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가 법률 서비스 플랫폼 ‘로톡’ 이용을 금지한 대한변호사협회와 서울지방변호사회에 시정을 명령하고 과징금 20억원을 부과했다. 20억원은 사업자단체 금지 행위에 부과할 수 있는 최대 과징금이다. 변협은 결정에 불복해 소송을 내겠다고 했지만 결과가 달라질 가능성은 크지 않다. 지난 몇 년 동안 변협의 기득권 행태가 도를 넘었기 때문이다.
법률 플랫폼은 주로 인터넷을 통해 광고료를 낸 변호사와 소비자를 연결하는 사업이다. 변호사들에게 새로운 시장을 제공하고 소비자에겐 법률 서비스 이용을 쉽게 하고 비용을 낮춘다는 순기능이 있다. 하지만 지나친 경쟁으로 법률 시장 전체의 질을 떨어뜨리는 역기능도 있을 수 있다. “상인이 변호사를 좌지우지할 것”이란 법조인의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그러나 그런 부작용이 있다고 아예 새로운 혁신 벤처의 싹을 잘라서는 안 된다. 그런데 변협은 자신들의 기득권에 도전한다고 변호사들의 ‘로톡’ 이용을 금지하는 규정을 만들고 이를 어긴 변호사들을 징계했다.
24일 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법률 서비스 플랫폼 '로톡' 운영사 로앤컴퍼니 사무실./뉴시스
법률 플랫폼에 대한 법적 판단은 나올 만큼 나왔다. 2015년 이후 변호사단체의 고발로 검찰과 경찰이 3차례에 걸쳐 로톡 서비스의 변호사법 위반 여부를 수사했지만 모두 “혐의 없다”고 했다. 헌법재판소는 변호사의 법률 플랫폼 가입을 금지한 변협 규정의 핵심 조항에 대해 위헌 결정을 내렸다. 시장에서의 자유 경쟁과 소비자 선택권을 보장하는 나라에서 당연한 결정이다.
그럼에도 변협은 법률 플랫폼 이용 변호사 47명을 징계했다. 징계를 받은 변호사는 국선 변호사, 공공기관 자문 변호사 지원이 어렵고 공직에 나갈 수 있는 길도 사실상 막힌다. 어떤 욕을 먹더라도 변호사 기득권을 지키겠다는 것이다. 검찰과 경찰은 물론 헌재 결정조차 무시한다. 가장 법을 잘 알고 법을 존중해야 할 변호사 단체가 이래도 되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담당 정부 기관인 법무부의 태도도 이해하기 어렵다. 변협의 부당한 징계를 받은 변호사들은 법무부에 이의 신청을 냈다.
법무부가 징계위원회를 열어 그들의 이의 신청을 받아들이면 변협의 징계 효력은 사라진다. 이미 법무부는 2021년 “로톡의 운영 방식이 변호사법에 위반되지 않는다”고 해석한 바 있다. 그런데 법무부는 별다른 이유를 밝히지 않고 석 달이 되도록 징계위를 열지 않고 있다. 변협과 이해관계가 같은 법무부가 변호사 기득권을 지키려고 한다는 의심을 하지 않을 수 없다.
공정위원회 결정도 로톡의 공정거래법 위반 신고 이후 무려 1년 8개월 만에 나왔다. 그 사이 로톡에 변호사 가입이 급감하면서 법률 플랫폼 기업은 경영상 심각한 타격을 입었다. 한국은 혁신 벤처가 나오는 족족 기득권들에 의해 죽는 나라가 되고 있다. 윤석열 정부는 이런 일을 막겠다고 한 정부다. 법무부는 조속히 징계위를 열어 법률 플랫폼 출범 후 8년 동안 계속된 비정상을 정상으로 돌려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