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대중(對中) 견제를 위해 호주에 최대 5척의 버지니아급 원자력 추진 잠수함을 판매하기로 했다. 호주는 미국·영국·프랑스·러시아·중국·인도에 이어 세계 일곱 번째 원자력 추진 잠수함 보유국이 된다. 미국이 다른 나라에 제공하길 꺼려온 원자력 잠수함과 기술을 호주에 넘기는 것은 대중 견제에 호주의 적극적 참여가 필요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중국과 솔로몬 제도가 안보 협력 협정을 체결하는 등 호주와 중국은 서태평양과 남중국해에서 갈등을 빚고 있다. 또 중국의 호주산 육류·보리·와인·석탄 수입 제재로 분쟁도 겪었다. 호주는 바다가 넓어 재래식 디젤 잠수함으로는 감당하기 어렵다.
그런데 호주 못지않게 원자력 추진 잠수함이 필요한 나라가 한국이다. 북한은 2015년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시험에 성공한 뒤 북극성 4·5형을 잇따라 선보였다. 지난 12일에는 잠수함에서 핵 탑재가 가능하다는 순항미사일도 발사했다. 북이 바다에서 SLBM을 쏘면 탐지가 사실상 불가능하다. 가장 효율적이고 확실한 방법은 북한 잠수함 기지 부근에서 우리 잠수함이 상시 감시하는 것이다. 그러려면 장기간 물속에서 작전할 수 있어야 한다. 디젤 잠수함은 아무리 길어도 10여 일을 넘지 못한다. 이래서는 북한 잠수함을 감시할 수 없다. 원자력 추진 잠수함은 3~6개월간 수중 작전이 가능하고 속도도 50%가량 빠르다.
부산항에 입항한 美 핵 추진 잠수함, 북한 도발에 보란 듯 사진을 공개했다. /미 태평양함대
김정은은 이미 원자력 추진 잠수함 개발을 공언한 상태다. 이미 설계 연구를 끝냈다고 한 만큼 10년 안에 등장할 가능성이 있다. 북한이 장기간 잠항이 가능한 원자력 잠수함에 핵미사일을 싣고 다니면 더 이상 이를 억제할 방법이 없어진다. 남북, 미·북 관계의 판도를 바꿀 수 있는 것이다. 우리도 이에 대응한 원자력 추진 잠수함을 보유해야 한다.
하지만 미국은 우리의 원자력 추진 잠수함 보유에 반대하고 있다. 미국은 북한 잠수함 감시는 미국이 할 테니 한국은 그냥 있어도 된다는 것이다. 말이 되는가. 한국민 안전보다 핵 비확산에 더 신경을 쓰고 있다. 원자력 추진 잠수함은 엔진이 원자로일 뿐 핵폭탄과는 관계가 없다. 원칙적으로 어떤 나라도 원자력 추진 함정을 가질 수 있다. 아무런 원자력 산업 기반이 없는 호주와 달리 한국은 미국의 허락만 있으면 자체적으로 원자력 추진 잠수함을 건조할 수 있다. 이제는 정부가 나서서 미국을 설득해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