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땀과 눈물 맺힌 메달 32개… 행복했다. 파리올림픽스크랩된 좋은글들 2024. 8. 12. 08:21
금메달 수 13개는 역대 최다 동률. 전체 메달 수 32개는 역대 최다 두 번째 동률. 한국이 2024 파리 올림픽을 멋지게 마무리했다. 마지막 날인 11일(현지 시각) 은메달 하나와 동메달 하나를 추가하면서 금메달 13개, 은메달 9개, 동메달 10개로 대회를 마쳤다.
11일 사우스 파리 아레나에서 열린 역도 여자 81kg 이상급에서 박혜정(21)이 인상 131kg, 용상 168kg, 합계 299kg으로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금메달은 309㎏(인상 136㎏, 용상 173㎏)을 든 리원원(24·중국)이었다. 본인이 작성한 한국 기록 합계 296㎏을 3㎏, 인상 130kg을 1kg 경신했다. 한국 역도에서 2016 리우 올림픽 여자 53kg급 윤진희(동메달) 이후 8년 만에 나온 메달이다. 여자 역도 최중량급 메달은 장미란 현 문화체육관광부 2차관(2004 아테네 은메달, 2008 베이징 금메달, 2012 런던 동메달) 이후 12년 만이다. 근대 5종 여자부에선 성승민(21)이 동메달을 따냈다. 여자 근대 5종은 2000 시드니 올림픽에서 정식 종목으로 채택됐다. 아시아 선수로는 이 종목 첫 메달이다.
한국이 파리에서 거둔 32개 메달은 1988 서울 올림픽(금 12·은 10·동 11, 메달 33개)에 이어 역대 둘째로 많다. 2008 베이징 올림픽(금 13·은 11·동 8, 메달 32개)과 같다. 금메달 13개는 2008 베이징과 2012 런던(이상 13개)과 동률이다. 1976 몬트리올 올림픽 이후 가장 적은 144명 선수단을 파견하고도 역대 최고 수준 성적을 냈다. 다만 금메달이 5종목(양궁·사격·펜싱·태권도·배드민턴)에서만 나와 편중이 상대적으로 심했고, 전체 메달 종목 수는 11개로 2008 베이징 16종목(금메달 8종목), 2012 런던 14종목(금 7종목)과 비교하면 다양성이 떨어졌다. 단체 구기 종목은 베이징에서 야구(금메달)와 여자 핸드볼(동메달), 런던에선 축구(동메달)가 입상했지만 파리는 여자 핸드볼만 출전권을 땄고 순위는 12국 중 10위에 그쳤다.
근대 5종은 펜싱(에페)과 수영(자유형 200m), 승마(장애물) 순위에 따라 마지막 육상·사격 복합 경기인 ‘레이저런(3000m 달리기+10m 레이저건)’을 수 초~수십 초 차등 출발한다. 주어진 사격 과녁을 다 맞히고 먼저 결승선을 통과하면 이긴다. 근대 올림픽 창시자 쿠베르탱 남작이 ‘최고 전사(戰士)를 가린다’는 취지로 고안했다. 성승민은 ‘서양 선수 전유물’이란 인식이 강했던 근대 5종에서 여자부 아시아 최고 메달리스트로 이름을 남기게 됐다.
중간 순위 3위로 마지막 레이저런에서 세 번째로 출발한 그는 이 순위를 잘 지켜 1441점으로 미셀 굴야스(헝가리·1461점), 엘로디 클루벨(프랑스·1452점)에 이어 동메달을 품에 안았다. 그는 남자 근대 5종 간판 스타 전웅태처럼 수영으로 선수 생활을 시작했다. 대구체중 시절 수영뿐만 아니라 지상 훈련을 잘 소화하는 모습을 보고 교사 권유로 근대 5종으로 전향했다. 대구체고에 재학 중이던 2021년 처음 국가대표로 선발됐다. 대한근대5종연맹이 파리 올림픽을 내다보고 수영과 레이저런 성적이 뛰어난 고교생 유망주를 대표 명단에 포함하며 태극 마크를 달게 됐다.
