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개미'가 된 '개딸', 李 대통령은 감당할 수 있겠나스크랩된 좋은글들 2026. 5. 21. 20:52
코스피 상승에 개딸들도 대거 개미 돼 주식가치 훼손하는 노란봉투법·중대재해법 N% 성과급 파업 혐오 민주당 노선과 충돌
이재명 대통령이 18일 청와대에서 열린 ‘자본시장 안정과 정상화’ 간담회에서 주식 결제 주기 개선 필요성을 언급하고 있다./뉴스1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은 관료 출신이다. 대통령과 코드 맞추기에 특화된 직종이다. 그래서 반도체 기업 초과 이익을 공유하자는 ‘국민 배당’에 대한 그의 언급은 뜬금없지만 이재명 대통령과의 교감 없이 나오기 어려운 내용이다. 국민 배당금 발상은 대통령의 대표적 분배 정책인 ‘기본소득’과도 맥을 같이한다. 그러나 청와대는 이를 “개인 의견”이라며 선을 그었다. 초과 세수냐, 초과 이윤이냐 같은 논란을 떠나 주식에 투자한 사람들은 ‘국민 배당’이라는 말을 듣는 순간, 기업 이익 나눠먹기로 받아들였고 이 때문에 주가가 일시 폭락하는 일도 벌어졌다. ‘개미’라 불리는 소액주주들은 “내가 받을 배당금을 왜 남에게 무상으로 나눠주느냐”며 반발했다. 주식투자 이전에는 ‘기본 소득’을 찬성했던 이들조차 ‘국민 배당금’은 내 주식 가치를 훼손하는 반(反)시장 정책으로 받아들인 것이다.
예상 못 한 반도체 호황 덕분이라지만 코스피 7000은 이재명 정부의 업적으로 남을 일이다. 주식 계좌 수는 1억522만개로, 지난해 말 9829만개에서 693만개 증가했다. 증시 진입 대기자금인 투자자 예탁금은 88조원에서 137조원이 됐다. 주식 투자 인구는 2019년 말 619만명에서 작년 말 기준 1456만명으로 두 배 이상 증가했다. 소액 주주 100만명이 넘는 ‘국민주’ 기업에 삼성전자(420만명) 외에 하이닉스(118만명)와 두산에너빌리티(111만명)가 추가됐다. 전 국민의 ‘개미화’ 대열에 대통령 핵심 지지층인 ‘개딸’도 속속 합류하고 있다.
금액의 많고 적음을 떠나 기업 주식을 보유하는 순간, 주식 투자자들은 자신이 노동자든 자영업자든 일정하게 자본가 마인드를 갖게 된다. 내가 투자한 기업이 이익을 많이 내고 번창해야 내 주머니가 채워지기 때문에 당연한 이치다. ‘개미’가 된 ‘개딸’들 사정도 마찬가지다. 세습과 정경 유착 상징으로 비판했던 이재용, 최태원, 정의선 회장은 내 주식 가치를 높여주는 ‘재드래곤’ ‘토니’ ‘갓의선’으로 추앙한다. 재벌 총수들이 늦기 전에 주식 시장에 탑승하라는 신호를 보내는 밈(meme)이 돌아다닌다. 주식 호황이 만든 새로운 현상이다.
500만명에 육박하는 삼성전자 소액 주주에게 영업이익의 15% 성과급을 요구하는 노조는 내 주식 가치를 위협하는 혐오의 대상이 됐다. 하이닉스, 현대차, 카카오의 소액 주주가 된 개딸들에게 ‘영업이익의 N% 성과급’을 요구하는 귀족 노조는 더 이상 정치적 동반자가 될 수 없다.
‘개미’가 된 ‘개딸’들은 ‘노란봉투법’과 ‘중대재해처벌법’을 두고 심각한 고민에 빠지게 될 것이다. ‘노란봉투법’은 노조의 권한을 강화시켜 주지만 주주 입장에서 보면 불법 파업을 해도 기업이 손배 청구도 할 수 없게 만들어 주가를 끌어내리는 ‘하한가 조장법’에 다름 아니다. 한화오션 하청업체 노조원들의 점거 농성으로 장기간 조업이 중단되고 이 때문에 주가가 하락한다면 한화오션에 투자했던 개딸들이 누구보다 먼저 ‘노란봉투법’ 폐지를 요구할 것이다. 하이닉스 하청업체들이 성과급을 요구하며 파업에 들어가도 ‘노란봉투법’ 때문에 막아낼 방법이 없다. ‘중대재해처벌법’에 찬성했던 개딸들도 회사의 경영자가 이 법으로 구속돼 기업 가치 하락으로 이어진다면 생각을 다시 할 것이다. 개딸들이 개미가 되는 순간부터, 이념과 구호는 후순위로 밀리고 주식 계좌의 안전성이 최우선 가치가 된다.
부동산 대신 주식으로 재테크 하라는 이재명 대통령의 계시에 따라 수많은 개딸들이 개미가 됐다. 주식 호황으로 대통령 지지율이 상승한 만큼, 주가가 급락할 경우 지지율 하락이라는 부메랑이 되어 날아올 것이다. 이제 소액주주가 된 민주당 지지층들은 대통령과 정부가 이념의 수호자가 아니라 투자자들의 이익을 극대화해주는 ‘펀드매니저’ 이길 바랄지 모른다. 민주당이 노란봉투법과 중대재해처벌법 같은 반기업·친노조 노선을 유지하고 양대 노총을 정치적 우군으로 삼는다면 소액주주가 된 핵심 지지층의 이탈로 이어질 수 있다. 이를 예상하고 주식에 불을 질러 ‘개딸의 개미화’를 유도한 것인지 가늠하기는 어렵다. 맹목적 팬덤으로 무장했던 ‘개딸’과 달리 주식에 뛰어든 ‘개미’들은 자신의 경제적 이익 앞에선 냉정하게 계산기를 두드린다.
민주당 정부가 ‘긴급 조정권’으로 노조를 압박하고, 이 대통령이 “노동권 만큼 경영권이 존중돼야 한다”고 말했다. 보수정부가 이랬다면 노조 탄압으로 민주당이 먼저 공격할 사안이다. 노조와 자꾸 불편해지는 이 대통령과 민주당, 낯설지만 이 자체가 변화다. 시장과 자본에 눈을 뜬 지지층이 이 대통령을 변화시킬지, 이 대통령이 이들을 배반할지 지켜볼 일이다.
2026년 5월 20일 조선일보 정우사칼럼
'스크랩된 좋은글들' 카테고리의 다른 글
스마트폰 사용 하루 1시간 줄이면 뇌와 삶이 풍성해진다 (0) 2026.05.21 방위산업처럼 반도체도 파업권 없어야 (0) 2026.05.21 조훈현 대 이창호…AI와 손잡고 복식조 대국 (0) 2026.05.21 브레이크 없는 픽시 자전거, 한강공원에서 못 탄다 (0) 2026.05.19 "성공이 혁신 막는 저주 될 수도… 인사·평가·교육제도 다 바꿔야" (0) 2026.05.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