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OUT ME

-

Today
-
Yesterday
-
Total
-
  • 축서사 조실 무여 스님 인터뷰
    스크랩된 좋은글들 2025. 5. 2. 08:37

    다움주 월요일(5월 5일)은  부처님 오신날이다.   축서사 조실 무여수님의 인터뷰 기사이다. 

    29일 경북 봉화 축서사에서 무여 스님이 부처님 오신날을 앞두고 본지와 인터뷰를 갖고 있다. /신현종 기자
     

    “마음공부해야 합니다. ‘나는 누구인가’도 모른 채 예사롭게 보내기엔 인생이 너무 아깝지 않나요.”

    지난달 29일 경북 봉화 문수산 자락 축서사에서 만난 조실(祖室) 무여(無如·85) 스님은 마음공부 이야기뿐이었다. 친절한 말투와 표정이었지만 공부에 관해서는 단호했고, 확신에 차 있었다.

     

    스님을 만난 염화실은 선승의 방답게 간결했다. 벽엔 중국 선종(禪宗)의 초조(初祖) 달마·육조(六祖) 혜능 대사 그리고 한국 근대 불교의 중흥조 경허 선사와 한암 스님의 사진 넉 장만 걸려 있었다.

     

    불기(佛紀) 2569년(2025년) 부처님오신날(5월 5일)을 맞아 무여 스님에게 마음공부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하루 일과는 어떠신지요.

    “건강은 좋은데, 나이가 있어서인지 작년부터는 내리막을 걷는 느낌이 듭니다. 올해부터는 주변에서 찬 바람이 좋지 않다고 해서 새벽 예불은 참석하지 않고 있어요. 저녁 9시쯤 자고 새벽 1시쯤 일어납니다.”

     

    -4시간밖에 안 주무시면 힘드시지 않나요?

    “4시간이면 잠은 충분해요. 눈을 뜨면 제일 먼저 화두(話頭)가 있는가 없는가부터 점검합니다. 스스로에게 ‘무여 스님, 청안(淸安)하십니까’라고 물어요. 보잘것없는 저 스스로를 좀 추켜세워주는 의미입니다. 눈 뜨자마자 화두가 순일(純一)하게 잘되고 있으면 고요하고 편안하고 묘한 행복감을 느끼지요.”

    무여 스님이 축서사 계단을 내려오고 있다. 양옆으로 보이는 축대는 스님이 1987년 축서사 주지로 부임해 절을 새로 짓다시피 하면서 쌓은 것으로 세월의 흔적이 묻어 있다. /신현종 기자
     

    -화두가 잘 안 되면 어떻습니까.

    “스스로 야단쳐서 화두가 제대로 되도록 합니다. 때로는 저 스스로에게 밥을 안 주기도(먹기도) 합니다.”

    -굶기도 하신다고요?

    “화두가 안 되면 죽은 밤과 같고 밥이나 축내는 것이니까요. 그만큼 제게 수행이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항상 그런 평정심을 견지하면서 대중에게 알맞은 이야기를 해 줄 수 있도록 준비된, 그런 삶이라고 할까요. 수행자가 그 정도는 살아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화두는 처음부터 ‘무(無)’ 자 화두를 들고 있습니다. 이런 생활이 40~50년쯤 된 것 같네요. ”

     

    -직장 생활을 하다가 출가하셨지요?

    “대학에서 경제학을 전공하고 대기업 경리부에서 일했습니다. 하루를 돈으로 시작해 돈으로 끝났어요. 돈, 돈, 돈이었지요. 월급은 많았지만 2년쯤 지나니 이렇게 살기는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불교 서적을 읽으며 심취해 해인사, 송광사, 통도사를 거쳐 오대산 상원사로 출가했지요. ‘가장 깊은 곳, 조용한 사찰’을 여쭸더니 통도사 경봉 스님이 붓글씨로 소개장을 써주셔서 은사(희섭 스님) 스님을 뵙고 출가했습니다.”

     

    -출가 후 수행은 어떠셨나요.

    “1966년 당시로선 늦은 스물여섯 살에 출가했지요. 다부지게, 올곧게, 되게(힘들게) 수행해야겠다고 다짐했지요. 오대산 북대(北臺)에선 짬지게(알차게) 했어요. 혼자 통나무집 작은 방 안에서 앉는 자리, 서는 자리, 의자 등 세 자리를 정하고 번갈아 수행하면서 각각의 자리 천장에 줄을 매달아 목에 걸었어요. 졸면서 고개를 꾸벅이면 줄이 바로 목을 당기도록. 그렇게 2년을 죽자 사자 오직 화두, 화두, 화두만…. 공부가 잘될 때는 몇 시간, 하루가 후딱 지나고 ‘여기가 어딘가’ 모를 정도였죠. 눈이 통나무집을 덮어 시간을 가늠하기 어려울 때도 있었고, 먹이 찾아온 멧돼지와 산새 3마리에게 시래기와 밥알을 나누며 ‘다섯 식구’가 함께 겨울을 나기도 했어요. 나중에 여름이 되어 산책을 하는데 그 멧돼지가 나타나서 길동무를 하기도 했어요.”

