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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우물안 벗어나 1000조원 세계 물 산업 시장 뚫어야
    낙서장 2023. 3. 6. 07:03
     
    옛날 왕조시대에는 가뭄과 홍수 피해를 막는 치산치수(治山治水)가 국가 경영의 요체였다. 오늘날도 크게 다르지 않다. 그동안 댐을 건설하여 우기에는 물어 가두어 홍수를 예방하고, 갈수기 때 필요한 물을 비교적 안정적으로 사용할 수 있었으나 이제는 기후변화 여파로 예상치 못한 사태가 세계적으로 속출하고 있다. 가뭄과 홍수가 지역별로 극단으로 갈려 나타날 뿐만 아니라 산업 발전으로 신종 유해 오염물질의 배출이 증가하면서 수질 문제까지 겹치는 등 물 관리는 어느 나라를 가릴 것 없이 국가적인 난제가 되었다. 최근 우리나라 남부지방을 강타한 극심한 가뭄도 앞으로 더욱 빈발해질 가능성이 높다.

    지구상의 물 부존량 가운데 바닷물과 빙하, 지하수 등을 제외하고 인간이 사용할 수 있는 물의 양은 전체의 0.01%에 불과하다. 반면 물 수요는 급증하고 있다. 지난 100년간 세계 인구는 3배 늘었지만 산업 발전 등으로 인해 취수량은 7배 가까이 증가했다. 공급은 제한돼 있는데 수요가 커지면 분쟁이 생길 수밖에 없다. 국경을 가로질러 흐르는 하천이 세계적으로 200개 넘고, 세계 인구의 30% 이상이 이 공유하천 유역에 거주한다. 기후변화에 따른 가뭄, 산업 발전으로 인한 물 수요 증가 등이 대규모 물 분쟁을 촉발시킬 가능성이 큰 것이다. 1967년 ‘3차 중동전쟁’도 요르단강의 물 확보 문제를 놓고 벌인 갈등이 전쟁의 원인 가운데 하나였다.

     

    지금이야말로 국가적으로 ‘물 산업’을 크게 진흥시켜야 할 적기라고 생각한다. 물 산업은 상수도 시설, 쓰고 난 물을 처리하는 하수도 및 재이용 시설, 하천수가 부족할 경우 바닷물의 염분을 제거하는 담수화와 같은 시설에 필요한 설계기술과 기계 및 전기설비를 비롯한 각종 기자재, 화학약품 개발 및 스마트 운영관리기술 등을 망라한다. 글로벌 물 분석 기관에 따르면, 물 산업 시장 규모는 2020년 세계적으로 1000조원 규모이고, 해마다 3~4% 성장을 지속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마디로 유망한 수출 산업 분야가 아닐 수 없다.

    그러나 우리나라 물 산업 경쟁력은 아직 갈 길이 멀다. 한국수자원공사 분석에 따르면, 해수담수화 기술 수준은 세계 선도 국가인 미국의 60% 정도에 그치고, 상하수도 건설과 운영 관리 분야에서는 이스라엘, 영국 등의 30~59% 수준이라고 한다. 기술 수준도 떨어지지만 해외 시장 진출을 위한 준비는 더욱 미비한 상태다.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도 물 산업과 관련한 특허를 동시에 출원한 실적을 보면, 미국·영국·네덜란드·이스라엘 등의 10%에도 못 미치는 분야가 허다한 실정이다. 이렇게 되면 해외에서의 시장 지배력, 경쟁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한마디로 지금까지의 우리나라 물 산업은 국내 시장만을 위한 것이었다고 볼 수 있다.

     

    국토 면적이 우리나라의 5분의 1인 이스라엘은 전형적인 물 부족 국가이지만 자국 내 물 문제를 해결하는 데 그치지 않고 물 산업을 진흥시켜 세계 100여 국가에 진출한 상태다. 대구시 면적보다 작은 싱가포르 역시 정수기술을 비롯한 각종 물 기술 연구개발과 상용화에 성공해 세계적인 물 전문기업을 육성하는 데 성공했다. 로마가 세계사의 주역이 된 것은 반도(半島)라는 우물 안에서 벗어나 바다 너머로 눈을 돌렸기 때문이다. 물 산업도 다르지 않다. 국내의 물 문제 해결에만 매달릴 것이 아니라 물 산업을 신산업으로 키워 세계로 진출하는 방안을 하루속히 마련해야 한다. 그렇게 하려면 달리는 말에 채찍을 휘두르는 수준이 아니라 달리는 말에 날개를 달아줄 정도의 획기적인 정책 수립이 선행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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