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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회의원 임기 2년으로 줄이고 공천제 만 없애도 '극단 정치' 막는다
    스크랩된 좋은글들 2025. 3. 31. 07:21
     

     

    25일 한국정당학회장 서정건 경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가 본지와 인터뷰를 가졌다. 서정건 교수는 “극단 정치를 막으려면 대통령과 국회의원 임기를 4년-2년, 혹은 4년-4년으로 바꿔 선거 주기를 일치시켜야 한다.”고 했다. /박성원 기자
     
    의회정치에 대미 외교 자문까지 눈코 뜰 새 없는 서정건 교수는 “물리학자처럼 불변의 법칙을 발견할 순 없지만, 사회과학자로서 불확실성의 시대를 올바로 보고 방향을 잡는 데는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고 했다./박성원 기자
     

    “비상계엄을 야기한 극단 정치를 막으려면 대통령과 국회의원 임기를 4년-2년, 혹은 4년-4년으로 바꿔 선거 주기를 일치시켜야 한다.”

    개헌 논의가 봇물을 이루는 가운데 대선과 총선 주기를 일치시켜 대통령과 의회가 서로 견제하며 균형을 이루게 하자는 주장이 나왔다. 미국 의회·정당 연구의 권위자로, 현재 한국정당학회장인 서정건 경희대 교수다.

    서 교수는 “이념적 양극화에 더해 혐오·배제의 정서적 양극화가 한국 민주주의를 파탄 내고 있다”며 “조기 대선이 있더라도 후보들이 개헌 시기와 방법에 대한 구체적 공약을 제시하게 해야 한다”고 했다. 다만 “정당학회장이 아닌 연구자 개인 소견”임을 전제했다.

    ◇ 슬로건식 개헌은 그만

    -지난 14일 한림대가 주최한 개헌 심포지엄에서 선거 주기를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

    “개헌 논의가 4년 중임제, 이원정부제, 양원제 등 ‘슬로건’식 주장으로만 흐르고 있다. 방법과 내용에 대한 논의를 더 세분해야 한다. 이번에도 개헌 없이 사람(대통령)만 바꾸는 상황이 된다면 한국 민주주의엔 희망이 없다.”

    -선거 주기의 일치는 왜 중요한가?

    “현행 선거제도에서 가장 심각한 것이 대선과 총선 주기의 불일치다. 대선은 5년에 한 번, 총선은 4년에 한 번 치르니 대통령과 국회의 임기가 동시에 시작되는 경우는 20년에 한 번꼴이다.”

    -그게 왜 문제인가?

    “대통령과 국회의원 임기가 불일치하면 대통령과 국회를 같은 정당이 장악해 정치의 새 판을 짜기가 우선 쉽지 않다. 반대로 대통령 임기 중간에 거대 야당이 국회를 장악할 경우 대통령의 남은 임기가 무력화된다.”

    -대통령도 4년, 국회의원도 4년으로 하자는 건가?

    “국회의원은 2년으로 줄이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 국회에 대한 불신으로 ‘국민 소환제’ 목소리도 나오는데, 총선을 2년마다 치르면 국회의 민주적 책임성과 전문성을 국민이 심판할 수 있다.”

    -선거를 너무 자주 치르게 될 텐데.

    “선거는 정치를 중도로 수렴하게 하는 기능을 수행한다. 극단적 유튜버 등 정치적 고관여층이 다수인 한국 사회에서 정치적 관심을 제도화할 대안이 될 수 있다.”

    -선거 비용도 막대하다.

    “2년 주기 총선이 현실적으로 어렵다면, 국회의원을 두 그룹으로 나눠 전체 의석의 절반을 2년마다 새로 뽑는 방법도 있다. 미국의 상원 선출 방식이 그렇다.”

    지난 14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한림대 도헌학술포럼에 참석한 최장집 고려대 명예교수, 염재호 태재대 총장, 성낙인 전 서울대총장, 송호근 한림대 도헌학술원장. 이날 미국 정치와의 비교 연구를 통해 한국 정치의 양극화를 발표한 서정건 교수는 "대선과 총선의 주기를 일치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조인원 기자

    ◇ 정책 계파가 나오려면

    -대통령은 4년 중임제가 대세더라.

    “재선되기 위해 국민의 지지를 살필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건데, 사실상 대통령이 공천권을 쥐고 있고, 교섭단체 대표가 막강한 권한으로 국회를 운영하는 시스템을 바꾸지 않으면 4년 중임제가 8년 단임제가 될 위험도 있다. 4년 중임제인 미국에서 정당에 기반한 정치가 굳건한 것은 중앙당의 낙하산식 공천이 아니라 지역 유권자들이 프라이머리(예비선거)를 통해 후보를 선출하기 때문이다. 다양한 ‘정책 계파’가 나올 수 있는 배경이다.”

