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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로에 선 이준석
    스크랩된 좋은글들 2021. 12. 29. 08:10
     
     
     
    국민의힘 김종인 총괄선대위원장은 “선거에 도움 준다는 사람들이 자기 의견을 피력하는 경우가 많은데 선거에 도움 되는지 아닌지 냉정하게 판단하고 발언해야 한다”고 말했다. 상임선대위원장직을 그만둔 뒤에도 윤석열 후보 때리기를 계속하는 이준석 대표를 정조준한 것이다. 이 대표가 “척 하면 착 하는 사이”라고 자부하던 김 위원장에게서 일격을 맞은 셈이다. 이 대표의 독자 행동이 선을 넘었다는 판단을 한 듯하다.

    ▷이 대표를 향해 “후보 말만 듣겠다”고 한 조수진 최고위원의 항명은 지탄을 받아야 했다. 그렇다고 해서 당 대표가 선대위직까지 던져야 했느냐는 비판도 만만찮다. 윤 후보도 이번엔 “평론가 행세 그만두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더 이상 이 대표의 행동을 묵과할 수 없다는 지지층의 반발이 거셌기 때문이다. 윤 후보 측은 “이 대표에게 손을 내민 ‘울산 회동’은 없다”고 말했다.

    ▷대선 후보가 선출되면 당 대표는 대부분 뒷전으로 밀려났다. 당무우선권을 쥔 후보가 전권을 행사하기 때문이다. 2007년 대선 당시 한나라당 강재섭 대표실 관계자는 “이명박 후보 측이 의사결정을 주도하면서 하루에도 몇 번씩 대표직을 그만둬야 하는 것 아니냐는 생각을 했다”고 토로했다. 이 대표는 “이런 당 대표는 안 하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하지만 대여 공세는 접어둔 채 연일 윤 후보를 대놓고 공격하는 것이 당 대표의 새로운 역할이냐는 논란에 휩싸인 것이다.

     
    ▷선대위에서 물러난 당 대표 역할에 대해 이 대표는 “내년 3·9 재·보선과 지방선거 공천 준비”라고 했다. 그러나 공천 준비는 대선과 무관하게 돌아가지는 않을 것이다. 만약 윤 후보가 대선에서 이기면 이 대표 무용론이, 윤 후보가 대선에서 진다면 이 대표 책임론이 제기될 것이다. 이런 판국에 당 대표의 공천권 행사가 가능하겠는가. 김 위원장이 “이 대표의 정치생명은 대선에 달렸다”고 한 이유일 것이다. 선대위직 사퇴는 이래저래 이 대표의 출구전략을 어렵게 하고 있다.

    ▷당 안팎에서 이 대표의 ‘자기 정치’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초선 의원 모임에서 당 대표 사퇴 요구도 나왔다고 한다. 이 대표는 초선 의원 간담회에 참석해 토론하자고 했지만 이마저 거부당했다. 초선 의원들이 “당 대표가 변화된 모습을 보이는 것이 먼저”라고 선을 그었다. 사면초가(四面楚歌) 형국이다. 이 대표는 어제 언론 인터뷰에서 “후보 측에서 요청이 있으면 선대위 복귀를 검토한다”고 한발 물러섰다. 그러자 윤 후보는 “본인이 누구보다 당 대표 역할을 잘 알고 계시고, 잘할 것으로 기대한다”고만 했다. 이 대표에게 결단의 순간이 다가오고 있다.

    정연욱 논설위원 jyw1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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