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를 토목 정권이라더니, 바다 메꿔 활주로 만드는 가덕신공항 국무회의 의결, 탄소중립 선언해놓고는 탄소 덩어리 사업. 국가가 벌인 ‘녹색 세탁’
국토부가 공개한 가덕신공항 조감도. 공항 윗쪽으로 해발 264m 국수봉이 있는데 그걸 발파해 거기서 나온 토사로 바다를 메꿔 활주로를 조성한다는 구상이다.
포퓰리즘에는 소수에게 거둬 다수에게 뿌리는 ‘2% 털기’, 다수에게 조금씩 긁어 모아 소수에게 몰아주는 ‘깃털 빼기’, 미래 세대 몫을 당겨와 현 세대가 나눠 갖는 ‘손주 약탈’의 세 유형이 있다. 셋 다 표를 노린 것이다. ‘2% 털기’ 경우 98% 다수의 지지를 끌어내자는 것이다.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세제가 대표적이다.
‘깃털 빼기’는 박근혜 정부의 청와대 경제수석이 ‘거위가 고통을 느끼지 않도록 깃털 살짝 빼내기’라고 설명했다. 깃털 뽑히는 개인으로는 미미한 액수라 별 고통이 없지만, 국민 다수로부터 긁으면 상당한 재원이 된다. 그걸로 특정 집단에 이익을 몰아줘 그들을 우호 세력으로 만드는 것이다. 이재명 전 경기지사가 추진했던 일산대교 통행료 무료화가 비슷한 시도였다. 일산대교는 국민연금 소유여서 전 국민이 주인이라고 할 수 있다. 통행 무료화가 연금 가입자 개개인에게 끼치는 손해는 무시할 수준이다. 반면 일산대교 주변 김포·고양·파주 시민에겐 적지 않은 혜택이 된다. 지역 표를 모으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손주 약탈’에서 손주는 청소년·어린이일 수도 있고 아직 태어나지 않은 세대일 수도 있다. 손주 세대엔 투표권이 없다. 그들은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이해할 능력도 부족하다. 피해를 보고도 반발하거나 저항하지 않는다. 문재인 정부가 당연히 했어야 할 국민연금 개혁을 외면한 것은 손주 약탈의 대표 사례였다. 국민연금은 기성세대에게 과도한 이익이 가도록 설계돼 있다. 그로 인해 1990년 이후 태어난 세대는 보험금을 열심히 내더라도 나중에 연금을 받지 못할 수 있다. 그런데도 문 대통령은 연금 개혁안을 국민 정서에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외면했다. 문 대통령에겐 기성 세대 유권자가 중요하지 투표권 없는 손주 세대 이익 보호는 관심 밖이다. 임기 동안 늘려 놓은 국가 부채 400조원도, 이익은 현 세대가 보고 뒷감당은 미래 세대에 떠넘긴 것이다. 사실 세 유형 포퓰리즘 중에서 손주 약탈이 제일 비윤리적이다. 미래 세대는 자기 이익을 방어할 수단을 갖지 못하기 때문이다.
문 정부 국무회의가 지난주 가덕도 신공항 추진을 최종 결정했다. 가덕신공항은 깃털 빼기와 손주 약탈이 결합한 포퓰리즘이다. 공항 건설엔 13조7500억원이 드는데, 편익은 그것의 겨우 절반을 넘는다. 그에 따른 부담을 전 국민에게 분산시키면 각자에게 결정적 액수는 아닐 것이다. 고통은 미약하거나 못 느낄 수준이다. 반면 부산·경남에 집중되는 이익은 무시 못한다. 곧 있을 지방선거에서 여당에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다. 국민 돈을 긁어 모아 선거 운동을 하는 셈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2021년 2월 25일 부산에서 열린 ‘동남권 메가시티 구축 전략 보고'에 참석, 가덕도 공항 예정지를 선상 시찰하며 이병진 부산시장 권한대행으로 부터 설명을 듣고 있다./뉴시스
사업의 비용 대비 편익이 1보다 작으면 하지 않는 게 정상이다. 가덕신공항은 0.51~0.58밖에 안 된다. 그런데도 지방 활성화를 명분으로 추진하고 있다. 가덕도 신공항 특별법부터 사업 기본 방향을 ‘국토 균형 발전’으로 명시했다. 그런데 국토부가 배포한 타당성 검토 보고서를 들여다 보면 균형 발전 논리의 앞뒤가 안 맞는다. 보고서는 16개 시·도별로 인구 증가율, 재정 자립도, 제조업 비율, 도로율, 인구당 의사수 등 8개 지표를 따져 ‘지역 낙후도’를 파악했다. 그 결과 경남은 발전도에서 8위, 부산은 9위의 중위권이었다. 수도권과 울산 등이 상위권이었고 경북(13위), 강원(14위), 전북(15위), 전남(16위)이 제일 낙후했다는 평가였다. 이렇게 되면 하위 지역에서 낸 세금의 일부까지 그들보다 형편이 나은 중위권 지역 사업에 투입되는 셈이다. 그게 어떻게 균형 발전의 모색이 되는지 납득하기 힘들다.
가덕신공항은 미래 세대 이익 역시 침해하는 사업이다. 해수면 아래 33m를 매립하고 해수면 위로 15m를 성토해 473만㎡(143만평)의 인공섬 활주로를 만들자는 것이다. 가덕도 남단의 해발 264m 국수봉을 발파해 거기서 나온 토사 2억1500만㎥로 바다를 메꾸게 된다. 어마어마한 철과 시멘트, 무지막지한 양의 화석연료가 소모될 것이다. 이명박 정부를 ‘4대강 토목 정권’이라 비판했던 사람들이 이런 일을 저지른다. 영국에선 런던 히스로 공항의 세 번째 활주로 건설 계획을 놓고 8년째 논쟁을 벌이고 있다. 온실가스 배출 때문이다. 프랑스에선 국내 단거리 비행 노선은 운항을 금지시키는 법률까지 만들었다. 항공 여행을 억제해 미래 세대를 기후 붕괴 피해로부터 보호하자는 취지다.
문 대통령은 국제 사회에 탄소중립을 선언해 찬사를 받았다. 그러고선 미래 세대에 부담을 주는 가덕신공항 탄소 덩어리 프로젝트의 발동을 걸었다. 기업이 말로는 환경을 위하는 척하면서 실제론 환경파괴적 행동을 할 때 ‘녹색 세탁(Green Wash)’이란 비판을 받는다. 문 정부의 탄소중립 선언은 국가 단위의 녹색 세탁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