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대선을 앞둔 정국에서 비(非)상식적인 일이 연속해서 일어나고 있다. 제1 야당 대표가 선거 관련 일은 하지 않고 당대표직만 하겠다고 한다. 정당 대의 민주주의 국가에서 정당 활동의 최종 목표는 정권 획득이다. 대선을 앞두고 제1 야당 대표가 선거 조직에서 손을 떼겠다고 말하는 것은 자기 정당의 존립부터 부정하는 비상식적인 일이다.
이재명(오른쪽) 더불어민주당,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가 지난 19일 서울 용산구 효창공원 삼의사묘에서 열린 매헌 윤봉길 의사 순국 89주기 추모식에 참석해 있다./뉴시스
치열한 대선전에서 정권 획득을 위한 일보다 더 중요한 당무는 없다. 정당의 목적은 정권 획득을 통한 정강 정책 실현이다. 정당의 본질상 정권 획득을 위한 노력은 정당 활동의 핵심이다. 그래서 정당 대선 후보가 정해진 때부터 정당은 대선 후보 중심으로 움직일 수밖에 없다. 정당의 당헌 당규도 그렇게 정했다.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날 수밖에 없다. 당대표의 반복되는 비상식적 정치 행태와 관련된 이런저런 양비론은 옳지 않다.
여당 대선 후보가 스스로 설계했다는 대장동 사업 관련 실무자들이 배임 등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 ‘키맨’ 또 한 명이 극단적 선택을 했다. 벌써 두 번째다. 국민의 의혹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 설계자 말대로 ‘설계자는 놔둔 채 주변만 살피니’ 이런 일이 반복해서 생긴다면 이젠 설계자를 살펴야 하는 것이 상식이다. 그런데도 검찰은 설계자를 피해 가는 비상식적 수사 행태를 이어가고 있다. 설계자 스스로도 야당 후보와 함께 특검을 통해 진실을 규명하자는데 여당은 요지부동이다.
여당 대선 후보가 던지는 부동산과 조세 관련 주장은 청와대의 반대에도 밀어붙이려는 여당이 특검 요구에 대해서는 우이독경인 것도 비상식이다. 부동산과 조세 관련 정책은 표가 되지만 특검은 표를 잃는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바로 그런 생각의 뿌리에 대장동의 진실이 있다고 믿게 되는 것이 상식이다.
제1 야당 대선 후보 경쟁에서 2등을 한 정치인이 경선 결과에 깨끗이 승복해서 박수를 받았다. 그가 대선 후보를 적극적으로 돕지 않고 관전자 위치에서 비판만 일삼는 정치 행태도 상식과는 거리가 멀다.
비례대표 의석을 늘려 보겠다는 당리당략의 유혹에 빠져 기형적 선거법과 공수처 설치를 맞바꾸는 정치 행태를 보인 정당이 있다. 바로 그 정당이 요즘 대선 정국에서 정의를 독점한 듯한 정치 행태를 보이는 것도 상식적이진 않다. 공수처의 비상식적이고 편향된 탈법적 수사 행태와 언론 및 정치 사찰에 대해서 한마디라도 비판하는 것이 정의라는 이름에 어울리는 최소한의 상식이다.
대장동 몸통 의혹을 받고 있는 여당 대선 후보와, 배우자 비리 의혹에 휩싸인 제1 야당 대선 후보의 도덕적 허물을 같은 무게로 다뤄 양비론을 펼치는 언론의 보도 행태도 비상식적이다. 언론은 진실에 바탕을 둔 공정한 보도를 하여야 할 책임이 있다. 언론이 이런 책무를 소홀히 한 채 손쉽게 양비론에 빠질 때 언론의 기능은 약해진다. 모든 사회과학의 숨 쉴 공간은 균형감 있는 이익 형량과 합리적 가치 판단에 있다.
내년 3월 9일 대선을 앞두고 매일 벌어지는 우리 정치권의 비상식적 현상을 보는 국민은 혼란스럽고 짜증이 난다.그렇지만 우리와 후손이 살아갈 내 나라를 지키고 구하는 것은 결국은 주권자인 국민의 몫이다. 선거란 언제나 어려운 선택이다. 최선의 선택을 해야 하지만 최악의 선택만은 피해야 한다. 정권 유지를 원한다면 여당 후보를, 정권 교체를 원한다면 야당 후보를 선택해야 한다. 여당 후보가 아무리 임기응변식으로 현 정부와 다른 정책을 편다고 해도 여당 후보의 당선은 정권 교체가 아니다. 정부 교대에 불과하다. 복수 정당 제도의 정당 대의 민주주의 나라에서 정권 교체란 정당 간 정권 교체를 말한다. 단순한 정부 교대가 아닌 정권 교체를 바란다면 야당 후보가 대통령으로 당선할 수 있도록 투표를 해야 한다.
주권자인 국민은 사리사욕과 당리당략에 따라 움직이는 정치인과 달리 자신과 가족뿐 아니라 후손과 나라를 함께 생각하면서 투표해야 한다. 짜증 나는 비상식이 지배하는 혼탁한 선거 정국이지만 국민은 이성을 잃지 말고 상식적 판단을 해야 한다. 내년 대선 이후의 우리나라를 생각하면 희망 속의 불안감을 숨길 수는 없다. 달콤한 포퓰리즘으로 국민을 속이려는 비상식적 선거 전략이 난무하기 때문이다.
우리 국민은 나라가 어려울 때 언제나 올바른 선택을 해 왔다. 지금처럼 나라가 흥망성쇠의 갈림길에 서 있는 위기 상황에서 국민은 반드시 또 한번 위대한 구국의 선택을 하리라고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