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민주당 대선 후보는 국토보유세 신설 공약에 대해 “국민들이 반대하면 안 한다”고 했다. 국토보유세는 토지 가격의 최대 1%까지 토지 보유자에게 걷겠다는 세금이다. 연간 30조원에 달하는 세수를 기본소득의 재원으로 쓰겠다고 했다. 이 세금은 부동산 세제를 근본적으로 바꾸고 국민 생활에 막대한 영향을 미친다. 이 중대한 정책을 밀어붙이다 여론이 나빠지자 철회할 수도 있다고 한 것이다. 이 후보는 국토보유세를 토지 정의 실현이라고 했다. “90% 이상 국민이 내는 것보다 받는 게 많다”며 “토지 보유 상위 10%에 못 들면서 반대하는 것은 악성 언론과 부패 정치 세력에게 놀아나는 바보짓”이라고 했다. 거의 극언이다.
그러나 국토보유세에 대해 재정 원칙에 맞지 않고 과도한 사유재산권 침해이며 정책 효과도 미지수라는 지적이 나오고 여론조사에서도 국토보유세 도입 반대가 55%에 이르자 입장을 바꾼 것이다. 이 후보 말에 따르면 국민 55%가 ‘바보’다. 이 후보는 바보들에게 놀아나 ‘토지 정의’를 포기하는가.
이 후보는 대선 전 전 국민 재난지원금 지급도 3주 만에 철회했다. 여당은 올해 거둘 세금을 내년으로 미뤄 지원금 재원으로 삼자는 초유의 ‘납부 유예’ 꼼수까지 동원하려 했다. 기재부를 국정조사로 위협했다. 하지만 반대 여론이 60~70%에 이르자 슬그머니 물러섰다. 이 후보는 지난 10월엔 한 지역에서 개업할 수 있는 음식점의 총량을 제한하는 ‘음식점 허가 총량제’와 ‘주 4일 근무제’도 꺼냈다. 모두 국민 생활의 근본을 흔들 공약들이다. 비판이 커지자 “아이디어 차원이었다”고 했다. 지난 7월엔 기본소득에 대해 여야 모두에서 ‘현실성 없다’는 비판이 나오자 “기본소득이 1번 공약이라고 할 수 없다”고 했다.
이 후보가 내세웠다 철회한 공약들은 모두 국가의 기본 틀을 흔들고 국민 생활에 심대한 영향을 미치는 사안들이다. 정책 효과와 실현 가능성에 대한 신중한 검토가 필수적이다. 대선에서 표 얻기 위해 즉흥적으로 꺼낼 수 있는 문제가 아닌데도 ‘아니면 말고’식 행태가 거듭되고 있다. 이 후보는 국민의 신뢰를 얻는 것이 대선 승리의 출발점이란 사실을 되새기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