남자 근대 5종은 2020 도쿄 올림픽 3~4위 전웅태와 정진화 덕에 활기가 돌았지만 여자부는 침체기를 겪다 성승민 등장으로 새바람이 불었다. 승마를 뺀 4종목을 치르는 고교 무대에서 두각을 나타난 그는 이후 성인 단계에선 승마 실력이 다소 불안했으나 훈련에 매달린 결과, 승마 실력이 일취월장하면서 약진했다. 말과 친해지기 위해 당근도 직접 주면서 교감하는 법을 배웠다고 한다. 지난해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단체전 동메달 멤버로 뛴 성승민은 올해 월드컵 2·3차 대회에서 개인전 은메달을 연속해서 따내고 지난 6월 중국 정저우 세계선수권에서 한국 여자 선수로는 처음으로 개인전 우승을 거두며 올림픽 전망을 밝힌 바 있다.
지난 10일엔 여자 태권도 이다빈(28)이 여자 67kg 초과급 동메달 결정전에서 로레나 브란들(독일)을 2대1(4-2 5-9 13-2)로 꺾었다. 3라운드 종료 30초를 남겨두고 상대 헤드기어가 벗겨질 만큼 강력한 돌려차기를 적중시키며 5점을 얻어 동메달 주인공이 됐다. 이다빈은 어려서 축구 선수가 되고 싶었다. 중학교 시절 축구부에 들어가려면 기숙사에서 지내야 했기에 포기하고, 합숙을 하지 않았던 태권도를 선택했다. 고등학교 1학년이던 2012년 전국체전 정상에 올랐고, 고교 3학년 때 출전한 2014 인천 아시안게임 62kg급 금메달을 따며 스타로 떠올랐다. 하지만 늘 발목 부상을 안고 살아야 했다. 2021년엔 왼쪽 발목 안쪽 뼈 일부가 떨어져 수술대에 올랐는데도 두 달 만에 도쿄 올림픽에 나가 은메달을 걸었다. 작년에 열린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도 왼발 차기는 아예 하지 못하는 상태에서 2위를 했다. 파리 올림픽을 앞두고도 부상 탓에 훈련을 제대로 소화하지 못했다. 이다빈은 준결승에서 스베틀라나 오시포바(우즈베키스탄)에게 1-2라운드를 모두 내주며 졌으나, 동메달 결정전에서 승리하며 2연속 올림픽 메달을 일궜다. 이다빈은 “올림픽은 이게 마지막이다. 다음 올림픽까지 가기에는 몸이 버텨주지 못할 것 같다”며 “후회는 없다”고 말했다.
이날 신유빈(20)·이은혜(29)·전지희(32)로 이뤄진 여자 탁구팀도 단체전 동메달 결정전에서 독일을 매치 점수 3대0으로 누르고 동메달을 획득했다. 2008 베이징 동메달 이후 올림픽 여자 단체전 메달은 16년 만이다. 신유빈은 임종훈(27)과 혼합복식 동메달을 합작한 데 이어 파리에서 두 번째 메달을 챙겼다. 단일 올림픽 탁구 메달 2개는 1992 바르셀로나 김택수·현정화 이후 32년 만이다.
내심 금메달까지 노렸던 남자 근대 5종 전웅태(29)는 합계 1526점으로 18명 중 6위를 했다. 2020 도쿄 동메달로 새 역사(한국 근대 5종 첫 올림픽 메달)를 썼던 그로선 아쉬움이 많이 남는 경기였다. 지난 6월 세계선수권에서도 동메달을 따 올림픽 우승 후보로도 꼽혔다. 준결승까지 순항하며 자신감을 끌어올렸으나 결승에선 강점을 보여왔던 사격에서 실수를 많이 했다. 남자 높이뛰기 우상혁(28)은 결승에서 2m27로 7위에 머물렀다. 브레이킹 김홍열(40)은 남자부 조별리그에서 조 3위에 머물면서 8강 진출에 실패했다. 서채현(21)도 스포츠클라이밍 여자 콤바인을 6위로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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