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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인적 근로 청와대만 필요한가스크랩된 좋은글들 2026. 2. 21. 05:44이재명 대통령이 20일 대전 유성구 한국과학기술원(KAIST)에서 열린 학위수여식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 /뉴스1

이재명 대통령이 20일 청와대 직원들의 과중한 초과 근무와 관련해 “초인적 과로에 노출된 청와대 비서진에는 참으로 미안한 일이지만, 현재 대한민국은 전쟁터와 같은 상황이라 어쩔 수가 없다”고 말했다. 그는 “국가 공직자의 한 시간은 5200만 시간의 가치가 있다”고도 했다.
이 대통령의 ‘워커홀릭’ 발언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취임 초부터 “하루가 24시간이 아니라 30시간이 되면 어떨까” “공직자는 24시간 일하는 것”이라며 공직의 헌신과 사명감을 강조해왔다. 경제·외교·안보 복합 위기가 겹친 상황에서 공직자의 책임과 긴장감을 점검하는 취지는 이해할 수 있다. ‘전쟁터’라는 비유도 과장만은 아닐 것이다. 공직자의 1시간이 5200만 국민의 5200만 시간으로 치환되는 논리도 납득이 간다.
다만 대통령이 강조한 일하는 시간의 ‘밀도’와 ‘양’이 공직 사회에서만 절실한 문제일까. AI·반도체·배터리·바이오 등 첨단 산업은 언제나 초격차 경쟁이다. 한 세대 기술에서 밀리면 수년간 따라잡지 못하고, 한 번의 판단 착오가 천문학적 손실은 물론 기업의 명운까지 좌우하는 더 냉혹한 전쟁터다. 혁신의 대명사에서 시대 흐름을 따라가지 못해 추락한 모토로라·노키아·야후·소니가 그러했다.
최근 차세대 고대역폭 메모리 HBM4를 둘러싸고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마이크론의 주도권 3파전이 치열하다. 이런 국면에서 반도체 연구원의 1시간은 어떤 의미일까. 차세대 공정 개발에 기여하는 1시간은 수십억 달러 수출, 수만 개 일자리, 더 나아가 국가 경쟁력의 미래와 직결될 수 있다. 산업계에서 주 52시간 근무제의 경직된 적용을 완화해 달라는 요구가 끊이지 않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총근로시간이 늘어날 수 있다는 노동계의 우려를 감안해 대형 프로젝트 막바지나 수율 안정화처럼 집중 투입이 불가피한 경우에 한해 선택권을 달라는 것이다.
물론 공무원이든 연구원이든 과로를 미화해서는 안 된다. 핵심은 선택이다. 규제가 일률적으로 묶어두는 방식이 아니라, 당사자와 현장의 판단에 따라 합리적으로 조정할 수 있는 유연성의 문제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17일 소셜미디어에 태극기 이모티콘 16개와 함께 테슬라코리아의 ‘AI 칩 디자인 엔지니어’ 채용 공고를 올렸다. 주 100시간 가까이 일하는 ‘일 중독자’의 상징으로 불리는 머스크가 한국의 인재를 향해 손짓한 것이다. 글로벌 기업들은 이렇게 인재와 시간을 두고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다.
대한민국이 전쟁터라면, 그 전쟁은 청와대 안에서만 벌어지는 것이 아니다. 반도체 클린룸에서도, 무인 차량 자율 주행 연구소에서도, 글로벌 협상 테이블에서도 동시에 벌어진다. 산업과 기업 이해도가 높은 대통령이라면 치열한 산업 현장의 현실도 함께 고민할 수 있지 않을까. 2026년 2월 21일 조선일보 이정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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