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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달러 넣은 편지로 돌아온 50년 전 홍합탕 한 그릇스크랩된 좋은글들 2021. 12. 29. 07:52지난달 12일 오전 11시 30분쯤 한 70대 남성이 노란색 작은 봉투 하나를 들고 서울 서대문경찰서 신촌지구대로 들어왔다. 그는 “미국에 사는 친구가 이 편지를 파출소장에게 전달해달라고 했다”면서 근무 중이던 경찰에게 봉투를 건네고 떠났다. 이름과 나이도 밝히지 않았다. 봉투 안에는 미국의 한 은행이 발행한 1000달러 수표 두 장(약 237만원)과 볼펜으로 눌러쓴 A4용지 한 장짜리 편지가 들어있었다. ‘존경하는 신촌파출소 소장님께’로 시작되는 편지에는 50년 전 가난한 20대 고학생(苦學生)이던 자신의 사연이 담겨 있었다. 그 역시 편지에 ‘저는 미국 뉴욕에 사는 장OO(가명)입니다’라고 했을 뿐 자신의 이름은 밝히지 않은 채 2000달러를 보낸 사연만 적었다.
1970년대 장씨는 강원도 농촌 마을에서 서울 신촌으로 올라와 살던 가난한 학생이었다고 한다. 아르바이트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던 어느 추운 겨울날이었다. 지금은 한 백화점이 들어선 신촌시장 뒷골목을 지나던 중 리어카에서 홍합을 팔던 아주머니들을 마주쳤다고 했다. 춥고 배가 고팠던 장씨는 자기도 모르게 “홍합 한 그릇만 먹을 수 있겠느냐. 돈은 내일 가져다 드리겠다”고 했다. 그러자 한 아주머니가 자신의 리어카에서 따뜻한 홍합을 퍼 장씨에게 줬다고 한다. 경제적으로 쪼들렸던 장씨는 그 뒤로 홍합 값을 내지 못했다고 한다.
군 복무를 마치고 그는 미국으로 이민을 갔다. 하지만 모국을 떠나 타지에서 생활을 하면서도 어려웠던 그 시기 홍합 값을 내지 못한 기억이 늘 마음에 걸렸다고 한다. 그는 편지에서 “그 친절하셨던 아주머니에게 거짓말쟁이로 살아왔다”며 “늦게나마 그 아주머니의 선행에 보답해드려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부끄러움을 무릅쓰고 속죄의 심정으로 편지를 보내게 됐다”며 “지역 내 가장 어려운 분들에게 식사 한 끼라도 제공해달라”는 말도 덧붙였다.
경찰은 장씨의 뜻에 따라 지난 23일 장씨가 건넨 돈을 신촌동 지역사회보장협의체에 기부했다. 협의체는 지역 내 기초생활수급자, 노인, 장애인 등 취약 계층에 식품·생필품을 전달하는 단체다. 황영식 신촌지구대장은 “추운 연말, 기부자의 선행 덕에 어려운 분들에게 따뜻한 음식을 대접해 드릴 수 있어 기뻤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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