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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민노총 대신 '청부 입법' 하는 국회… 나라는 안중에 있는지 묻고 싶다
    스크랩된 좋은글들 2025. 2. 10. 07:36

    김윤덕이 만난 사람  여의도연구원장으로 정치 재개한 윤희숙

     
    2월 3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연구원에서 만난 윤희숙 원장은 "지금 새 판을 짜지 않으면 대한민국은 나락으로 떨어질 것"이라며 "2030 세대의 반(反)포퓰리즘 저항이 본격화하고 있다"고 전망했다. /장련성 기자
     

    조기 대선을 점치며 잠룡들이 암약하는 가운데, 윤희숙이 정치를 재개했다. 국민의힘 여의도연구원장, 경제활력민생특위 위원장을 맡은 데 이어 ‘콜드 케이스’란 제목의 경제서도 출간했다. 신발끈을 고쳐 매는 것이냐 묻자, “신발끈을 꽉 묶을 수밖에 없는 상황 아닌가?” 반문했다. “당이 굉장히 어려운 상태라 사양할 수 없었다. 지금 새판을 짜지 않으면 대한민국은 나락으로 떨어진다.” 교대역에서 1만9000원 주고 샀다는 빨간색 목 폴라에 투지가 넘쳤다.

    ◇ 2030세대의 울분

    -‘설 민심’ 어떻게 체감했나?

    “굉장히 어두웠다. 당의 정책을 고민해야 하는 사람으로 큰 숙제를 안게 됐다. 동시에 한 시대가 지나가고 있다는 느낌을 강하게 받았다.”

    -한 시대가 지나간다?

    “퍼주기, 포퓰리즘이 먹히는 시대가 끝나가고 있다. 특히 경제 위기로 처절한 시간을 보내고 있는 2030 세대의 울분을 느꼈다.”

    -보수화되고 있다는 뜻인가?

    “2030세대는 워키즘(wokeism), 정치적 올바름 등 이데올로기적 멋있음으로 포장한 4050세대를 배부른 꼰대라 여긴다. 특히 ‘25만원 지원금’처럼 현금을 살포하려는 정치 세력을 가장 혐오한다. 현재의 흥청망청이 자신들 빚으로 돌아온다는 걸 알기 때문이다.”

    -2030세대 절반 이상이 헌법재판소의 탄핵 심판 과정을 신뢰하지 않는다는 여론조사는 어떻게 봤나?

    “판사에게 제일 중요한 건 판결에 대한 신뢰인데, 자신의 정치적 성향을 소셜미디어에 노골적으로 드러내는 이가 참 많더라. 자기 판결이 신뢰를 받지 못해도 개의치 않겠다는 것이니 얼마나 오만한가. 한덕수 총리 탄핵 정족수 판단을 미뤄온 헌재의 정파적 행태도 마찬가지다. 국민을 이렇게 깔봐도 되는 건가.”

    -당에 복귀하며 ‘그늘은 밝히고 경제엔 활력을’이란 슬로건을 앞세웠다.

    “보수가 도덕적 우위를 가지려면 그 사회 그늘을 없애는 노력을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 일자리 못 찾고 은둔하는 청년들, 고령화 사회에서 내일이 불안한 중장년들, 각종 사회보장 장치에서 벗어나 있는 사람들을 구석구석 찾아내 일으킬 것이다.”

    -‘외로움·고립·단절’을 타파하는 대책단을 만들어야 한다고도 했다.

    “인디언들은 말을 타고 달려가다가 잠시 멈추고 뒤를 돌아본다고 한다. 빨리 달리는 동안 영혼이 못 따라왔을까 봐 기다려주는 것이다. 숨 가쁘게 발전해온 우리나라는 자신을 돌보는 것은 물론 타인에게 관심을 갖고 도와주는 시스템을 만들지 못했다. 우울증, 자살, 고독사 문제가 점점 심각해지는 이유다.”

    -주로 진보 정당이 던져온 의제인데.

    “에드먼드 버크의 말처럼 보수는 ‘지키기 위해 변해야 한다.’”

    지난 1월 21일국민의힘 경제활력민생특위 위원장으로 임명된 윤희숙이 1차 전체회의에서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그늘은 밝히고 경제엔 활력을'이라는 슬로건을 내세웠다. /남강호 기자

    ◇ K라는 ‘新국뽕’에 숨어

    -경제서 ‘콜드 케이스’를 하필 이 시점에 출간한 이유는?

    “총선 패배 후 정치인 윤희숙의 본질이 무엇인지 돌아봤다. 정치할 기회가 없더라도 국민께 이 말은 꼭 해야겠다는 심정으로 여름·가을 내내 집필했다.”

    -노동·연금·의료·교육 등 5대 개혁을 세세히 다뤘더라.

