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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간의 ‘벤투볼’이 해냈다... 뚝심의 빌드업 축구로 16강행스크랩된 좋은글들 2022. 12. 3. 09:23
3일 카타르 월드컵 조별리그 마지막 경기가 끝났다. 그라운드에서 뛰던 한국 선수 11명은 기뻐할 틈이 없었다. 전력으로 뛴 탓에 전부 그 자리에 쓰러져 숨을 가다듬을 뿐이었다. 벤치에서 달려 나와 이들을 일으켜 세웠다. 이어 대표팀은 둥글게 서서 코치진과 모든 협회 관계자를 불러 모았다. 아직 끝나지 않은 우루과이-가나전을 보기 위해서였다.
우루과이는 같은 시각 가나를 밀어붙인 끝에 2대0으로 경기를 끝냈다. 한국과 우루과이는 승점 4점(1승1무1패), 골득실에서도 0-0으로 동률을 이뤘지만, 다득점에서 한국이 4-2로 앞서면서 조 2위로 16강 진출에 성공했다.
어깨동무를 하고 약 5분 동안 경기를 지켜보던 한국 선수들은 우루과이의 2대0 승리가 확정되고 나서야 물병을 허공으로 던지면서 제자리에서 점프하며 기뻐했다. 그리고 한국 팬들이 모여 있는 관중석으로 달려가 앞으로 미끄러지며 기쁨을 나눴다. 왼쪽 눈이 부어오른 손흥민은 눈물과 함께 기뻐했다.
경기는 극적이었다. 전반 5분 포르투갈에 선제골을 허용했지만 전반 27분 김영권이 코너킥 혼전 상황에서 골을 넣으며 동점을 이뤘다. 그리고 접전을 펼친 끝에 후반 추가시간 손흥민이 단독 드리블로 포르투갈 문전까지 달린 뒤 수비수 다리 사이로 황희찬에게 절묘한 패스를 건넸다. 황희찬은 골대 왼쪽에 꽂아 넣는 역전 골을 넣었다.
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끄는 축구 대표팀은 이날 포르투갈을 2대1로 꺾으며 한국 축구 역사상 2번째 원정 16강을 확정 지었다. 이날 경기 전까지 승점 1점(1무1패)으로 패색이 짙었지만, 강팀 포르투갈을 잡아내는 쾌거 끝에 ‘경우의 수’를 통과하며 큰 성과를 거뒀다.
◇벤투와 함께 뿌리 내린 빌드업
2014 브라질 월드컵이 끝난 뒤 2018 러시아 월드컵까지 한국 대표팀 감독 자리는 혼란의 연속이었다. 2014년부터 2년 9개월동안 지휘봉을 잡은 울리 슈틸리케 감독은 임기 내내 역량 문제로 시달렸고 결국 월드컵을 1년 앞둔 2017년 7월 해임됐다. 그뒤 신태용 감독이 독이 든 성배를 받아 좌충우돌 끝에 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을 가까스로 통과했다. 본선에서는 독일에 기적적으로 승리하는 성과를 거뒀다. 1승2패로 조별리그에 탈락했다.
그리고 지휘봉을 잡아든 게 파울루 벤투 감독이다. 당시 대한축구협회는 벤투 감독의 확고한 축구 철학에 믿음을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덕분에 벤투 감독은 2018년 8월부터 지금까지 큰 잡음 없이 대표팀을 맡아왔다. 역대 한국 최장수 사령탑이다.
벤투 감독은 ‘빌드업 축구’를 한국에 정착시켰다. 한국 축구는 중요한 경기 때마다 고질적인 ‘뻥 축구’가 나왔다. 후방에서 일단 공을 상대 골대 앞으로 길게 보내 결판을 보는 전술이다. 때에 따라 필요하기도 하지만, 모든 경기를 운에 건다는 비판도 적지 않았다.
