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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법(司法)이 나라를 구해야
    스크랩된 좋은글들 2025. 2. 11. 07:19

    세계는 급속도로 변하고 있다  트럼프 관심은 한국이 아닌  북 김정은과 한반도 안정   대한민국 생존과 관련해선
    윤석열, 이재명도 2차적 문제  지금 우리에게 중요한 것은 탄핵 터널 벗어난 정상 국가  그 단초가 사법에 달려 있다

    6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6차 변론이 진행되고 있다./사진공동취재단
     

    헌법재판소 출신의 한 법조인은 최근 신문 칼럼에서 “헌재의 판결은 고도의 사법(司法) 정치”라고 했다. 이때 정치는 오늘날 정치권에서 횡행하는 술수 정치와는 다른, 정책적 결정으로서의 정치라고 했다. 어느 쪽이 옳고 그르냐는 사물적(事物的) 판단이 아니라, 어느 것이 나라를 올바르게 운용하는 데 준거가 될 것이냐 하는 판단이라는 뜻일 것이다. 이것은 헌재뿐 아니라 모든 사법 기능의 원칙이어야 할 것이다. 그런데 현직 대통령의 탄핵을 다루고 있는 오늘의 헌재는 그런 사법적 정치와는 다른 모습으로 비치고 있다. 헌재의 구성 요소가 너무 정파적이고 너무 좌파적이라는 지적이다. 거리의 반탄 집회는 이미 헌재에 지고 있는 셈이다.

     

    우리 앞에는 우리나라의 정치 진로를 가름할 재판이 두 건(件) 대기하고 있다. 하나는 윤석열 대통령 탄핵 여부에 관한 헌재의 판결이고, 다른 하나는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대선 출마 여부를 좌우하는 선거법 위반 항소심 판결이다. 두 재판은 그 판결 시점의 선후(先後)와 판결 내용의 유무죄에 따라 여러 조합이 가능하다. 이 대표 항소심 판결이 먼저 나올 것인가, 윤 대통령 탄핵 여부가 먼저 판결될 것인가에 따라 정치 지형은 전면 달라진다. 또 그 내용에 따라서도 상황은 180도 달라질 수 있다. 이 대표는 유죄가 나면 정치권에서 아웃이다. 무죄가 나오면 그는 100% 대선에 출마한다. 그래서 그는 목숨 걸다시피 별 꼼수를 다 동원해서라도 (예를 들어 선거법 위헌 심사 신청 등) 무죄를 도모할 것이다. 다만 유죄가 예상되더라도 대선이 먼저 진행되면 선(先) 당선, 후(後) 면책 같은 트럼프식(式) 생존 방식을 쓸 수 있기 때문에 지금 이 대표로서는 자신의 유무죄보다는 윤 대통령의 선(先) 탄핵이 최선의 목표일 것이다.

     

    윤 대통령의 옵션은 무엇인가? 헌법재판소에서 탄핵이 인용되면 윤 대통령의 정치 생명은 그것으로 끝이다. 그가 기각 결정을 받는 경우 대통령직에 복귀할 것이다. 문제는 거기에 있다. 보수층은 윤 대통령 탄핵에는 반대하면서도 그가 복귀해 나라를 제대로 이끌어 갈 수 있을까에는 회의하고 있다. 모든 것이 12·3 비상계엄 이전으로 되돌아가기에는 지난 과정이 모두에게 너무 엄혹했다. 그리고 그 경우 앞으로 남은 대통령 임기 2년여도 험난한 여정이 될 것이다. 그리고 그런 현실은 차기를 노리는 보수 주자들에게도 불리하게 작용할 것이기에 윤 대통령의 정치적 효능성은 별개로 하고라도 정권 재창출은 더욱 어려워진다.

     

    그래서 윤 대통령은 자신의 입지만 살리는 데 머물지 않고 보수를 뭉쳐서 정권 재창출에 투구하도록 해야 한다. 그것이 그가 ‘죽어서 사는 길’일 것이다. 그런 것이 공개적으로 천명돼 미래가 예측 가능해져야 한다. 그것은 헌재 결정에 압박 요인이 될 수도 있다. 그것은 그가 비상계엄이라는 극단적 해법에 의존하게 만든 야당의 독소 조항, 즉 야당의 입법 독재, 행정권 마비, 한국 정통성 훼손 등 독소적 요소를 차단하는 가장 현실적 방식이기도 하다. 윤 대통령은 자신을 지지하는 20~30세대를 고무적으로 거론하고 있다. 왜 그런 현상이 일어나고 있는가. 그 세대의 본질이 친윤이라서가 아니라 신자유주의적이고, 얼치기 진보·좌파에 대한 반발, 남녀 격차 때문이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지금 우리에게 시급하고 중요한 것은 빨리 이 탄핵 국면을 벗어나 정상적 국가 운용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세계는 빠른 속도로 변하고 또 전진하고 있다. 특히 우리에게 많은 영향을 미치는 미국의 정치적 변신은 미국뿐 아니라 세계를 더욱 자국(自國) 이기주의로 이끌고 있는데 우리는 언제까지 정치적 공백과 혼란 상태에서 허우적거릴 것인가. 지금 트럼프의 관심은 한국이 아니라 북한의 김정은이고, 한국의 안전과 안정이 아니라 한반도의 안정이다. 사실 윤석열이냐 이재명이냐 하는 문제는 대한민국 생존과 관련해서는 2차적이다. 이 터널을 빨리 그리고 발전적으로 해결할 단초가 사법의 손에 달렸다. 사법(司法)은 무엇이 나라를 위기에서 구할 것인가를 애국적으로 판단해야 한다. 사법이 정치를 교정하고 나라를 구하는 상황이 됐다.

    2025년 2월 11일 조선일보 김대중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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