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그제 대선 승리 후 가진 첫 기자회견에서 “기자들과 자주 간담회를 갖겠다. 언론 앞에 자주 서겠다”고 밝혔다. 지난달 11일 방송 6개사 공동주관 2차 TV토론회에서는 “특별한 일이 없어도 1주일에 한 번은 기자들과 기탄없이 만나겠다”고 했다. 1주일에 한 번 기자들과의 기탄없는 간담회가 얼마나 현실적인지 모르겠으나 대통령이 현안에 대해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는 시간을 짧게라도 지속적으로 갖는 것이 중요하다.
5년 전 문재인 대통령도 대통령에 당선된 뒤 취임사에서 “국민과 수시로 소통하는 대통령이 되겠다. 주요 사안을 대통령이 직접 언론에 브리핑하겠다. 퇴근길에는 시장에 들러 마주치는 사람들과 격의 없는 대화를 나누겠다. 때로는 광화문광장에서 대토론회를 열겠다”고 약속했다. 어느 것 하나 지켜지지 않았다.
문 대통령은 정상회담 등으로 내외신 앞에 섰을 때를 제외하고는 신년 기자회견 4번, 취임일 기념 기자회견 4번, 국민과의 대화 2번을 했을 뿐이다. 김대중 전 대통령과 노무현 전 대통령은 약 150번 직접 카메라 앞에서 브리핑이나 기자회견을 했다. 더불어민주당으로부터 불통이라고 비판받은 이명박 전 대통령과 박근혜 전 대통령도 문 대통령보다는 자주 기자들 앞에서 질문을 받았다.
미국 대통령은 현안이 있을 때 자주 백악관 기자실 등에 나타나 기자들에게 직접 설명하고 질문을 받는다. 프랑스에서 대통령 행사에는 장소에 구애 없이 언론접촉점(point de presse)이 설치돼 대통령이 직접 기자들의 질문을 받는다. 일본 기자들은 총리를 24시간 쫓아다니며 총리는 하루에 한 번은 직접 기자들에게 답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우리나라만 대통령의 기자회견이 1년에 한두 번 하는 특별한 행사인 양 잘못 인식돼 있다. 민주주의는 말의 정치이고 그 말에 책임지는 정치다. 대통령의 생각이 ‘청와대 핵심 관계자’라는 익명 취재원을 통해서가 아니라 대통령의 육성으로 직접 전달될 때 비로소 국민에게 책임지는 정치가 가능하고 국정 운영의 실패도 현저히 줄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