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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일 공개된 박근혜 전 대통령의 자필 메시지는 그의 안위를 걱정하고 안타까워하던 국민에게는 감동적인 선물이었다. 그리고 국민의 기대를 능가했다. 우선, 그 글씨는 소박하면서 순수함과 진정성이 배어나는 글씨였다. 신뢰를 고취하고 공감이 우러나게 하는 글씨가 명필이라면 박 대통령의 서체가 바로 명필이 아니겠는가.
그리고 그렇게 억울한 옥살이의, 필설로 표현 못 할 불편함과 괴로움에 대해서는 언급조차 없이 이 국가적 위기에서 나라를 바로잡아 달라는 대국민, 대야권 호소만 담았다. 그것도 지극히 절제된 완곡 화법으로. 그동안 받은 흉악한 모욕과 모략과 극도의 신체적 고통이 박 전 대통령의 영혼을 부식시키지 않았고 오히려 고양했음을 짐작할 수 있다. 근대사의 가장 유명한 수인(囚人)이었던 넬슨 만델라는 시련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고난은 어떤 사람은 망가뜨리지만 어떤 사람은 승화시킨다. 어떤 도끼도, 최후에 마침내 자신을 극복하고 승리하리라는 희망을 갖고 부단히 노력하는 사람은 찍어 넘기지 못한다고.
박 전 대통령은 적절한 시점에 긴 침묵을 깼다. 물론, 나라는 운동권 정권의 마구잡이 국정 농단으로 하루하루 망가져 가고 있어서 계속 위기였지만 이제 중국발 역질에 대한 정부의 의도적 무대책으로 온 국민이 감염 위험에 내몰리고 있는 상황이다. 그 위에 합법적으로 정국 주도권을 탈환할 유일한 기회인 총선을 앞두고 보수 야권의 힘겨운 통합이 진행되고 있기는 하지만 보수적 가치와 대척점에 있는 듯한 인사들이 속속 합류하는 등, 총선 승리와 선거 후 국정 주도 능력이 불확실해 보이니 더 이상 침묵할 수 없다고 박 전 대통령은 판단했을 것이다. 더구나 사멸하다시피 했던 야권을 소생시켜 준 태극기 시민들의 뜻이 통합 야당에서 배제될 듯하니 풀뿌리 기반과 유리되려 하는 보수 야당의 행보가 어찌 불안하지 않겠는가?
그런데 이인영 민주당 원내대표와 심상정 정의당 대표 등 여당과 주변 세력들이 박 전 대통령의 품위 있고 절제된 호소에 대해 옥중 정치를 하느냐, 자신의 죄를 참회나 하라 등의 비난과 저주를 퍼부었다. 우리나라는 수인에게도 의사 표현의 자유가 있다. 박 전 대통령 재임 중에는 소통 부족 등 이런저런 불만이 있었지만 형사적 책임을 물을 불법행위는 전무했다. 현 정권의 말 못 할 국정 농단과 무수한 실정과 비교하면 박 전 대통령 수감의 부당성은 하늘을 찌른다. 그런데 죄스러워해야 할 여당 인사들이 꼭 김여정 수준의 어휘로 박 전 대통령 서신을 비난한다. 김여정 팬클럽 회원으로 커밍아웃하는 것인가?2020년3월 10일 서지문의 교수의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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