    “개혁해야 하는 걸 뻔히 알면서도 모든 정권이 ‘폭탄 돌리기’ 하듯 미루며 캐비닛에 방치해온 숙제들이다. 이걸 풀지 않으면 우리는 한 걸음도 앞으로 나아갈 수 없다. 이 나라는 현재 한계에 부딪혔고, 대전환을 위한 사회적 각성이 절실하다.”

    -입법·사법·행정부를 망라한 엘리트 집단을 직격했다.

    “세금으로 월급 받는 집단의 직무 태만이 20년 이상 지속돼 왔다. 헌신과 자기 규율은 사라지고 특권만 남았다. 딥시크 충격이 세계를 뒤흔들 때까지 그들은 뭘 했나. 앞의 두 세대가 60년 동안 죽을 똥 싸며 구축한 나라를 썩은 부분 잘라내고 개혁하면서 튼튼히 유지했어야 하는데, 이데올로기 싸움이나 하며 나라에 구멍이 숭숭 나는 걸 보고만 있었다. K라는 신(新)국뽕에 숨어 본업을 배신했다.”

    -공공 부문 주체들의 행태가 난공불락이라고 썼던데.

    “‘현직 공무원 갤러리’라는 온라인 커뮤니티를 아나? 공무원으로 일하면서 배우는 것도 없고, 나라 위해 일한다는 것도 뻥이고, 그저 윗사람이 그 윗사람한테 출세 위해 아부하는 걸 돕고 있을 뿐이라는 청년 공무원들의 냉소와 조롱이 넘쳐난다. 혁신의 천적인 ‘규제’를 공권력 갑질의 도구로 사용하는 고질적 문화만 그대로 아닌가.”

    -국민 소환권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높다.

    “최근 해외 신용 평가사들이 한국 입법부는 고도화된 한국 경제를 다룰 능력이 없다고 평가한 보도를 봤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기업 주도 성장’을 얘기하던데, 불법 파업에 책임을 묻지 않는 ‘노란봉투법’ 같은 걸 내놓고 무슨 기업 운운인가? 민노총을 대신해 ‘청부 입법’ 하는 의원들에게 자기 업(業)에 대한 철학이 있는지 묻고 싶다.”

     

    ◇ 이재명을 저격하는 이유

    -노동 개혁 관련해서는 연공급을 폐지하고 직무급·성과급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문재인 정부 때 산업은행 회장을 지낸 이동걸씨가 30년 일한 직원이 신입 직원보다 월급을 3배로 받는 구조 때문에 우리 제조업은 망할 거라고 했다. 능력에 상관없이 회사에 오래 다녔다는 이유로 돈을 많이 받는 고성장 시대의 유산이 기업의 생산성을 떨어뜨리고 청년 일자리를 위축시킨다.”

    -근로 연수에 따른 전문성, 경험치는 인정받아야 하지 않을까.

     

    “물론이다. 그러나 그 차이가 1.5배가 아니라 3배라면 곤란하다. 고용주도 고임금 중장년 노동자가 어서 나가주기만을 기다릴 것이다. 초고령화에 대비해 임금 체계를 연령별 장점에 맞게 조정해야 한다.”

    -민주당은 정년 연장을 본격 논의하자고 한다.

    “생산성에 따른 임금의 재조정 없이 정년 연장은 곤란하다. 청년들에게 ‘피박’을 씌우는 연장이어서는 안 된다.”

     

    -노인 빈곤을 없애기 위해 국민연금 소득 대체율을 올려야 한다는 민주당 주장은 거짓말이라고 했다.

    “빈곤 노인층은 국민연금을 낼 수 없는 불안정 직종에 종사했던 분들이 태반이라 연금 수혜를 거의 받지 못한다. 소득 대체율을 올리면 미래의 비정규직 젊은이들 돈을 끌어와 현재 여유 있는 노인들 지갑을 채워줄 뿐이다.”

    -의료 개혁 관련해서는 의사들 억울함을 이해하는 입장이더라.

    “우리 국가는 의료 시스템 개선보다는 건강보험 재원으로 병원을 통제하는 일에 주력해왔다. 전공의를 갈아넣어 병원을 유지할 수밖에 없는 구조를 방치해온 것이다. 필수 의료 수가, 전공의 처우 등 정부가 이제라도 바꿔보겠다고 나서서 다행이지만, 의료계와의 신뢰 회복이 우선돼야 한다.”

    -이재명의 우클릭 행보는 어떻게 보나?

    “이재명 선생은 일관된 지향·믿음이 없다는 것 말고는 일관된 게 없는, 참 특이한 분이다. ‘기본 소득’은 이재명이란 이름을 세상에 알린 일등 공신이고, 지난 대선 때도 기본소득은 분배정책이 아니고 성장 정책이라고 우겼는데 국민들이 그 허상을 깨닫기 시작하니 이젠 버리겠다고 한다. 사과 한마디 없이. 반도체 기업의 52시간 근로제 예외? 민노총이 반대하니 지금도 말을 계속 바꾸고 있지 않나.”