    -미국 텍사스주의 칩 로이 공화당 의원이 같은 당인 트럼프 대통령에게 반기를 든 사례가 흥미로웠다.

    “트럼프가 국가 부채의 상한선을 없애는 법을 지지하자 칩 로이를 중심으로 공화당 의원 38명이 모여 있는 정책 계파 ‘프리덤 코커스’가 똘똘 뭉쳐 이 법안을 부결했다. 정부가 국민 세금을 함부로 쓰지 못하게 하는 것이 강성 우파인 이들의 정치 철학이자 지역민과 한 약속이기 때문이다.”

    -공천제만 없애면 의회 정치가 부활할까?

    “국회가 각 당 지도부가 아니라 상임위원장 중심으로 돌아가게 해야 한다. 외교통일위원회, 국방위원회 등 상임위원장들이 힘을 갖고 의원들의 전문성을 키우면 정당 지도부와 다른 목소리를 낼 수 있다. 그런데 우리는 걸핏하면 ‘특위’를 만들어 상임위를 무력화한다. 노른자 상임위원장은 2년에 한 번 순환 보직처럼 맡게 하니 무슨 힘을 발휘하겠나.”

    -‘정책 청문회’를 활성화해야 한다고도 했다.

    “각 부처 장·차관을 불러 진행하는 정책 청문회는 한계가 있다. 야당은 무조건 비판하고, 여당은 무조건 편을 들 테니. 미국 상원의 정책 청문회 중 상당수는 전문가들을 불러 진행한다. 의원들이 묻고 전문가가 답하는 과정을 보면서 국민들이 정책을 제대로 이해하고 평가한다. 그런데 의료 대란만 해도 우리는 국회의 역할을 본 적이 없다. 제대로 된 의회라면 국가적 중대사가 양보 없는 논쟁에 빠졌을 때 포럼 기능을 해야 한다. 의료진, 환자, 전문가들을 불러 정책 청문회를 했어야 한다.”

    -깅그리치 의원의 ‘미국과의 계약’도 인상 깊었다.

    “1954년부터 1994년까지 공화당은 미국 하원을 장악해 본 적이 없다. 그래서 뉴트 깅그리치 의원이 ‘미국과의 계약(Contract with America)’이란 이름의 플랫폼을 만들어 민주당이 독점해 온 의회 개혁을 주도한다. 상임위원장을 두 번 하면 더 이상 못 하게 하고, 3선 의원은 선거에 못 나오게 하는 식으로. 그러자 국민이 공화당에 표를 몰아줬고 1994년 중간선거 때 상·하원을 모두 장악하게 된다.”

    -우리도 개혁 할 수 있을까?

    “공천제를 없애고, 교섭단체 대표 중심의 국회 운영을 바꾸는 것은 국회법, 정당법으로도 얼마든지 할 수 있다. 개헌까지 갈 필요도 없다.”

     

    ◇중도의 힘

    -문제는 광장 정치다. 국회에 있어야 할 여야 의원들이 광장에서 대치하고 있다.

    “팻말에 몇 글자 써서 들고 나가는 게 더 쉽기 때문이다. TV나 소셜미디어에 손쉽게 얼굴을 드러낼 수 있기 때문이다. 나는 언론이 개헌과 정치 개혁을 위해 고민하고 있는 의회파 의원들을 더 조명하고 비교해줬으면 좋겠다.”

    -정치의 양극화 추세에 어쩔 수 없는 것 아닐까?

    “미국 정치의 양극화와 한국 정치의 양극화에 가장 큰 차이점이 있다면 ‘중도의 힘’이다. 지지층 결집 선거를 하는 미국 대통령 선거와 달리 한국 대선은 ‘누가 중도를 잡느냐’로 결정된다. 이재명 대표가 연일 우클릭하는 이유다. 계엄도, 줄탄핵도 문제였다고 생각하는 중도가 두꺼운 층을 이루고 있는 것이 한국 정치의 희망이다.”

    -‘내전’이란 말이 나올 만큼 탄핵 찬반 목소리가 팽팽한데.

    “광장의 목소리가 크니 그분들 세상 같지만, 탄핵 정국이 마무리되면 양극단 목소리는 잦아들고 중도층이 힘을 발휘할 것이다. 조기 대선이 이뤄질 경우 특히 그렇다. 각 당은 그런 후보를 갖고 있는지 돌아봐야 한다.”

    -조기 대선이 이뤄지면 개헌은 물 건너가는 것 아닌가?

    “개헌의 시기와 방향, 내용을 공약으로 제시하는 후보를 국민이 선택하면 된다.”

    -개헌이 그토록 절실한가?

