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이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상대 업무보고에서 문재인 대통령 임기 말 새 감사위원 임명 제청 요구와 관련 우려를 표명한 것으로 알려진 25일 서울 종로구 감사원의 모습. /연합뉴스
감사원은 25일 인수위 업무보고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임기 말 감사위원을 임명하려는 것에 대해 “현 시점처럼 중립성 논란이 있을 수 있는 상황에서 (감사원장이 감사위원) 제청권을 행사하는 것이 적절한지 의문”이라고 했다. 또 “현 정부와 새 정부가 협의되는 경우에 제청권을 행사하는 것이 과거 전례에 비춰 적절하다”고도 했다. 떠나는 대통령이 다음 대통령 임기 동안 감사원을 이끌 감사위원을 일방적으로 임명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선을 그은 것이다. 올바른 판단이다.
감사위원회는 감사 계획과 결과를 심의·의결하는 최고 기구다. 문 대통령은 공석인 감사위원 2명 중 한 명을 자신이 임명하겠다고 했다. 윤석열 당선인이 “바람직하지 않다”고 반대했지만 대통령 권한이라며 굽히지 않았다. 이로 인해 두 사람 간 회동은 대선 이후 보름 넘게 미뤄졌다. 감사위원은 감사원장의 제청을 받아야 한다. 제청이 없으면 임명할 수 없다. 과거에도 신·구 정부가 협의하에 감사위원을 임명했고 떠나는 대통령이 일방적으로 한 적은 없다고 한다.
그런데도 문 대통령이 인사를 강행하려 한 것은 감사위원회의 과반수를 자기 사람으로 채워 놓으려는 것이다. 감사위원회는 감사원장을 포함해 7명으로 구성되는데 현재 3명이 문 대통령 측 인사다. 한 명만 더 채우면 과반이어서 새 정부에서도 문 대통령 측이 감사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실제 월성 1호기 경제성 조작 감사 때 친여 위원들이 감사 의결에 반대해 결과 발표가 몇 달간 미뤄졌다.
문 대통령은 그동안 민변 출신 등 코드 인사들을 감사위원에 줄줄이 임명했다. 정치적 중립성은 안중에도 없었다. 작년 말에는 청와대에서 자신과 함께 일하고 책까지 쓴 사람을 감사위원에 앉혔다. 월성 감사가 시작되자 김오수 전 법무부 차관(현 검찰총장)을 감사위원에 보내려고 수차례 시도했다. 올 1월엔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을 감사원 사무차장으로 내려보냈다. 이 사실이 사전에 알려지자 제보자를 색출하겠다고 감사원 전 간부의 통화 기록까지 조사했다.
감사원은 현재 청와대와 LH 땅투기, 백현동 비리, 4대강 보 철거 등에 대한 감사를 하고 있다고 한다. 새 정부가 출범하면 태양광과 탈원전, 부동산과 코로나 대응, 대장동 비리 의혹 등에 대한 감사가 이어질 수 있다. 문 대통령은 감사위원 알박기를 통해 자신에게 불리한 감사를 어떻게든 막아 보겠다는 생각일 것이다. 하지만 그렇게 한다고 쌓인 비리나 실정(失政)이 덮일 수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