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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6조 체코 원전 수주 확정… 세계 시장 공략 속도 낸다
    스크랩된 좋은글들 2025. 5. 2. 08:58
     
     

    K원전이 총사업비 약 26조원(4000억코루나) 규모 체코 신규 원전 사업 계약을 발판으로 세계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낸다. 원전 종주국 미국, 유럽의 맹주 프랑스를 제치고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지 10개월 만에 최종 계약서에 도장을 찍으면서 다시 한번 K원전의 경쟁력을 입증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국수력원자력이 1000㎿(메가와트)급 원전 2기를 새로 짓게 될 체코 두코바니 원전 단지의 모습. 체코는 현재 이곳에서 510㎿급 원전 4기를 가동하고 있다. 한수원은 체코 측과 오는 7일 최종 계약을 맺고 2029년부터 공사에 착수할 계획이다. /한국수력원자력
     

    이번 수주는 2009년 아랍에미리트(UAE) 바라카 원전을 수주하며 K원전이 세계 원전 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출한 지 16년 만이다. 미국과 원전 분야 협력을 확대하는 가운데 유럽 신규 원전 시장에 본격 진출하면서 세계 원전 시장에서 K원전의 영향력을 확대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체코 정부는 지난달 30일 내각 회의 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두코바니 5·6호기 신규 원전 건설 예산을 승인했으며, 오는 7일 한국수력원자력과 최종 계약을 맺는다고 밝혔다. 페트르 피알라 체코 총리는 이날 “한국수력원자력과 5월 7일 계약을 체결할 것”이라며 “이 프로젝트로 에너지 가격을 낮춰, 체코 산업이 장기적인 경쟁력을 확보할 것”이라고 말했다. 작년 7월 한국수력원자력이 체코 신규 원전 건설 사업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지 10개월 만이다. 앞서 삼파전을 벌였던 미국 웨스팅하우스와 프랑스 프랑스전력공사(EDF)가 잇따라 문제를 제기하며, 일각에서는 계약이 크게 연기되거나 최악의 경우 무산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기도 했다. 하지만 발주처인 EDU Ⅱ와 한수원은 계획했던 3월 말에 거의 맞춰 계약을 마무리하게 됐다.

     

    ◇총사업비 26조원 규모

    체코 신규 원전 건설 사업은 체코 중부 두코바니 지역에 1000㎿(메가와트)급 두코바니 5·6호기를 건설하는 프로젝트다. 510㎿급 두코바니 1~4호기와 1080㎿급 테믈린 1·2호기 원전을 운용 중인 체코 정부가 급격하게 늘어나는 전력 수요를 충족시키려고 추진해 왔다.

    그래픽=김성규
     

    우리나라를 비롯해 미국, 러시아, 프랑스, 중국 등 5국이 각축을 벌였던 사업은 2022년 2월 발발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여파로 러시아·중국이 배제되면서 그해 11월 최초 입찰에서 한국·미국·프랑스 삼파전으로 압축됐다. 세계 최초로 상업용 원자로를 만든 ‘원조(元祖)’ 웨스팅하우스, 유럽이 안방인 EDF와 쉽지 않은 경쟁을 펼쳤지만, 결국 마지막에 웃은 곳은 한수원이었다. 칼 같은 납기와 가성비를 뜻하는 ‘온 타임 온 버짓(On time On budget)’ 능력과 ‘고객 맞춤형’ 설계에 더해 현지 밀착형 활동으로 주민들의 마음마저 사로잡은 한수원을 두고 피알라 총리는 “모든 기준에서 한국이 제시한 조건이 우수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후, 계약까지 이어지는 과정에도 고비는 많았다. 작년 1월 자격 미달로 탈락했던 웨스팅하우스는 한수원이 자사의 원천 기술을 썼다며 지식재산권을 문제 삼았고, ‘유럽에 짓는 원전은 유럽 회사가 지어야 한다’고 홍보하다 고배를 마신 EDF는 절차적 문제를 제기하며 체코 반독점 당국에 이의 신청을 했다. 이 같은 해외 경쟁사들의 ‘발목 잡기’에 일각에서는 ‘계약까지 못 가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커졌다. 하지만 웨스팅하우스는 올 1월 한수원과 지식재산권 분쟁 중단에 합의해 진정을 취하했고, 체코 반독점 당국이 지난달 24일 EDF의 이의 제기도 최종 기각하며 걸림돌은 사라졌다.

     

    총사업비 26조원, 2029년 착공, 2037년 완공으로 이어지는 대규모 프로젝트가 과거 탈원전 시기 고사(枯死) 상태까지 갔던 원전 생태계에 큰 힘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한수원은 이번 최종 계약 체결 이후 한전기술, 대우건설, 두산에너빌리티 등과 설계, 시공, 기자재 조달 등과 관련한 후속 계약을 맺을 예정이다. 정용훈 KAIST 교수는 “국내 원전 공급망 업체들의 수혜가 기대된다”며 “체코는 제값을 주고 제때 전력을 공급하는 게 중요하다고 판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두코바니 5·6호기가 성공적으로 진행되면 추가로 테믈린 3·4호기 계약으로 이어질 것이란 기대도 커진다.

     

    ◇덤핑 논란 벗어나

    체코 정부는 이날 계약 일자 확정과 함께 발주처인 EDU Ⅱ의 지분 80%를 사들인다고 밝혔다. 두코바니 신규 원전 사업을 총괄하는 EDU Ⅱ를 국영화함으로써 정부가 프로젝트를 총괄하고,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 승인 절차에도 속도를 내게 됐다. 상장사인 체코전력공사의 자회사로 있을 때와 달리 국영 기업일 땐 정부의 자금 지원이 원활해진다. 즈비네크 스탄유라 체코 재무 장관은 이날 “신규 원전 건설은 계약 체결부터 발전소 가동까지 정부 대출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두코바니 6호기에 우리 금융기관이 저금리로 자금을 지원하는 방식으로 ‘덤핑’ 수출을 하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나오기도 했는데, 이번 발표로 그 같은 논란에서 벗어나게 됐다.

     

    정동욱 중앙대 교수는 “EDU Ⅱ 지분 인수는 체코 정부가 자금 등의 문제에 흔들리지 않게 사업을 안정적으로 끌고 가겠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2025년 5월 2일 조선일보  조재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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