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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준석 바람이 ‘6·11 혁명’일 수 있다
    스크랩된 좋은글들 2021. 6. 24. 07:42

    1987년 6·10 항쟁 때 두 살이던 이준석 고루한 보수 뒤엎고 운동권 철옹성에 도전
    한국 정치 최대 癌, 지역 갈등까지 깨면 그게 정치 혁명이다

     

    어느 분이 이준석 현상을 ‘6·11 혁명’이라고 불렀다. 국민의힘 전당대회가 열린 6월 11일은 한국의 낡고 고루한 정치가 바로 그런 정치의 본거지에서 파산한 날이고 이는 우리 정치 역사에서 ‘6·10 항쟁’과 비견되는 하나의 혁명과 같은 변화라는 것이다. 1987년 중산층 넥타이 부대가 들고일어난 ‘6·10 항쟁’은 6·29 선언과 대통령 직선제라는 민주화를 이뤄냈다. 6·10 항쟁은 386 민주화 운동권의 정치권 진입 길을 열어주었고 그 운동권은 지금까지 우리 정치를 쥐락펴락하고 있다. 6·10 항쟁 당시 두 살이던 아이가 그로부터 34년 만에 새로운 정치 바람을 일으켜 고여 썩은 보수 정치를 뒤엎는 동시에 혐오스러운 기득권으로 변한 운동권 철옹성에 도전하고 있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23일 오전 제주시 봉개동 제주4·3평화공원을 방문해 희생자 영령에 참배한 후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2021.06.23./뉴시스

     

    국민은 정치 혁명이 일어나길 고대하고 있지만 이준석 바람은 아직은 혁명이 아니다. 혁명으로 발전하고 성공할 가능성을 보인 단초일 뿐이다. 역사에 ‘6·11 혁명’이라고 기록되려면 두 개의 큰 산을 넘어야 한다. 그러지 못하면 일회성 해프닝으로 끝날 수도 있다.

     

    이번에 국민의힘이 이준석을 선택한 것이 아니다. 당원 득표율은 2위에 그쳤다. 당원만으로 투표했다면 이준석 바람은 없었다는 뜻이다. 국민의힘은 이런 정당이다. 당의 얼굴은 파격적으로 바뀌었지만 본바탕은 그대로다. 시대가 바뀌어도 국민의힘 당원들은 거의 그대로인 때문이다. 변화를 따라가지 못하고 국민 다수의 생각과 괴리되는 경우가 많다. 국민의힘이 안고 있는 근본 문제다.

     

    2년 전 2019년 전당대회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국민 여론조사에서 크게 밀려 2등을 한 후보가 당원 투표에서 압도적 1등을 해 당대표가 됐다. 국민이 원하지 않는 사람을 당원들이 대표로 선택한 것이다. 2020년 총선 참패는 이때 이미 결정된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번에는 정반대였다. 당원 투표에서 2등을 한 이준석이 국민 여론에서 압도적 1등을 해 당대표가 됐다. 과거에 머물러 바뀔 줄 모르는 당을 국민이 보다 못해 직접 개입해 바꿔버린 것이다. 국민의힘 당원들의 인적 구조와 그들의 인식이 바뀌지 않고 지금 이대로면 이준석 바람은 안착하지 못한다. 이 대표와 한국 정치의 숙제다.

     

    국민들이 야당에 개입해 직접 당대표를 고른 것은 민주당 정권을 심판하라는 주문이다. 운동권 권력이 겉으로 착한 척하면서 뒤로 깐 호박씨가 가히 산을 이루고 있다. 그 위선에 질렸는데 무능하고 오만하기까지 하다. 이준석의 등장은 국민이 운동권에 ‘할 만큼 충분히 했으니 이제 그만하라’는 뜻을 밝힌 것이다. 운동권에 점령되기 이전의 민주당은 이런 당이 아니었다. 이제는 문빠가 좌지우지하는 당이 됐다. 이준석 바람이 혁명이 되려면 민주당을 운동권에서 해방시키는 변혁이 일어나야 한다.

     

    국민의힘과 민주당을 근본적으로 바꿔야 하는 이 과제는 한 개의 열쇠로 풀 수 있다. 국민의힘의 고루한 당원들과 민주당의 운동권은 사실 한 우물을 마시고 있다. 영·호남 지역 갈등이란 우물이다. 이준석 대표가 호남으로 다가가자 민주당 대표가 다급하게 호남으로 달려가 “속지 말라”고 단속한 것은 운동권 최후의 보루가 무엇인지 잘 보여준다. 영·호남 지역 구조가 깨지면 두 당의 기득권도 함께 무너진다.

     

    여론조사에 따르면 이 대표 당선 이후 호남 지역에서 민주, 국민의힘 지지율 격차는 55%포인트 차이에서 25%포인트 차이로 줄었다. 이 대표가 잘할 것이란 기대는 호남(61%)과 대구·경북(62%)이 차이가 없었다. 정치권 세대교체에 공감하는 비율도 호남(87%) 대구·경북(88%)이 같았다. 586 운동권은 이제 물러나야 한다는 호남 여론이 64%에 달했다. 큰 변화다.

    지역감정은 이를 이용해 생존하고 이득을 보는 정치 세력이 있기 때문에 결코 쉽게 없어지지 않는다. 해답은 젊은 층에 있다고 생각한다. 지역감정도 세습된다고 하고 실제 그런 경향이 없지 않다. 하지만 젊은 층에선 지역감정이 확실히 약하다. 지난 2월 조사에 의하면 광주 지역에서 민주당 지지율은 2030 세대에서 45~63%였지만 60대 이상은 80%였다. 작년 대구 조사에서 국민의힘 지지율은 2030 세대는 29% 안팎이었으나 60대 이상은 80%였다.

    그래서 36세 야당 대표가 어쩌면 영·호남 지역 구도를 깰 수 있을지 모른다는 기대를 낳고 있다. 이 대표는 취임 나흘 사이 호남을 두 번 방문했다. “5·18 이후 태어난 첫 세대를 대표해 광주의 아픈 역사에 공감하고 다시는 우리 당이 광주의 마음을 아프게 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거듭해서 “호남의 미래 세대와 함께 지역 발전과 일자리를 논의하겠다”고 했다. 전주에선 이 대표를 보고 2030 세대 100여명이 몰려들었다. 호남 젊은이들의 당원 가입도 늘고 있다고 한다.

    아직은 바람일 뿐인 이준석 현상이 태풍으로 바뀌어 국민의힘에서 5·18을 폄하하는 언행이 설 자리가 없어지고, 호남에선 ’90% 득표율'이 과거의 유물이 됐으면 한다. 당 전체의 세대교체를 이룬 국민의힘이 합리적인 보수당으로 진화하고 운동권에서 벗어난 민주당이 합리적인 진보당으로 변모했으면 한다. 그런 ‘6·11 혁명’을 진심으로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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