     
    축서사 대웅전 앞에서 바라본 풍경. 1200m 문수산 중턱 800m 높이에 세워진 축서사는 영주 부석사 무량수전 앞에서 보는 풍경 못지 않은 시원한 조망이 일품이다. /신현종 기자
     

    -얼마 전 조계사 ‘담선 대법회’에서 ‘예사롭게 살다 가기에 인생은 너무 아깝다’고 하셨어요.

    “살다 보면 이런저런 인생, 별별 인생 다 있어요. 예사롭게 사는 사람이 태반이죠. 그런데 ‘나는 누구인가’는 누구나 물어봐야 해요. 내가 누구인지도 모르면서 예사롭게 살다 가서야 되겠어요? 참선이든 염불이든 명상이든 삼매에 빠지는 상태까지 가봐야 합니다. 빠져보면 마음이 아주 고요하고 편안한 상태에 이르게 됩니다. 진솔한 자기를 모르면서 산다는 것은 아주 부끄럽고 괴로운 일이지요.”

    -곧 부처님오신날입니다. 부처님은 어떤 가르침을 주시기 위해 오셨나요.

    “부처님은 일대사(一大事) 인연으로 오셨습니다. 일대사는 일생 동안 가장 중요하고 큰일입니다. 그것이 무엇인가요? 생사(生死)의 문제지요. 인간의 지혜를 반딧불이라고 한다면 부처님 지혜는 태양입니다. 2500년 전 아무도 이런 생각을 하지 않고 있을 때 이런 지혜를 알려주셨지요. 부처님은 누구나 수행을 통해 자신의 태양을 발견할 수 있다는 것을 알려주셨습니다.”

     

    -일상생활에서 마음공부는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하루를 시작할 때와 잠자리에 들기 전에 5분, 10분이라도 마음공부를 꼭 해보세요. ‘나는 누구인가’ ‘나는 누구인가’를 계속 생각해보세요. 아무리 바쁜 세상이라지만 참된 공부를 위해 10분을 못 내겠어요? 하루의 번뇌망상, 잡생각을 잠자리까지 가지고 가선 안 됩니다. 처음엔 위력을 못 느끼지만 매일 10분이 쌓이면 일대사 큰 사건이 될 수 있습니다.”

    경북 봉화 축서사 경내를 걷고 있는 무여 스님. 스님은 사진 촬영 후에도 한 신도가 참선수행에 대해 질문하자 친절하게 방법을 설명했다. /신현종 기자
     

    -세상엔 갈등도 많고 화도 많습니다.

    “살다 보면 어렵고 괴롭고 미워하고 화내기도 합니다. 불안 공포에 떨기도 하고요. 그렇지만 마음공부를 하면 이런 망념들이 사라집니다. 화를 참는 것이 아니라 ‘화’라는 말 자체가 내 사전에서 사라집니다. 그런 정도가 되면 굳이 남 탓할 것도 없어지고 가나 오나 앉으나 서나 그 자리가 부처님 자리이고 정토(淨土)라는 것을 느낄 수밖에 없어요. 서울이면 서울, 부산이면 부산에서 가장 잘 사는 사람이 될 겁니다. 그런 사람이 많아져야 합니다. 또한 마음공부를 하면 만나는 모든 사람을 감사한 마음으로 대하게 됩니다. 가정에서는 아내와 남편에게 같이 살아주는 것만 해도 얼마나 감사한가 생각해 보세요. 내가 그렇게 대하면 상대도 달라져 나를 존경심으로 대하게 되지요. 마음공부를 통해 사람이 고급화돼야 합니다.”

     

    ☞무여 스님

    1940년 경북 김천 출생. 1966년 오대산 상원사에서 희섭 스님을 은사로 출가했다. 20여 년간 상원사, 동화사, 송광사, 해인사, 칠불사 등에서 참선 수행했으며 고(故) 고우·적명 스님 등과 함께 선승(禪僧)들의 구심점 역할을 했다. 1987년 작은 법당과 요사채만 있던 축서사 주지를 맡아 대가람으로 일구고 문수선원을 개원했다. 

     

    2025년 5월 2일 조선일보 김한수 종교전문기자

Designed by Ti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