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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복절 앞두고… 84년 만에 이름 되찾은 '골프계 손기정'스크랩된 좋은글들 2025. 8. 17. 14:31
'한국 1호 프로 골퍼' 故 연덕춘
한국 최초의 프로 골퍼 연덕춘 전 한국프로골프협회 고문이 1941년 일본오픈에서 우승한 후 트로피를 들고 서 있다. 그는 한국인 최초로 일본 프로 자격을 땄고, 일본오픈 우승도 해냈다. 한국인 최초의 국제 골프 대회 우승이었다. /KPGA
한국 최초의 프로 골퍼가 84년 만에 제 이름을 되찾았다. 지난 2004년 작고한 연덕춘(延徳春) 전 한국프로골프협회(KPGA) 고문은 일제강점기인 1941년 제14회 일본오픈골프선수권에서 한국인 최초로 우승했다. 하지만 공식 기록으로 남아 있는 이 대회 우승자는 일본인 노부하라 도쿠하루(延原徳春)였다. 한국프로골프협회와 대한골프협회(KGA)는 작년 말 일본골프협회(JGA)에 “우승자 이름과 국적을 수정해 달라”고 요청했고, JGA가 이를 받아들였다. 광복 80주년을 사흘 앞두고 84년 전 일본오픈 골프 챔피언은 한국인 연덕춘으로 공식 정정됐다.
KPGA는 12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연덕춘 전 고문의 일본오픈 기록 정정 기념식을 열었다. 행사에 참석한 야마나카 히로시 JGA 최고운영책임자(COO)는 “연덕춘은 정치적 배경 때문에 당시 일본 이름으로 대회에 참가한 것”이라며 “모든 공식 기록에 국적은 한국, 이름은 연덕춘으로 표기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김원섭(오른쪽) KPGA 회장과 야마나카 히로시 JGA 최고운영책임자가 12일 연덕춘 전 고문의 일본오픈 기록 정정 기념식에서 악수하고 있다. 트로피는 이번에 복원했다. /KPGA
1936년 베를린 올림픽 마라톤 금메달리스트 손기정(1912~2002) 선생처럼 일제 치하에서 강제로 일본 국적과 일본식 이름을 사용했던 연 전 고문의 과거가 바로잡힌 것이다. 김원섭 KPGA 회장은 “연 전 고문은 한국 골프의 뿌리”라며 “기록 정정은 선수 개인을 떠나 한국 골프의 정통성을 각인하는 역사적인 성과”라고 했다.
연 전 고문은 1916년 경기도 고양에서 태어났다. 열네 살 때 경성골프장(현 서울 광진구 어린이대공원 일대)에서 캐디를 하던 친척을 보조하면서 처음 골프를 접했다. 막대기와 헌 공을 갖고 놀다가 일본인 프로 골퍼가 준 낡은 클럽 1개로 연습을 시작했다. 그는 1년 만에 70대 타수를 칠 정도로 기량이 급성장했다고 한다.
경성골프장이 주목하는 유망주가 된 연 전 고문은 당시 ‘제1호 조선인 프로 후보’로 뽑혀 열여덟 살 때 일본에서 골프 유학을 했다. 1935년 2월 한국인 최초로 일본에서 프로 자격증을 땄다.
그는 1941년 일본 최고 권위의 일본오픈에서 4라운드 합계 290타로 우승했다. 일본 선수 외에 대만, 중국 출신 선수들도 출전했는데 모두 이겼다. 한국인 최초의 국제 골프 대회 우승이었다. 그가 트로피를 들고 귀국했을 때 환영 인파가 경성 시내를 가득 채웠다. 연 전 고문이 1930년대 사용했던 영국 ‘잭 화이트’사(社)의 아이언, 퍼터, 드라이버 등은 국가문화유산으로 등록돼 독립기념관에 보관 중이다.
광복 후엔 한국 골프의 선구자 역할을 톡톡히 했다. 6·25전쟁으로 국내엔 멀쩡한 골프장이 없어 해외 대회에 주로 출전했다. 1956년 필리핀 극동오픈 6위, 영국 골프월드컵 24위를 했다. 1958년 한국 최초 프로 골프 대회 KPGA 선수권 초대 우승을 차지했고, 1963년엔 직접 KPGA의 모태인 ‘프로골프회’를 창립했다. 5년 뒤엔 KPGA 출범을 주도해 2대 회장, 고문 등을 지냈다. KPGA는 그의 업적을 기리기 위해 1980년부터 최저 타수상을 ‘덕춘상’으로 부르고 있다.
KPGA는 이날 연 전 고문이 1941년 일본 오픈 우승 후 국내에 들고 왔던 트로피를 복원해 전시하는 행사도 가졌다. 원래 트로피는 6·25전쟁 통에 사라진 것으로 알려졌다.
2025년 8월 13일 조선일보 이태동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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