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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원 기계공업기지 만들라” 박정희는 왜 50년전 1만명 시골마을을 찍었나스크랩된 좋은글들 2023. 9. 28. 16:401973년 9월 19일 박정희(朴正熙) 전(前) 대통령은 “창원 기계공업기지 건설을 시작하라”고 지시했다. 다섯 달 전인 4월 1일, 창원은 종합기계 공업기지 개발을 위한 ‘산업기지 개발촉진 지역’으로 확정됐다. 창원 기계공업단지는 마산항 근처 총 1억6000만 평의 공업용지에 조성됐다. 이 중 7600만 평은 공장, 8400만 평은 주택부지였다. 단지 건설 목적은 1981년까지 104개 공장을 건설해 10만 명 이상의 근로자를 고용하고 150억 달러 이상의 연간 생산량을 달성하는 것이었다. 창원은 원래 농경지 4200만 평 정도의 면적에 1700가구, 인구 1만 명의 작은 도시였다. 이곳이 오늘날 세계 최대의 공업단지 중 하나로 변모했다.
창원을 시작으로 여천·옥포·구미·포항 산업단지 탄생
박 대통령이 창원 단지 조성을 지시한 지 꼭 50년이 흘렀다. 국내 최초의 계획도시인 창원을 필두로 박정희 정부는 1973년 12월 24일 ‘공업단지개발육성’을 공표했고,석유화학(여천)·조선(옥포)·전자(구미)·제철(포항)·비철금속(온산) 산업단지가 탄생했다.
창원의 탄생은 박정희 정부의 중화학 공업화 정책과 밀접히 맞닿아 있다.
박 대통령은 1973년 1월 12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정부의 중화학 공업화 정책이 국가 계획의 기초가 될 것”이라고 선언했다. 박 대통령은 ‘1980년대 초까지 수출 100억 달러, 1인당 국민소득 1000달러 달성’을 목표로 내걸었다.
<정부는 중화학 공업 정책을 선언하는 바입니다. 오늘 이 자리에서 우리 국민에게 제창하는 것은 이제부터 우리가 모두 ‘전 국민의 과학화 운동’을 전개하자는 것입니다. 모든 사람이 과학 기술을 배우고 익히고 개발을 해야 하겠습니다. 80년대 초에 우리가 100억 불의 수출 목표를 달성하려면, 전체 수출 상품 중에서 중화학 제품이 50퍼센트를 훨씬 더 넘게 차지해야 합니다.> (박정희 대통령 연설문집, 제10집)
“병기도 분해하면 부품이 된다”
1971년 11월 10일, 방위 산업 육성 4인회의 멤버였던 오원철 수석은 김정렴(金正濂) 비서실장에게 방위 산업 추진에 관한 새로운 구상을 마련해 보고했다.
“병기(兵器)도 분해하면 부품 상태가 된다. 이 부품은 규정된 소재를 사용해서 설계도면대로 가공하면 생산 가능하다. 이렇게 제작된 부품을 조립하면 병기가 완성된다. 국내에서 가장 우수한 유관 민수공장을 선정해서 부품별로 분담 생산시키자는 것이다. 각 업체는 모든 노력을 다해 할당된 부품을 정밀 가공하라는 소리다. 이런 방식을 채택하면 당장에라도 병기 개발은 가능하다.”
박 대통령은 “100mm분의 1 정밀 가공이 가능하냐” “병기에 대한 설계도는 있느냐” “소재는 어떻게 구하느냐”며 수많은 질문을 한 끝에, 다음과 같이 결정했다.
<1.국산 무기로 250만 병력을 무장시킴으로써 군사력을 증진시킨다. 이를 위해 병기 개발에 즉시 착수한다.
2. 방위 산업은 민영 회사 생산체제로 한다.
3. 현대 무기 대량 생산에는 선진국 수준의 중화학 공업이 절대적인 전제다. 중화학 공업화는 우리 경제의 고도성장, 수출 증대, 국제수지 개선을 위해 필수다. 우리나라 국방 산업 육성은 중화학 공업화의 필수 목적으로 추진한다.
4. 기술자와 기능공의 양성과 확보가 무기 제조 시설을 짓는 것만큼이나 중요하다.
5. 지금까지 경제기획원이 추진하던 ‘4대 핵 공장’ 사업은 취소한다.>
박정희 대통령은 경제 제2수석비서관실을 새로 만들고, 오원철 상공부 광공(鑛工)차관보를 임명했다. 오원철 수석은 “박 대통령은 이날 방위 산업 육성을 박 대통령 자신이 직접 총사령관이 되어 진두지휘하겠다고 결심을 했던 것 같다”면서 “방위 산업이란 중화학 공업을 기반으로 하기에, 우리나라는 중화학 공업화를 서두를 수밖에 없었다”고 회고했다.
