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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통령의 빗나간 國政 철학 결과는 무섭다
    스크랩된 좋은글들 2021. 12. 11. 08:03

     대통령의 빗나간 國政 철학 결과는 무섭다

    정부가 ‘할 수 있는 일’이 있고 ‘할 수 없는 일’이 있다. 정부가 ‘할 수 있는 일’이라 해도 그 속에는 ‘꼭 해야 할 일’과 ‘절대로 하지 말아야 할 일’이 뒤섞여 있다. 정부도 돈과 시간이란 자원(資源)의 제약을 벗어날 수 없다. 따라서 ‘꼭 해야 할 일’ 가운데 시급성과 중요성을 따져 실행의 우선순위를 정해야 한다. ‘꼭 해야 할 일’의 우선순위를 결정하는 대통령의 ‘판단 기준’과 대통령이 제시하는 ‘문제 해결의 방향’이 국정 운영 철학이다. 대통령이 정한 우선순위를 뒤집을 만큼 무모한 공무원도 없고, 대통령 손가락은 동쪽을 가리키는데 서쪽에서 해결책을 찾아 올리는 눈치 없는 공무원도 없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6일 ‘무역의 날’ 기념식에서 ‘우리는 일본의 수출 규제부터 코로나로 이어지는 위기 속에서도 흔들리지 않고 무역의 힘으로 선진국이 됐다’면서 ‘이런 소중한 성과마저 오로지 부정하고 비하(卑下)하기만 하는 사람들이 국민의 자부심과 희망을 무너뜨리고 있다’고 했다. 대통령 담당 기자들은 ‘대통령 말씀’을 ‘작심(作心) 발언’이라고 표현했다. 벼르고 별렀다는 뜻이다. 연설의 끝을 이 말로 맺었으니 사실일 것이다.

     

    이 기사를 보고 대통령 연설을 다시 읽으면서 떠오른 첫 생각은 왜 ‘무역의 날’이 언제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언급조차 않았을까 하는 의문이었다. 올해 수출액은 6300억달러, 무역 규모는 1조2000억달러로 추계(推計)한다. 현재의 성과를 자랑할 때는 으레 과거의 미미(微微)했던 시절을 되돌아보는 것이 연설의 상례(常例)다. ‘무역의 날’은 1964년 제정 당시 ‘수출의 날’이었다. 수출 실적이 1억달러를 달성한 것을 기념하기 위해서였다. 박정희 대통령은 축사에서 ‘평소 우리들의 숙원(宿願)인 억대 수출을 달성했다’면서 감격했다. 그 후 우리 수출은 10억달러(1971년) 100억달러(1977년) 1000억달러(1995년) 5000억달러(2012년)로 몇 계단씩 건너뛰며 성장했다.

     

    역대 대통령은 모두 이런 과거를 되짚어 올라가고 나서 미래의 더 큰 성장을 다짐했다. 문 대통령 연설에만 역사가 빠져 있다. 대한민국 역사로부터 단절과 이탈(離脫), 이것이 문 대통령과 현 정권의 ‘역사의식’이다. 2004년 노무현 대통령 연설은 현 정권을 향한 채찍으로 기록해 둬야 할 듯싶다. “해외에서 우리 기업들이 활동하는 모습을 보며 정말 고맙고 참 자랑스러웠다. (그분들을 대할 때마다) 기업의 성공이 대한민국의 성공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이 우리 경제가 넘었던 산(山)으로 거론한 ‘일본의 수출 규제’는 그냥 시작된 게 아니었다. 취임하자마자 일본과의 위안부 합의 중 한국 측 실천 사항을 사실상 백지화(白紙化)한 데서 비롯됐다. 뒷수습은 반도체 기업들이 유럽·미국·일본을 뛰어다니며 감당했다. 정부는 반도체 공장을 신설할 때 송전(送電) 급수(給水) 시설 설치에 손 하나 보태지 않았다. 이런 대가(代價)를 치른 대일(對日) 외교는 올 스톱 상태고 한-일 외교 공백은 한-미 관계에도 악영향을 끼치며 한국 외교 입지(立地)를 좁혀 놓았다. 대통령의 잘못된 국정 철학 또는 국정 철학의 부재(不在)가 문제의 근원이다.

     

    대통령의 국정 철학은 대통령이 사람을 쓰는 데도 결정적 영향을 미친다. 대통령 정책실장과 경제부총리는 대통령과 만나는 횟수(回數)와 접촉 시간에서 비교도 되지 않는다. 자주 많이 만나는 쪽이 실세(實勢)다. 문 정권 경제 사령탑은 정책실장이다. 대통령은 취임 이래 내리 세 번 이 자리에 시민운동과 대학교수를 겸업(兼業)해 온 사람들을 앉혔다. 이들은 28번의 부동산 정책 수립을 지휘했고 그 결과 집값 전셋값·월세는 올라갈 데까지 올랐고, 정부는 집값이 올랐다고 집주인에게 공중폭격하듯 세금을 퍼붓고 있다. 정책에도 만행(蠻行)이란 게 있다면 바로 이런 걸 가리킬 것이다. 우리 공무원이 과거만큼 유능하진 못할지언정 이렇게 무능하진 않다. 대통령은 국내에서 원전을 폐쇄하면서도 해외에 나가선 한국 원전을 세일즈하는 데 아무런 모순(矛盾)을 느끼지 못한다고 한다. 대통령이 자신의 국정 운영 철학에 스스로 갇히면 이렇게까지 무섭다.

     

    하루 한 건씩 공약을 발표하는 이재명 후보와 그 뒤를 쫓으며 ‘더블’을 부르는 윤석열 후보에게 공약 말고 ‘당신의 국정 철학이 무엇이냐’고 묻는다. 이재명 후보의 답변은 당분간 기대하기 힘들 듯하다. 어제 발생한 대장동 산사태가 더 큰 산사태의 전조(前兆)나 예고편(豫告篇) 같기 때문이다. 울리는 소리가 심상치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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