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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두뇌가 고장난 ‘치매 국가’가 되고 있다
    스크랩된 좋은글들 2021. 4. 30. 07:15

    국가 경영에도 지능의 격차가 있다.  백신 접종률이 세계 꼴찌권인 한국의 국가 지능은
    얼마나 될까

     

    문재인 대통령의 말을 듣다 보면 판단력이 정상인가 싶어 조마조마해지는 경우가 한두 번이 아니다. 지난주 외신 인터뷰에서 문 대통령은 바이든 미 대통령을 향해 ‘트럼프식’ 대북 접근을 따를 것을 촉구했다. 전임자 흔적 지우기에 올인하는 바이든에게 ‘트럼프처럼 하라’고 했다. 문 대통령은 중국몽(夢)의 선전장인 보아오 포럼에도 얼굴을 내밀었다. 미국 동맹국 정상 중 유일하게 참가해 미국의 자국 우선주의를 때리고 시진핑을 치켜세웠다. 지금 우리는 전 세계 백신 물량을 틀어쥔 미국의 협조에 목을 매고 있다. 백신 한 통이 아쉬운 상황에서 문 대통령은 미국을 자극할 언행을 계속했다. 마치 바이든의 심기를 건드리려 작정이라도 한 듯했다. 이런 자해가 어디 있는가.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0일 '2021 보아오포럼' 개막식에 영상으로 참석해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뉴시스

     

    국가 경영에도 지능의 격차가 존재한다. 만약 나라별로 지능지수(IQ)를 매길 수 있다면 이스라엘이 단연 1~2등을 다툴 것이다. 강소국(强小國)의 모델인 이스라엘은 코로나 사태에서도 전광석화 같은 작전을 펼쳐 집단면역 1호국이 됐다. 일본은 반대 사례다. 백신 물량을 확보해놓고도 자체 임상을 해야 한다며 접종 승인을 안 내주는 바보짓을 벌이고 있다. 코로나 국면에서 국가의 지능은 대체로 백신 접종률에 비례하는 듯하다. 전략적 두뇌 기능이 활성화된 나라일수록 접종률이 높고, 안 그럴수록 고전한다. 우리는 잘못된 초기 판단과 빈약한 전략으로 백신 조기 확보에 실패했다. 세계 꼴찌권 접종률에 허덕이는 대한민국의 국가 지능은 어떤 수준일까. 왜 이런 바보 같은 나라가 됐나.

     

    국가의 지능이란 곧 전략적 문제 해결 능력을 뜻한다. 현대사에서 대한민국은 머리 잘 쓰는 ‘두뇌형 국가’의 전형으로 꼽혔다. 이승만은 글로벌 지정학의 향배를 꿰뚫어 보고 한·미 동맹이란 ‘신(神)의 한 수’를 현실화했다. 박정희는 수출 주도 경제개발이란 탁월한 전략으로 민족 역량을 활화산처럼 분출시켰다. 광복 후 70여 년, 시대의 고비마다 시대를 따라잡으려는 우리 나름의 국가 전략이 있었다. 정권에 따라 실수도 나오고 오점도 남겼지만 세계사의 큰 흐름에 역행하는 판단 미스는 범하지 않았다. 가진 것 없는 나라가 오로지 머리 하나 잘 쓴 덕에 기적 같은 발전을 이루었다.

     

    그런데 이젠 아니다. 우리가 자랑하던 국가 경영의 두뇌 기능에 이상 징후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백신 조기 확보 실패는 국정 최고위층의 잘못된 판단이 낳은 참사였다. 오로지 백신만이 코로나 종결자가 될 수 있다는 당연한 상식을 문 정권만 무시했다. 코로나 사태 초기, 청와대는 백신 대신 기이할 정도로 치료약에 집착해 세간의 해석이 분분했다. 알고 보니 치료제를 개발하는 제약사 S 회장의 과장된 마케팅에 넘어간 탓이었다고 한다. 청와대 비서실장과 친구라는 S 회장 말만 믿고 백신의 중요성을 간과했다는 것이다. 비선(祕線)에 기댄 기형적 의사 결정이 나라를 ‘백신 거지’로 만들었다.

     

    국가 경영은 사실을 사실대로 직시하는 것에서 출발한다. 문 대통령의 상황 인식은 ‘가짜 뉴스’를 방불케 할 정도로 현실과 동떨어진 경우가 잦다. “코로나가 머지않아 종식될 것”이라고 말한 것이 벌써 1년도 전의 일이었다. 백신이 없는데도 “긴 터널의 끝이 보인다”거나 “다른 나라보다 집단면역이 빠를 것”이라고 뜬금없는 낙관론을 펼쳤다. 경제 인식은 더 황당했다. ‘마차가 말을 끄는’ 소득 주도 성장 정책으로 온갖 부작용이 속출하는데도 “정책 성과가 나타나고 있다”고 주장했다. 집값이 폭등해도 “부동산은 자신 있다” 하고 서민 경제가 망가져도 “경제가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우기며 4년을 보냈다. 도대체 어느 우주에 살고 있는지 의심스러울 지경이었다.

     

    국가 운명을 좌우할 주요 대목마다 자해와 다를 것 없는 의사 결정이 잇따르고 있다. 세계 최강의 한국형 원전을 죽이는 탈원전, 서민층을 영원한 무주택자로 전락시키는 부동산 역주행, 청년들에게 ‘가붕개(가재·붕어·개구리)’로 살 것을 강요하는 사다리 걷어차기, 기업 전사들을 교도소 담장 위에서 걷게 하는 가혹한 규제, 연금·재정 파산이라는 예정된 미래 방치하기, 동맹 관계를 흔드는 맹목적 북한·중국 추종 등등이 그 예다. 제정신으로는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국정이 펼쳐지고 있다. 전략가들이 맡아야 할 국가 경영의 운전석을 운동권 이념가들이 차고 앉았기 때문이다.

     

    두뇌가 고장 난 나라가 어떤 길을 걷는지 일본의 ‘잃어버린 20년’이 말해주었다. 일본이 장기 침체의 함정에 빠졌던 2000년대 초, 일본 지식인들은 나라를 ‘알츠하이머병 환자’에 비유했다. 지력(智力)이 쇠진한 무뇌(無腦) 정치인, 생각 없는 생계형 관료들이 일본을 국가적 치매에 빠트렸다고 한탄했다. 우리가 그 꼴이 됐다. 통치 엘리트들이 전략 대신 이념, 과학 대신 맹신, 미래 대신 과거에 빠진 나라가 제대로 갈 수는 없다. 이대로면 우리 앞에도 ‘잃어버린 20년’이 기다리고 있을지 모른다.

    #박정훈 칼럼#읽어주는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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