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사전 투표 당시 선관위의 준비 부족 등으로 투표 용지가 소쿠리 등으로 운반되는 등 전국 곳곳에서 큰 혼란이 벌어졌다. 이미 기표된 투표 용지가 유권자에게 배부되기도 했다. /조선일보 DB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대선 사전 투표 혼란에 대한 감사원의 감사 계획에 대해 “선관위는 헌법상 독립 기구로 감사원의 직무 감찰 대상으로 보기 어렵다”며 거부 입장을 밝혔다. 감사원의 감사 범위가 헌법상 ‘행정기관 및 공무원의 직무’인 만큼 선관위는 그 대상이 아니라는 주장이다. 선관위가 감사원의 감찰 대상인지에 관해서는 논란 소지가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지금의 선관위가 헌법기관의 독립성과 중립성을 내걸고 감사를 거부하겠다고 버티는 건 정말 염치없는 처사가 아닐 수 없다.
선관위원장부터 정권 편 법조 서클 출신이고, 사실상 정권 편 사람이라는 그 이유 하나로 5부 요인 자리를 꿰찼다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또 전체 선관위원 7명 중 6명이 친여 성향이다. 이렇게 출신 성분부터 편향된 선관위는 선거 때마다 철저하게 여당 편을 들었다. 2020년 총선 때 여권의 ‘100년 친일 청산’ ‘적폐 청산’ 문구는 허용하면서 야당의 ‘민생 파탄 투표로 막아주세요’ ‘거짓말 OUT 투표’ 등은 금지했다. 이번 대선 때도 민주당이 국민의힘 후보를 겨냥한 ‘신천지 비호 세력’ ‘술과 주술에 빠졌다’ 등의 문구는 허용했다. 선거 심판이 아니라 정권 하수인 노릇을 해 왔다.
이번 대선 때 코로나 확진·격리자 사전 투표에서 선관위는 유권자가 기표한 투표용지를 소쿠리, 라면 상자, 비닐봉지에 담아 옮기는 황당한 일을 벌였다. 특정 후보에게 이미 기표한 투표용지를 유권자에게 배부하기까지 했다. 선거를 책임지는 헌법기관이 선거 기본인 직접·비밀투표 원칙을 어긴 것이다. 하루 20만명씩 쏟아지는 코로나 확진자가 투표해야 하는 초비상 상황인데도 선관위원장은 ‘토요일’이라면서 출근하지 않았다. 그래놓고 선거 관리 실패 책임을 선거국장 등 아랫사람에게 돌리면서 자리 보전에 나섰다.
이런 모습이 얼마나 황당했으면 집권당에서조차 “21세기 대한민국의 선관위 맞느냐”는 탄식이 나왔겠나. 수사를 받아도 모자랄 판인데 감사원 감사도 못 받겠다고 한다. 정말 얼굴이 두꺼운 사람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