“지역 분산과 방위 산업을 동시에”
몇 개월간의 노력 끝에 국산(國産) 카빈총, 수류탄, 박격포 시제품 시사회가 무사히 끝났다. 그다음 과제는 공단 건설이었다. 박 대통령은 “방위 산업 체제는 될수록 후방 지역에 배치하는 것이 좋겠다. 새로 짓는 공장은 처음부터 후방에 배치하고, 경인지구에 있는 방위 산업 공장도 중요한 시설을 후방으로 이전시키도록 하라”고 지시했다.
이렇게 박정희의 ‘방위 산업 건설에 대한 계획’(1972년 4월 4일), ‘100억 달러 수출’(1972년 5월 30일), 그리고 ‘중화학 공업 건설 계획’ 지시가 떨어졌다. 공단을 세울 위치부터 정해야 했다.
오원철 수석은 “중화학 건설 예정지로는 전자는 구미공단 주변을 확장해서 쓰고, 기계는 창원지구를 조사 중에 있다. 조선소는 전국 해안에 대해 조사를 하고 있지만, 경상남도 해안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했다. 박 대통령은 “공단을 설계할 때 주거 지역의 도시계획도 동시에 실시하는 것이 좋겠다. 울산공단을 건설할 때 공장 지역만 덩그러니 해놓으니, 후에 울산시가 도시계획을 다시 한다고 골치를 앓고 있지 않나”라고 했다.
당시 우리나라 기계 공업은 유치원 단계였지만, 박정희 정부 사람들은 국제적인 기계 공업으로 키워나갈 꿈을 꾸고 있었다. 오 수석의 회고다.
“각하! 창원 기계공업단지가 완성되면 각종 대구경 포에서 탱크·장갑차가 생산되고, 항공기용 제트 엔진에서부터 군함에 쓸 대형 엔진까지 모두 생산 가능합니다. 방위 산업의 기초 소재가 되는 특수강 공장도 최신 공장을 건설하겠습니다. 민수용(民需用)으로는 각종 기계뿐 아니라 산업용 기계 및 장치, 선박 또는 자동차 부품, 객차, 기관차, 선박용 초대형 엔진 등이 나오게 됩니다. 화학공장 등 각 플랜트도 마련됩니다. 과거에는 완전히 수입에 의존하던 발전소도 건설할 수 있게 될 것입니다. 바로 창원에 이런 시설을 갖추고자 합니다.
서울이나 수도권에 있는 어느 기업체가 만사가 불편한 시골 구석으로 가겠다고 나서겠습니까? 그러나 방위 산업을 하고자 하는 기업에 대해 정부에서 적극적으로 지원해주면서 방위 산업의 보안 때문에 창원으로 가라고 하면, 그때 비로소 가능하다고 보입니다. 지방 분산과 방위 산업의 안보 문제가 동시에 해결될 수 있습니다.”기계공학 박사로 한국과학기술연구소의 선임 연구원이었던 천병두는 창원이 공업단지 지역으로 적절한지를 조사하는 책임을 맡았다.
“공학 박사들, 전쟁터에 나선 산업 전투 부대원이라 생각”
실제로 창원은 주변이 천주산, 정병산, 불모산, 장병산, 팔용산으로 연결되고 500~800m 높이를 가진 분지형 지역이다. 공장입지 확보가 용이했고, 무엇보다 국가 보안상 천혜의 요새 지역이었다. 방위 산업과 관련된 대규모 개발에는 한국중공업, 기아산업, 대우중공업, 럭키금성 등 총 84개 회사가 애국적 행동으로 동참했다. 또 중화학공업추진위원회 기획단에는 중화학 분야의 대학교수 46명이 각각 철강·화학·기계·전자·조선·비철금속을 담당하는 6개 소위원회의 구성원으로 지명돼 있었다. 중화학 공업의 국내 최고 전문가들이 기획단 싱크탱크에 참가했다. 김형아 호주국립대 교수가 쓴 《박정희의 양날의 선택》에 따르면 이들 기획단은 자신들을 ‘산업군단’으로 생각했고 마치 전쟁터에 나선 산업 전투 부대처럼 자신들의 민족주의적, 반공주의적 사명,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국가안보 기밀을 다루는 사명에는 실수란 있을 수 없다고 믿었다고 한다.
이러한 과정을 거쳐 박정희 대통령은 1973년 9월 19일 “창원 기계공업기지 건설을 시작하라”고 지시한 것이다. 이어 1974년 4월 1일에는 건설부 고시 제92호로 마산시의 두대동, 덕정동, 삼동동, 반송동, 연덕동, 용지동, 목동, 토월동, 외동, 정동, 가음정동, 남산동 등 12개 동 전역과 서상동과 27개 동 일부 지역 4만3342㎡가 대규모 기계공업기지 건설을 위한 산업기지개발구역으로 지정되었다. 대한민국 기계 공업의 메카 창원이 첫발을 내디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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