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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원전(原電)은 화장실도 없는 아파트"라고 하는 선동
    스크랩된 좋은글들 2017. 10. 9. 22:00


    "원전(原電)은 화장실도 없는 아파트"라고 하는 선동

    '원전 무조건 반대론자'들은 "원전은 화장실도 없는 아파트"라고 비판한다. '사용후핵연료'의 최종 처리장을 아직 건설하지 못했다는 이유에서다. 이들은 "사용후핵연료의 오염도가 자연 수준으로 떨어지는 데 10만년 이상 걸린다"며 "원전은 폐기물 대책조차 없는 에너지"라고 주장한다.

     

    그럴듯해 보이지만, 한 번 더 생각해보면 근거가 없다. 원전은 적어도 화장실과 '간이 정화조' 정도는 갖추고 있다. 핵연료는 원자로에서 태워진 후 고스란히 저장수조에 옮겨 보관한다. 사용후핵연료를 재활용하는 '파이로프로세싱', 폐기물 리스크를 획기적으로 줄인 '토륨 원전', 소형 원전 등 기존 원전의 단점을 보완하는 기술도 개발 중이다.  

     

    석탄과 석유는 원전과 비교하면 화장실도, 정화조도 없어 안방과 거실에 마구 용변을 보는 꼴이다. 오염 저감 장치가 있다고 하지만, 여전히 치명적 오염 물질을 내뿜는다. 납, 이산화황, 질소산화물, 미세 먼지…. IEA(국제에너지기구)는 발전, 산업 시설, 수송 차량에서 배출되는 오염 물질에 의한 대기오염으로 매년 300만명이 조기 사망 위험에 직면한다고 추산했다. 리처드 뮬러 UC 버클리 교수는 "한국에서 대기오염으로 한 해 2만2000명이 죽는다"고 했다. 지구온난화라는 관점에서 보면 원전이 가장 효과적인 대체에너지이다. 서구의 일부 환경운동가가 원전이야말로 '청정에너지'라며 친(親)원전으로 전향한 이유다.

     

    8월28일 울산시 울주군 서생면 한수원 새울원자력본부를 방문한 김지형 공론위원장 등 일행이 신고리 5·6호기 건설현장을 둘러보고 있다. /김종호 기자

    원전 반대론자들은 막연한 불안과 공포 심리를 활용한다. 국내 한 대학교수가 후쿠시마(福島) 원전 방사선 오염 물질 유출과 관련, "300년간 북태평양산 고등어·명태를 먹지 말라" "일본 땅 70%는 방사능에 오염됐고, 농산물도 오염됐다"고 강연했다. 일본이 '죽음의 땅'으로 전락한 듯 선동한다. 하지만 일본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은 원전 사고 이전(2010년) 860만명에서 작년 2400만명으로 급증했다. 기자는 2012년 취재를 위해 후쿠시마 원전에 들어갔다. 당시 원전내에는 방사선량이 도쿄의 1만배를 넘는 곳도 많았지만, 젊은 여성 기자를 포함, 각국 기자들은 거리낌도 불안도 없었다. 방진복이나 사명감 때문이 아니다. 허용 기준치 이하이면 건강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의학적 근거 때문이었다. 역사가 발전한 것은 과학이 선동을 극복했기 때문이다.

     

    원전이 절대 안전하다고 주장하려는 것이 아니다. 모든 에너지엔 장단점이 있다. 대안이라는 태양광은 비용도 문제이지만, 야간 발전을 할 수 없어 공급 안정성에서 약점이 있다. 국가가 에너지를 선택할 때 환경문제뿐만 아니라 공급 안정성, 효율성, 비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적절하게 배분하는 '에너지 믹스(Mix)'가 필수적이다.

     

    석유·가스를 100% 수입하는 우리 현실에서 원전은 '에너지 안보' 측면에서 비교 우위가 있다. 일본 방위백서는 "일본은 에너지 수입을 해상 수송에 의존, 해상교통 안전 확보는 국가 존립의 사활적 문제가 되고 있다"고 서술한다. 일본이 아시아 최강의 해군력을 유지하는 이유이다. 일본 우익은 1941년 진주만 기습 공격을 '에너지 확보 전쟁'이라고 주장한다. 수입 대부분을 의존하던 미국이 석유 수출을 금지, 생존을 위해 전쟁을 할 수밖에 없었다는 것. 북한에 치명타를 가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 석유 공급 차단일 수 있다. 에너지 자급과 공급원의 다변화는 국가 안전 보장에 그만큼 필수적이다.

     

    원전은 군사적 안전 보장과도 관련이 있다. 1964년 중국이 원폭 실험에 성공하자, 일본 정부는 "핵을 보유하지 않더라도 언제든지 핵무장이 가능한 잠재 능력을 보유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내부 보고서를 만들었다. 피폭 국가인 일본이 세계 3위의 '원전 대국'이 됐고, 원전 사고에도 원전 재가동을 결정한 것은 '핵무장 잠재 능력의 보유'와도 무관하지 않다.

     

    에너지 정책을 환경문제로만 결정하는 나라는 없다. '화장실 선동'과 막연할 불안감에 무릎 꿇어 국가 경쟁력과 안보, 후손들의 선택까지 족쇄를 채울 것인가.

     

    조선일보 차학봉기자(2017년 10월 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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