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부 들어 첫 국회 국정감사가 어제부터 시작됐다. 24일까지 진행되는 이번 국감은 정권교체 후 5개월밖에 안 된 시점에서 실시되는 만큼 신구 권력의 첨예한 충돌이 우려됐던 게 사실이다. 문재인 정권 책임론, 새 정권에 대한 견제론이 맞불을 수밖에 없어서다. 현직 대통령 비속어 논란, 전임 대통령에 대한 감사원의 서면 조사 요구 논란, 야당 대표의 사법 리스크 공방 등이 뒤엉켜 민생은 뒷전이고 정쟁이 극에 달할 것이란 관측도 많았다.
예상했던 대로였다. 첫날부터 여야의 날 선 공방이 오가며 상임위 곳곳이 파행으로 얼룩졌다. 법사위에선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과 관련해 감사원의 문 전 대통령 서면 조사 요구를 놓고 “성역이 있어선 안 된다” “비열한 정치보복이다” 등으로 거칠게 맞붙었다. 외통위에서도 민주당에 의해 해임건의안이 처리된 박진 외교부 장관의 국감 참석 여부, 대통령 비속어 논란 영상 상영 문제 등을 놓고 충돌하다 정회와 속개를 반복하는 등 수차례 파행을 빚었다.
다른 상임위 사정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교육위에선 김건희 여사 논문 표절 의혹 관련 증인 채택을 놓고 “날치기다” “아니다”며 충돌했고, 행정안전위에선 윤 정부를 ‘거짓말 정부’라고 비판한 민주당 의원 발언을 놓고 여야 간에 “버르장머리가 없다” “어디 감히” 등 감정 섞인 설전이 오가기도 했다.
국감은 행정부를 감시하고 견제하기 위한 제도이나 ‘정쟁의 장’으로 전락한 게 어제오늘 일은 아니다. 이젠 정치의 실종을 넘어 막장으로 치닫는 게 아닌가 싶다. 작금의 경제 안보 위기 상황은 눈앞이 캄캄할 정도다. 고환율·고금리·고물가의 3고 위기는 끝이 안 보이는 상황이다. 무역적자는 환란 이후 처음으로 6개월째 이어지는 중이다. 중소기업과 소상공인들, 서민들이 도산 위기와 부채 문제로 허덕이고 있다.
국감 기간 내내 당리당략에만 매달려 이전투구를 벌일 참인가. 이런 국감이라면 차라리 없는 게 낫다. 여야는 이제라도 국감 본연의 자세로 돌아와야 한다. 어느 쪽이 국익과 민생을 챙기는 세력인지 국민은 마음 깊이 새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