반면 ‘빌드업 축구’는 수비진에서부터 목표의식이 정확한 패스로 전진한다. 중간에 가로채기 당하기 일쑤여서 높은 숙련도가 필요하다. 강팀을 상대로는 수비 위주 전술을 써야 한다는 주장이 강했지만, 벤투 감독은 포기하지 않았다. 그 결과 월드컵 본선에서 한국만의 축구를 펼쳤고, 강팀 포르투갈을 꺾어내며 16강 진출에 성공했다. 카타르 도하에서 만난 외신 기자들은 “한국 축구가 이렇게 재밌는 줄 몰랐다”며 엄지를 추켜세웠다.
◇두번째 원정 16강의 ‘캡틴’ 손흥민
한국이 월드컵에서 처음으로 원정 16강을 달성했던 2010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 때는 주장 박지성의 역할이 중요했다고 당시 대표팀 관계자들은 입을 모아 말했다. 더하거나 덜지 않는 박지성의 묵묵한 리더십 덕분에 위기에서도 팀이 흔들리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번 카타르 월드컵에서는 손흥민의 리더십이 한몫했다. 손흥민은 박지성과는 다른 유형의 리더다. 활달한 성격의 손흥민은 먼저 다가가 동료들을 챙겨주고, 필요하면 쓴소리도 내뱉는다. 그리고 공식적인 자리에서는 “전부 주장인 나의 탓”이라고 하면서 선수들을 감싼다. 박지성은 “흥민이의 리더십은 나보다 한단계 위”라고 했다.
손흥민은 대표팀에 임하는 마음가짐도 남다르다. 이번 월드컵 직전 소속팀에서 얼굴뼈가 부러지면서 대표팀 합류가 불투명했다. 하지만 손흥민은 수술을 받고 얼굴을 보호할 안면 보호대 몇 개를 챙겨 바로 카타르로 날아왔다. ‘다시 다치는 게 두렵지 않느냐’는 질문엔 “한국에서 응원하는 국민을 위해서라면 이정도 위험성은 감수할 수 있다”고 했다.
◇깜짝 출전 황희찬, 16강을 이끌다
이번 대표팀의 여정은 쉽지 않았다. 손흥민이 제 컨디션이 아닌데다 공격의 주축 황희찬은 허벅지 뒤쪽 근육 통증 탓에 3경기 전부 선발로 나서지 못했다. 붙박이 주전 스트라이커 황의조는 제 모습을 보이지 못했고, 김민재는 우루과이전에서 오른쪽 종아리를 다쳐 가나전에서 부진했고, 포르투갈전은 결장했다.
여기서 나타난 게 조규성(24)과 이강인(21)이었다. 조규성은 우루과이전에 후반 교체로 나와 짧은 시간에도 눈길을 끄는 플레이를 펼쳤고, 가나전에서는 한국 월드컵 역사상 처음으로 멀티골(한 경기 2골)을 넣었다. 그는 “솔직히 나는 별 거 없는 선수인데 월드컵이라는 세계적 무대에서 골도 넣었다”며 “끝까지 자신을 믿고 열심히 꿈을 위해 쫓아가면 이런 무대에서도 골을 넣을 수 있다”고 했다.
이강인은 월드컵 직전까지 대표팀 승선조차 불투명했다. 2021년 3월 이후로 지난 9월까지 약 1년 6개월동안 벤투 감독의 부름을 받지 못했다. 하지만 이강인은 올 시즌 소속팀에서 묵묵히 활약하며 부름을 기다렸고, 월드컵 대표팀에 깜짝 승선하며 카타르로 동행했다. 이날도 후반 교체될 때 까지 그라운드를 누비며 제 몫을 다했다.
그리고 지난 2경기를 허벅지 뒷근육 부상 탓에 결장한 황희찬이 포르투갈전에 교체로 ‘깜짝 출전’ 했다. 황희찬은 후반 21분 교체로 들어와 활발한 움직임을 보였고, 결승골을 넣었다. 그동안 출전하지 못해 미안한 마음이 가득했던 황희찬의 드라마틱한 마무리였다.
한국 대표팀은 16강에서 ‘세계 최강’ 브라질을 만날 확률이 크다. 경기는 6일 오전 4시에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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