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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설·비방으로 거리 뒤덮은 현수막 공해, 잘못된 법 때문스크랩된 좋은글들 2022. 8. 9. 07:42
현대자동차 국내사업본부가 있는 서울 삼성동 빌딩 주변을 최근 집회 현수막이 뒤덮고 있다. 20m가량 거리에 현수막만 67개이고, 가로수에 묶어둔 피켓이나 입간판도 50개가 넘는다고 한다. 현대차가 노조 가입 직원을 해고하기 위해 ‘위장 폐업’을 했다며 금속노조 자동차판매연대지회가 내건 것이다. 현대차는 사실이 아니라고 하는데도 현수막엔 ‘범죄 수괴 정의선 즉각 구속’ ‘투쟁으로 박살내자’ 등 섬뜩한 내용이 적혀 있다.
집회 현장에 이런 근거 없는 욕설·비방 현수막이 등장한 건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특히 대기업 사옥 주변은 심각하다. 거의 하루도 빠짐없이 시위가 이어지는 서울 서초동 삼성전자 사옥 앞에도 ‘범죄 수괴 이재용’ ‘악질 장사꾼’ 같은 현수막이 걸려 있다. 기업뿐만이 아니다. 관광지나 주택가에도 작은 갈등이 생기면 어김없이 이런 현수막이 내걸리고 있다. ‘현수막 공화국’이란 말까지 나온다.
이 지경이 된 데는 집회 현수막을 ‘내걸기는 쉽게, 떼어내기는 어렵게’ 만든 법·제도 탓이 크다. 옥외광고물법상 현수막은 전용 게시대에만 걸 수 있다. 하지만 집회·시위용 현수막은 ‘집회·시위를 위한 도구’로 보고 예외를 인정한다. 집회 신고만 하면 그 기간 동안 집회 현장 주변에 설치할 수 있고, 개수 제한도 없다. 한 번에 최장 30일간 할 수 있는 집회 신고를 계속 연장하면 1년 내내 걸 수도 있는 것이다. 사실상 규제가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그렇다 보니 집회 신고를 한 뒤 정작 집회는 하지 않으면서 현수막만 내거는 경우도 많다. 그래도 구청 등에선 재물 손괴 등의 혐의로 처벌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현수막을 떼지 못한다고 한다. 어처구니없는 상황이다.
집회·시위의 자유도 다른 사람 인권을 침해하고 삶을 해치는 수준까지 허용할 수는 없다. 시위용 현수막 공해는 이제 선을 넘었다. 제한 규정을 만들고, 실제로 집회·시위가 열리지 않는 시간에는 현수막을 설치하지 못하도록 관련 법령을 보완해야 한다. 이를 어길 경우 현수막으로 피해를 보는 쪽이 강제 철거 등을 신청할 수 있는 구제 장치를 마련할 필요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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