팝송 ‘세상의 끝’(The End of the World)은 큰 상실을 겪고 절망에 빠진 사람의 내면을 토로한 곡이다. ‘태양은 어째서 계속 빛나고/ 파도는 왜 밀려오나요/(중략)/ 사람들은 세상이 끝난 걸 모르나 봐요.’ 3년 전, 가수 안성훈이 ‘미스터트롯’ 시즌 1에서 탈락했을 때 심정도 그랬다. 이찬원과의 1대1 대결에서 이미자의 ‘아씨’를 불렀다가 10대1로 패했다. 그는 “세상이 무너지는 줄 알았다”고 했다.
▶그런데 돌아보니 “나만 무너져 있었다”고 했다. ‘미스터트롯1′에서 그의 열창을 지켜본 시청자들이 “일어나 다시 무대에 서라”고 했다. 어떻게 알았는지 “노래 잘하는 아드님 여기 있느냐”며 부모님 가게까지 사람들이 찾아왔다. 부모님 얼굴에 행복한 웃음이 가득한 걸 보고 ‘미스터트롯2′ 재도전을 결심했다. 돌아온 그는 더 단단해져 있었다. 자신에게 고배를 안겼던 1대1 데스매치에선 강자를 대결 상대로 연속 지목해 ‘쌈닭’이란 별명을 얻었다. 최고 퍼포먼스를 펼치기 위한 배수진이었다.
▶서바이벌 오디션에서 패자는 무대 뒤로 사라진다. TV조선의 트로트 오디션은 다른 길을 걸어왔다. 승패가 결정 나면 함께 무대에 선다. 다른 오디션 우승자들까지 ‘미스터트롯’과 ‘미스트롯’ 문을 두드리는 이유다. 아나운서 출신 김용필이 그 사실을 새삼 입증했다. 그제 톱7이 겨루는 결승 무대에서 그는 자신보다 높이 오른 이들을 위해 혼신의 힘을 다해 축하곡 ‘낭만에 대하여’를 불렀다.
▶김용필과 듀엣으로 무대에 선 가수 최백호는 “레이스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말로 패자를 위로했다. “이제 시작이다. 겨우 한 번 넘어졌을 뿐”이라며 일으켜 세웠다. 실패하고 다시 일어서는 우리도 안성훈과 김용필이 되어 객석과 TV 앞에서 함께 노래하고 위로도 받았다. 1923년 ‘희망가’ 이후 지난 100년, 이 땅의 트로트가 해 온 일이기도 하다. 망국, 전란, 가난과 싸울 때 트로트는 위로였고 응원가였다. 코로나로 온 국민이 시름에 잠겼을 때, ‘미스터트롯’과 ‘미스트롯’이 그 전통을 되살렸다.
▶'미스터트롯2′가 최고 시청률 25.1%를 기록하며 막을 내렸다. 1위를 한 안성훈 등 톱7을 뽑는 온라인 응원 투표는 누적 2030만 표를 넘었다. 결승전 국민투표엔 252만명이 참여했다. 코로나가 잦아들고 일상을 회복해 가는 시점임을 고려하면 놀라운 수치가 아닐 수 없다. 연말에 ‘미스트롯’ 시즌 3이 예정돼 있다. 곡진한 사연과 노래가 다시 우리 곁을 찾을 것이다. 벌써 기다려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