    -이재명 대표를 왜 그렇게 저격하나?

    “아무 말이나 막 하시니(웃음). 파이낸셜 타임스 칼럼니스트 마틴 울프가 정확히 말했다. ‘모든 사람에게 돈을 뿌리는 기본 소득이 대안이 되지 않는 이유는, 언제나 그것보다 나은 대안이 있기 때문’이라고. 그런데 우리 사회에 이재명식 포퓰리즘이 먹히는 걸 보고 안타까웠다. 대한민국 정신이 자립자조인데 보수가 정치를 얼마나 못했으면 이 지경이 됐나 싶어서. 그걸 2030세대가 파쇄하고 있다.”

     

    ◇내가 하는 정치에 당당하고 싶다

    -올해가 여의도연구원 30년이다.

    “오늘(2월 3일)이 생일이라 아침에 직원들과 케이크를 잘랐다.”

    -명태균 여론조사 의혹 등 여연이 망가졌다는 소리가 나온다.

    “한 대 맞으면 한 때 때리는 검투사 정치를 하느라 정책 개발 기능을 소홀히 해왔다. (나는) 급하게 불려왔지만, 국민의 먹고사는 일을 더 낫게 만드는 정책 정당이 되도록 노력할 것이다.”

    -KDI(한국개발연구원) 시절 재정·연금·노동·의료를 두루 연구했던데.

    “넓고 얕게 안다(웃음). 그 분야 최고 전문가가 누구인지 알고, 각 분야를 연결하는 허브 역할을 할 수 있다.”

     

    -총선 때 맞붙은 전현희는 ‘윤희숙은 책상물림’이라고 비판했었다.

    “그분은 KDI가 뭐 하는 덴지 모르는 것 같더라. KDI 시절 예비타당성 조사를 많이 했는데, 내 결정에 누군가의 인생이 걸려 있고 막대한 돈이 오갈 거란 생각에 정말 치열하게 일했던 시간이다.”

    -최저임금위를 박차고 나온 것, 부친의 부동산 투기 논란으로 의원직 사퇴한 걸 두고 윤희숙의 욱하는 성질을 걱정하는 사람도 있다.

    “욱하는 성격 전~혀 아니다(웃음). 다만 정치인의 말에는 영이 서야 한다고 생각했다. 부동산만 해도 다들 별일 아니라고, 금방 잊힌다고 했지만 나는 내가 하는 정치에 당당하고 싶었다.”

    -당시 대선 출마도 선언했는데.

    “정책 선거로 판을 바꾸고 싶었지만 역부족이었다.”

    -이준석은 40대 기수론을, 한동훈은 ‘언더 73’을 들고 조기 대선 채비를 하고 있다.

    “김영삼의 40대 기수론이 먹힌 건 나이 때문이 아니라 20대부터 다져온 정치적 능력과 자산 덕분이었다. 나이를 앞세우는 건 좋은 전략이 아니다.”

    -‘내가 틀릴 수 있다’는 생각을 하나?

    “소심한 성격에 팔랑귀다(웃음). 내 논리가 도전받는 걸 즐기지 않으면 좋은 학자도, 정치인도 될 수 없다.”

    -유머가 넘친다.

    “만화를 좋아한다. 사람들은 ‘만화를 몇 권쯤 봤냐’고 묻지만, 나에겐 ‘몇 벽쯤 봤냐’고 물어야 한다(웃음).”

    -술도 잘 마시나?

    “소주 석 잔? 과음한 뒤 변기를 끌어안고 토하면서 ‘내가 또 술을 먹으면 개다’ 이러면서 후회한다. 하하!”

     

    -요즘 읽는 책은?

    “월가의 오랜 종사자가 쓴 ‘애프터 크라이시스’. 리더의 최고 덕목을 아프리카 정글의 우두머리에 비유했더라. 위험 신호를 가장 먼저 감지하고 이를 피하도록 무리를 이끄는 사람이 리더! 신뢰받는 정치 없이 경제 역전은 불가능하다.”

     

     

    ☞윤희숙

    1970년 서울 출생. 서울대 경제학과 졸업 후 동대학원에서 석사, 컬럼비아대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한국개발연구원(KDI) 재정복지정책 연구부장, 국제정책대학원 교수를 지냈고, 21대 국회의원으로 정치에 입문했다.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3법에 반대하는 ‘저는 임차인입니다’란 연설로 주목받았으나 부친의 부동산 투기 의혹이 일면서 의원직을 내려놨다. ‘정책의 배신’을 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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