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대표를 향해 “후보 말만 듣겠다”고 한 조수진 최고위원의 항명은 지탄을 받아야 했다. 그렇다고 해서 당 대표가 선대위직까지 던져야 했느냐는 비판도 만만찮다. 윤 후보도 이번엔 “평론가 행세 그만두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더 이상 이 대표의 행동을 묵과할 수 없다는 지지층의 반발이 거셌기 때문이다. 윤 후보 측은 “이 대표에게 손을 내민 ‘울산 회동’은 없다”고 말했다.
▷대선 후보가 선출되면 당 대표는 대부분 뒷전으로 밀려났다. 당무우선권을 쥔 후보가 전권을 행사하기 때문이다. 2007년 대선 당시 한나라당 강재섭 대표실 관계자는 “이명박 후보 측이 의사결정을 주도하면서 하루에도 몇 번씩 대표직을 그만둬야 하는 것 아니냐는 생각을 했다”고 토로했다. 이 대표는 “이런 당 대표는 안 하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하지만 대여 공세는 접어둔 채 연일 윤 후보를 대놓고 공격하는 것이 당 대표의 새로운 역할이냐는 논란에 휩싸인 것이다.
▷당 안팎에서 이 대표의 ‘자기 정치’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초선 의원 모임에서 당 대표 사퇴 요구도 나왔다고 한다. 이 대표는 초선 의원 간담회에 참석해 토론하자고 했지만 이마저 거부당했다. 초선 의원들이 “당 대표가 변화된 모습을 보이는 것이 먼저”라고 선을 그었다. 사면초가(四面楚歌) 형국이다. 이 대표는 어제 언론 인터뷰에서 “후보 측에서 요청이 있으면 선대위 복귀를 검토한다”고 한발 물러섰다. 그러자 윤 후보는 “본인이 누구보다 당 대표 역할을 잘 알고 계시고, 잘할 것으로 기대한다”고만 했다. 이 대표에게 결단의 순간이 다가오고 있다.
정연욱 논설위원 jyw1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