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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러운 백신 미보유국, 이번엔 진짜 ‘끝을 보자’
    스크랩된 좋은글들 2021. 4. 22. 07:35

    백신 미보유국 국민으로 수모
    백신주권 얼마나 소중한지 절감
    말로만 “이번엔 끝을 보자”
    실제론 찔끔 지원…결기 안 보여

     

    서울 강남구 진원생명과학 연구소에서 연구원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개발 관련 연구를 하는 모습. /연합뉴스

     

    미국·영국 등 백신 접종률이 높은 몇몇 국가를 제외하면 대부분의 나라들이 요즘처럼 백신 주권의 소중함을 절감하는 때도 없을 것이다. 미국 뉴욕타임스는 한국·일본 등 백신 접종이 느린 국가들을 ‘느림보(laggard)’라고 지칭하며 “상대적으로 낮은 감염률과 사망률로 사치스러운 시간적 여유를 부렸다”고 했다. 어떻게 보면 조롱에 가까운 말이다.

    지난해 초 글로벌 제약사들이 코로나 백신 개발에 착수했을 때 많은 전문가들이 “백신 개발에 보통 10년 이상 걸린다”며 “올해나 내년을 얘기하는 것은 희망 고문일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지난해 12월 화이자 백신은 신종 감염병이 발생한 지 1년도 지나지 않아 긴급사용승인을 따냈다.

     

    이렇게 빠른 시일 내에 백신이 나온 것은 그동안 축적해온 노하우도 있었지만 천문학적인 예산을 투입했기에 가능했다. 미국 트럼프 정부는 코로나 백신 신속 개발을 지원하는 ‘워프 스피드(Warp Speed) 작전’에 우리 돈으로 20조원을 투입했다. 과감한 결단으로 예상보다 빨리 코로나 백신이 나오게 한 것은 트럼프 대통령의 공이다.

     

    화이자(바이오엔테크)·모더나·아스트라제네카 등 개발에 성공한 제약사들은 그동안 연구해온 백신 플랫폼을 갖고 있었다. 달 착륙에 비유하면 달까지 갈 로켓(플랫폼)을 이미 개발해놓아 탐사선(항원 물질)만 만들어 탑재한 다음 발사한 것이다. mRNA 백신도 이번에 처음 나오긴 했지만 20년 전부터 연구·개발해온 플랫폼이다.

     

    반면 우리나라 제약사들은 신종 감염병 백신을 끝까지 개발해본 경험이 없다. 2015년 메르스 때도 삼성생명공익재단 지원으로 백신 개발을 시도했으나 흐지부지 끝났다. 현재 국내 5개 제약사가 코로나 백신을 개발하고 있지만 플랫폼부터 시작하기 때문에 갈 길이 멀고도 험난하다. 국내 백신 개발사 5곳 중 가장 앞서 있는 셀리드와 제넥신도 아직 임상 2a상을 진행하는 데 머물러 있다.

     

    전문가들은 국내 제약사 중에서 백신을 개발할 만한 기술 등 잠재력을 가진 회사들은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백신을 개발한 실적이 없으니 신속한 백신 개발을 지원한 감염병혁신연합(CEPI) 같은 민간국제기구에 응모해도 탈락할 수밖에 없었다. 그나마 셀트리온이 코로나 항체 치료제를 개발한 것은 이 회사가 지난 2009년 신종플루 항체 치료제 개발에 착수하는 등 꾸준히 노하우를 축적했기 때문에 가능했을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신종 코로나 발생 직후인 지난해 4월부터 “국산 코로나 치료제와 백신 개발을 확실히 돕겠다”며 “(이번엔) 반드시 끝을 보자”는 말을 여러 번 했다. 그는 “다른 나라가 먼저 개발해도, 코로나가 지나가도, 백신 주권을 위해 끝까지 개발하라”는 말도 했다. 문 대통령이 이번엔 국내 백신 개발의 끝을 보자며 적극 돕겠다고 한 것은 잘한 일이다.

     

    그런데 실제 집행은 말과는 다르다. 우리나라 올해 백신 개발 지원 예산으로 잡힌 것은 687억원에 불과하다. 코로나 발생 이후 최근까지 4차에 걸친 재난지원금 총액이 52조원인데, 대략 750분의 1 정도다. “끝을 보자”며 말만 적극 지원하겠다고 해놓고 실제로는 찔끔 지원에 머물러 있는 것이다. 복지부 담당자는 “3상에 들어가는 제약사가 나오면 추가 지원 방안을 찾아볼 것”이라고 말했다. 반드시 백신 개발을 하겠다는 결기도 느껴지지 않는다. 이대로 가면 백신 조기 확보에 실패했다는 오명에 이어 국산 백신 개발 지원도 말잔치에 그쳤다는 평가를 받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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