    “87년 체제가 들어선 뒤 국가적으로 큰 위기가 닥쳤을 때 우리는 정치 개혁을 단행하지 않았다. 10년 후에 터진 IMF 사태만 해도 ‘금 모으기’로 위기를 넘기기보다 국가와 시장의 관계를 재정립하는 구조 개혁을 단행해야 했다. ‘큰 정부, 작은 정부’에 대한 논쟁과 개혁 없이 대통령만 바뀌었고, 보수든 진보든 오로지 선거에서 이겨 승자 독식의 권력을 차지하는 데만 매달렸다. 대통령 선출 방식(직선제)에만 집중한 87년 헌법은 그래서 수명을 다했다. 인물 경쟁이 아니라 정책에 기반한 정당 중심의 정치 경쟁을 할 수 있도록 개헌해야 한다.”

    -요즘 대통령에게 제왕적 힘이 어디 있냐고도 하는데.

    “리처드 뉴스태드라는 미국 학자는 대통령 권력은 의회를 상대로 한 ‘설득의 권력’이라고 정의했다. 설득하고 소통하는 대통령에게 국민은 더 강한 권력을 부여한다.”

    -설득 여지가 없는 야당도 있다.

    “그래서 국회의원 선거를 2년에 한 번 해야 한다는 것이다(웃음).”

    한국정당학회장을 맡고 있는 서정건 경희대 교수는 "이념의 양극화와 더불어 혐오가 들끓는 정서적 양극화가 한국 민주주의를 위협하고 있다고 말했다./박성원 기자

    ◇ 트럼프의 전방위적 드라이브

    -왜 미국 정치를 전공했나?

    “미국이란 나라는 국가·정부·대통령의 역할에 대해 건국부터 지금까지 논쟁하고 있다. 1830년대 만든 민주당, 1860년대 만든 공화당의 지역 기반과 정책 기반이 시간이 흐르면서 변해 가는 것도 흥미로웠다.”

    -미국 정치에서 배워야 할 게 있다면?

    “저 나라도 지금 민주주의가 엉망이지만, 정치인들이 언론에 나와 자기 정책을 설명하는 전통과 관행은 여전히 강하게 남아 있다. 심지어 트럼프도 자기가 왜 관세를 때리는지 트위터에 올리고 기자들에게 일일이 설명한다. 우리 정치인들에게서 그런 모습을 본 적이 없다.”

    -트럼프 2기가 시작된 지 두 달이 됐다.

    “내가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체계적이고 전방위적으로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트럼프 4년간 경제가 폭삭 망하지 않는 한 2028년 대선에서도 민주당은 어려운 싸움을 할 것이다.”

    -트럼프에게 대응하기는 미리미리 하지 말고 그때그때 해야 한다고 했던데.

    “막 던지고 보는 트럼프 스타일에 미리미리 대응하면 오히려 자충수를 둘 수 있다. 일본 이시바 총리가 트럼프를 조기에 만나 아부 외교를 했다지만, 일본이 철강·알루미늄 관세 폭탄을 피할 수 있었나? 국익을 기준으로 냉정하고 당당하게 대응해야 한다.”

    -70년 동맹이지만 우리의 대미 외교 전략이 취약하다고 했다.

    “민감 국가 지정 문제만 해도 우리 정부가 가장 먼저 취했어야 할 태도는 미국에 유감을 표명하는 것이었다. 왜 민감 국가 목록에 올랐는지 설명하라고 요구해야 했다. 그런데 우리는 핵무장 탓이니, 한국 과학자의 기밀 노출 탓이니 하며 자중지란을 벌였다. 문재인 정부 때 쿼드 가입 논란도 마찬가지다. 가입하면 친미, 안 하면 친중이라는 진영 논리로 우리끼리 싸우기만 했다.”

    -정당학회 춘계 학술회의 주제가 ‘초당파적 한국 외교의 모색’이었다.

    “국내 정치의 양극화가 국가 신뢰도를 떨어뜨리는 상황에서 외교 정책만큼은 당파에서 벗어나야 한다. 작년 11월 말 국회가 여야 합의로 ‘방위비분담특별협정(SMA)’을 비준한 것이 대표적 사례다. 트럼프 당선 전 비준안을 통과시키는 것이 관건이라, 양당의 김건·김영배 간사가 최선을 다했다. 국익을 최우선하는 초당파적 실리 외교만이 트럼프 시대를 이겨낼 수 있다.”

    지난 28일 '초당파적 한국 외교의 모색'을 주제로 춘계학술회의를 연 한국정당학회. 김건 국민의힘 외통위 간사(왼쪽에서 둘째)와 김영배 더불어민주당 외통위 간사가 참석해 토론했다. /김윤덕 기자 
     
    2025년 4월 1일 조선일보 김윤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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