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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가 되기보다 노동자 되기가 어려운 사회스크랩된 좋은글들 2026. 3. 2. 07:06
노동 우선하던 진보 정권 주식 불로소득 응원하고 부동산으로 돈 벌면 핍박 노란봉투법 등 노동 규제 일자리 기득권만 강화해
미래 세대는 희망이 없다코스피 지수가 종가 6000포인트를 넘긴 2월 25일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왼쪽부터), 이억원 금융위원장, 정은보 한국거래소 이사장 등이 코스피 6000 돌파를 축하하고 있다. 증권사 계좌는 1월 말에 1억개를 돌파했다. /뉴스1
바야흐로 국민 주주 시대다. 주식 거래가 일어나는 증권사 계좌 수가 1월 말에 1억개를 돌파했다. 2900만명이 조금 넘는 경제활동인구를 고려하면 1인당 3개 이상 증권계좌를 가진 셈이다. 계좌 수는 2024년 말 이후 15% 이상 증가했다. 언제든 주식을 살 수 있도록 예치된 현금도 2024년 말 54조원에서 13개월 만에 106조원으로 늘었다. 2월 중에는 더 늘었을 것이다.
더 많은 국민이 주주가 되는 것이 바람직한가? 이재명 대통령은 그렇게 믿는 것 같다. 필자의 시각에도 괜찮아 보인다. 주식의 소유를 통해 회사의 주인이 된 주주는 자본가다. 노동력을 제공하고 돈을 받는 사람이 광범위하게 자본가도 된 사회에서는 마르크스적 갈등이 줄어들 것이라 기대한다. 노동자와 자본가를 구분하여 불로소득을 백안시하고, 양자를 대립적 관계로 보는 동시에 끊임없이 투쟁을 부추기는 사고방식은 마침내 시대적 사명을 다했다. 시장주의자로서 반길 만한 변화이고, 민주당 안에서 생각이 복잡한 것이 이해가 된다.
오히려 문제는 자본가의 길이 열리는 것 이상으로 노동자가 되는 문턱이 높아지는 것이다. 인공지능(AI)의 위협과 노동 규제 강화의 합작품이다. 다음 주 시행되는 ‘노란봉투법’이나, 주 4.5일제 도입 등에 1조원 가까운 지원금이 책정된 것을 보면 이재명 정부가 대체로 기존 노동자와 노조 편을 들긴 한다. 하지만 바로 이 규제들 때문에 민간의 일자리 만들기를 기대하기 어렵다. 게다가 대통령은 로봇의 공장 투입을 반대하는 노조에까지 ‘흘러오는 거대한 수레를 피할 수 없다’라고, 자본의 논리를 분명히 옹호했다.
이재명 대통령의 비전을 생각할 때 이러한 변화가 놀랍지 않다. ‘기본 사회’는 돈 벌 수 있는 사람, 돈 잘 버는 기업에 기대어, 바뀌는 세상에서 뒤처지는 누구라도 먹고살 돈을 꼬박꼬박 쥐여주겠다는 것이다. 몇 년 전만 해도 그럴 재원이 어디서 나오나 대중의 의심이 컸다면, 이제 AI가 ‘어쩌면 가능할 수도 있다’라는 희망 회로의 에너지원이 되고 있다. 그러기에 AI가 정책의 최고 우선순위에 있고, AI 생태계에 중요한 대기업들에 대통령이 따뜻하다. 이런 대기업들은 ‘코스피 5000’ 공약 달성에만 공이 혁혁한 게 아니라 법인세로도 크게 기여한다.
기본사회에 도움 되는 개인은 반드시 일하는 사람일 필요가 없다. 이재명 정부가 다른 진보 정권과 차별화되는 지점이다. 시장 경제에서 개인 및 가계가 소득을 얻는 원칙적인 방법은 시장에서 가치 있는 것들을 생산하는 데 참여하고 그 대가를 받는 것이다. 참여 수단은 노동, 자본, 토지로 분류된다. 그간의 진보 정권은 노동 우선이 뚜렷했다. 그러나 현 정부 방향은 ‘자본으로든, 집이나 땅으로든 돈을 벌 수 있으면 상관없다’로 읽힌다. 기술 발달의 추이로 볼 때 일자리 만들기를 현실적으로 포기한 것일 수도 있다.
물론 정부의 정치적 입장에는 큰 차이가 있다. 집이나 땅으로 돈 버는 사람은 핍박하고, 주식처럼 자본으로 돈 버는 사람은 응원하는 것이다. 지금 비중이 큰 부동산 자산에서 보유세든 양도세든 최대한 걷으려는 게 명확하다. 집값 잡기보다 과세가 우선인가 싶을 정도다. 집값을 잡으려 했다면 보유세는 올리되 양도세는 낮췄을 것이다. 따라서 5월이 지나면서 매물이 잠기면 집값이 다시 오를 우려가 있다. 더 큰 걱정은 전·월세 시장이다. 거주할 사람들에게만 매매를 허용했으니 그렇게 밀려나는 임차인들에게 앞으로 몇 년은 혹한기일 것이다.
일자리 만들기가 포기되어도 괜찮을까? 경제학의 거장 케인즈는 1930년에 ‘우리 손주들이 누릴 경제적 가능성’이란 짧은 에세이를 통해 100년 후 세상에 대해 예측했다. 케인즈는 기술 발달로 생산성이 비약적으로 커지면서 생존을 위해 절대적으로 필요했던 노동은 선택의 대상으로 축소될 것이라 내다봤다. 대신 자유와 여가가 늘어날 것이며 돈에 대한 집착에서도 벗어날 것이라 기대했다. 생성형 AI가 등장한 이래 노동의 입지가 진정으로 좁아지는 것은 맞지만, 그의 장밋빛 기대도 맞을 것 같지는 않다.
지금처럼 기술이 달려 나가고 정부가 방관한다면, 그보다 현실적인 그림은 점점 더 소수의 사람이 일자리를 획득하고 소득 격차가 극단적으로 벌어지는 것이다. 일자리를 기득권으로 만들어서는 미래 세대에 희망이 없다. 새 학기가 시작되는 3월이지만 청년에게 봄은 멀어지고 있다.
2026년 3월 2일 조선일보 민세진 동국대 경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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