아래 내용은 인터뷰기사이다.
◇수행과 자비는 둘이 아니고 한 몸
―'깨달음의 사회화'란 무엇입니까?
"자리이타(自利利他). 지혜를 구하고 자비를 실천해야 합니다. 흔히 깨달은 후에 자비를 실천하는, 선후(先後)의 문제로 생각합니다만 수행과 자비는 둘이 아니라 하나입니다."
―지구촌공생회는 학교와 우물에 후원자 이름을 붙이더군요.
"지구촌공생회는 후원자들의 정성을 제3세계에 전달하는 우체국입니다. 학교나 우물을 완공한 뒤 후원자 이름을 새긴 명판(名板)을 촬영해 보내드리는 것은 그 정성과 신뢰에 대한 보답입니다. 기부에서 완공까지 1~2년 걸리니 어느 땐 후원한 사실조차 잊을 즈음에 사진을 받게 되지요. 그런 신뢰로 정기 후원자가 1만명이 넘습니다."
―흔히 종교인은 금전, 숫자에 초탈할 것으로 여겨지는데 스님은 숫자에 밝습니다.
"제 선친은 자수성가한 유학자였습니다. 초등학생 때 '대밭은 1년 소출이 얼마나 되나요' 여쭸다가 아버님께 혼났지요. '질문이 잘못됐다. 200평 혹은 100평에서 1년 동안 대나무는 얼마나 자라고 그것을 베어 팔면 이문이 얼마나 남느냐고 구체적으로 질문해야 한다'는 말씀이었습니다. 그때부터 사안을 구체적으로 사고하게 됐지요. 현대 사회는 투명해야 합니다. 리더에게 공심(公心)과 정직성은 기본입니다."
◇南南 증오의 벽 높아져 문제
월주 스님은 IMF 외환 위기와 북한 식량난 등 세상의 어려움에 발 벗고 나섰다. 엄중한 시국 사안엔 '쓴소리'도 마다하지 않는다.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 상임대표로 북한을 10여 차례 방문했던 그는 2006년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하자 "우리의 선의와 박애정신이 핵과 미사일로 돌아왔다" "김구 선생은 김일성에게 속았고, 김대중 전 대통령은 김정일에게 속았다. 나도 속았다"고 일갈했다.
―지난달 남북 정상회담이 있었고 다음 달엔 미·북 정상회담이 열립니다.
"판문점 회담과 싱가포르 회담이 남북의 긴장 완화와 평화 정착에 도움이 되길 기대합니다. 북한은 그동안 제네바 회담, 6자 회담 등에서 여러 번 변덕을 부리면서 핵무기와 미사일을 개발했습니다. 지나친 기대는 금물입니다. 지금 젊은이들은 목포에서 경의선 타고 유럽까지, 부산에서 동해선 타고 시베리아를 횡단하는 희망에 부풀어 있다고 합니다. 하지만 여전히 회의적인 시각을 가진 사람이 있다는 점 또한 잊지 말고 신중히 접근해야 합니다."
―북핵에 시선이 쏠린 사이 산적한 국내 문제에 대한 관심은 줄어들고 있습니다.
"사실 남남 갈등이 더 걱정입니다. 남북은 대화와 협력으로 풀면 되지만 남남 갈등은 증오의 장벽이 더 높아졌습니다. 아무래도 집권 세력이 먼저 포용해야겠지요. '드루킹 특검'을 여야가 합의한 것은 늦었지만 다행스러운 일입니다. 이 사건을 둘러싼 의혹이 증폭되고 있는데 속히 특검을 진행해 국민적 의혹을 해소해야 할 것입니다. 여론 조작은 여야를 막론하고 절대 있어선 안 될 일입니다. 또한 적폐 청산도 중요하지만 그것이 증오로 발전하면 안 됩니다. 남남 갈등이 해소돼야 남북 문제도 잘 풀립니다. 여야 지도자들의 막말과 욕설도 심각합니다. 정치에 대한 무관심과 희화화를 낳습니다."
◇사람을 보지 말고 진리를 따라야
―최근 한 방송에서 제기한 문제로 조계종 안팎이 어수선합니다.
"송나라 때 고봉 스님이 '승단(僧團)은 용사(龍蛇)가 혼잡(混雜)'이라 했습니다. 용과 뱀이 뒤섞여 있다는 말씀이죠. 용이 많으면 승단이 잘되고, 뱀이 많으면 망합니다. 불교는 인도에서 중국을 거쳐 우리나라까지 계속 자정(自淨)하면서 이어왔습니다. 잘못이 있다면 계속 고치고 반성하고 자정하면서 나가야죠. 불자(佛子) 여러분께는 의법불의인(依法不依人), 즉 사람보다는 진리를 따라야 한다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내일(22일) 부처님오신날입니다.
"우리가 지금 부처로 살면, 날마다 부처님오신날입니다. '나다, 너다' 하며 나누는 생각은 반목과 파멸로 이끕니다. 그러나 나 자신이 부처임을 깨달으면 누구에게나 너그럽게 됩니다. 지혜와 자비는 수레의 두 바퀴입니다. 자비 없는 지혜는 오만과 편견이며 지혜 없는 자비 역시 '가짜 자비'입니다. 진정한 극락은 인류가 한마음으로 협력하고 화합하는 이 땅 위에서만 이뤄집니다."
김한수 종교전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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