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경호 강원도교육감이 지난 11일 열린 민사고 졸업식에 참석해 축사를 하고 있다.(신경호 교육감 SNS 캡처)
강원도 횡성군 민족사관고에서 지난 11일 졸업식이 있었다. 여기에 참석한 신경호 강원교육감이 “교육감상(賞)을 주지 못해 아쉬웠다”는 글을 페이스북에 올렸다. 도지사, 도의회 의장, 횡성군수, 안흥면 우체국장이 졸업생에게 상을 줬는데 교육감상은 없었다는 것이다. 강원교육청이 전교조 강원지부와 맺은 단체협약에 ‘교육감 표창을 폐지한다’는 조항이 있어 시상이 없었다고 한다.
그 문제의 협약은 전임 민병희 교육감 때 맺었다. 민 전 교육감은 전교조 해직 교사 출신으로, 전교조 강원지부장을 지낸 사람이다. 민 전 교육감은 세 번 연임하면서 12년간 교육감을 했다. 그의 재임 시절 강원 지역 학생들 학력이 전국 최하위권이라는 비판이 지역 교육계에서 많았다.
실제 작년 강원 학생들 수능 평균 점수는 전국 17시·도 가운데 국어는 16위, 수학은 17위였다. 민 전 교육감 임기 첫해인 2010년만 해도 국어 9위, 수학(가) 8위, 수학(나) 11위였다. 이에 민 전 교육감은 “진정한 학력은 1점 더 맞는 게 아니라 사고력, 분석력, 문제 해결 능력”이라고 하곤 했다. 그는 강원 지역 학생들은 주로 수시로 대학에 진학하기 때문에 수능엔 별 관심도 없다는 말도 했다. 강원교육청은 민 전 교육감 시절 전교조와 ‘교육청 주관 학력고사는 실시하지 않는다’는 단체협약도 맺었다.
전국 17시·도 교육청 가운데 8곳이 그런 단협 조항을 갖고 있지만 신경호 신임 교육감은 취임 첫해인 작년 11~12월 초등 4~6학년, 중학 2~3학년 대상 학력 진단 평가를 추진했다. ‘학력고사 불가’ 단협 조항 때문에 60%의 희망 학교만 참여했다. 그런데 한 달 전 그 학력 평가 결과가 공개됐다. 지역에 충격을 주는 내용이었다. 수학 50점 이하 비율이 초등 4학년은 6%인데 중 3에 와선 45%로, 국어도 초 4학년 4%에서 중 3은 29%로, 영어는 초 5학년 7%에서 중 3은 27%로 늘어났다. 학년이 올라갈수록 학력은 곤두박질쳤다.
학력 평가나 교육감상 등에 경쟁 심화, 위화감 조성 등 부작용이 전혀 없지는 않다. 하지만 학력 평가를 하면 학교와 교사들이 학부모 시선을 의식해야 하고 더 신경을 쓸 수밖에 없다. 전교조는 그게 싫은 것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