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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방위산업처럼 반도체도 파업권 없어야
    스크랩된 좋은글들 2026. 5. 21. 21:00

     

    헌법과 노조법은
    방위산업 파업 금지
    지금 시대 '방위' 개념
    軍事에 국한될 수 없어
    국민 삶과 미래 다 걸렸다면
    명백한 안보 위협
    반도체 파업권 제한해야

     
    지난 4월 23일 경기 평택시 고덕동 삼성전자 평택캠퍼스에서 열린 삼성전자 노동조합 공동투쟁본부 '4·23 투쟁 결의대회'에 모인 노조원들. /장련성 기자
     

    우리 헌법 33조 3항은 법률이 정하는 주요 방위산업체에 종사하는 근로자의 단체행동(파업)권은 이를 제한하거나 인정하지 아니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노동조합법 41조 2항은 주요 방위산업체에 종사하는 근로자 중 전력, 용수 및 주로 방산 물자를 생산하는 업무에 종사하는 자는 쟁의 행위를 할 수 없다고 구체화하고 있다. 이들도 노조를 결성하고 회사와 단체 교섭을 할 수는 있지만 파업은 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 헌법과 법률의 파업 제한 필요성은 국민 대부분이 동의할 것이다.

     

    지금 우리나라에서 방위산업체는 경남 창원 공단 부근에 밀집해 있다. 창원 공단에 있는 주요 방위산업체 몇 곳이 파업으로 멈춰 선 것과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 한 곳이 파업으로 마비되는 것 중 어느 쪽이 국가와 국민에게 더 직접적이고 심대한 타격이 되겠나. 이에 대한 답 역시 우리 국민 거의 모두가 같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지금 시대에 반도체는 단순 상업 제품이 아니다. AI라는 새 인류 문명을 만들어가는 필수불가결의 수단으로서 한국이 가진 핵심 전략 물자다. 이때의 ‘전략’은 경제·경영 차원을 넘어서 넓게는 지구 차원, 좁게는 동아시아 지정학 속에서 우리 국가 안보 전략까지를 아우르는 의미다.

     

    누가 KF-21 전투기, 현무 미사일, 장보고3 잠수함, 천무 다연장로켓포, K2 전차, K9 자주포 등 국산 무기체계들과 반도체 중 무엇이 더 국가 안보에 중요하냐고 묻는다면 서슴없이 그 모든 무기체계를 다 합친 것보다 반도체가 더 중요하다고 답할 것이다. 무기체계가 다 있어도 반도체를 만들지는 못하지만 반도체만 있으면 무기체계를 만들 돈과 기술이 다 있는 것과 같다. 무기체계는 앞으로 있을지 모를 전쟁에 대비하는 유비무환 차원의 문제라면 반도체는 지금 당장 국민과 후손의 삶이 걸린 문제다. 쉽게 말해 북한이 창원 공단에 미사일 공격을 한 것과 삼성, SK하이닉스 반도체 공장을 폭격한 것 중 어느 쪽이 국가적으로 더 큰 타격이겠나.

     

    이런 국가 전략 산업의 억대 연봉 노조원들이 돈 더 달라고 파업을 한다고 한다. 평균 한국인이 평생 모을 수 있을까 말까 한 거액을 1년에 받게 된 노조원들이 그것으로 부족하다면서 아예 이를 제도화하자고 한다. 안 들어주면 파업으로 반도체 산업을 망쳐버리겠다고 위협한다. 이것은 저임금 노조의 생존권 차원 투쟁이 아니라 철저한 이권 단체가 국민 경제를 볼모로 삼는 국가적 위협으로 봐야 한다. 지나친 얘기가 아니다. 삼성 반도체 공장이 점거되거나 멈췄을 때 상황을 생각해 봐야 한다. 이것이 안보 위협 차원의 사태가 아니라면 왜 친노동인 이재명 정부가 20여 년 만에 긴급조정권을 발동해 삼성전자 노조의 파업을 막으려 하겠나.

     

    삼성 노조의 파업 위협을 계기로 정부가 핵심 반도체 산업을 넓은 의미의 방위산업체로 규정할 수 있는지 검토했으면 한다. ‘방위’라는 것은 나라를 지킨다는 뜻이다. 군사만 나라를 지키는 것이 아니다. 삼성, 하이닉스 두 기업이 국가 수출의 37%, 주식시장 시가총액의 50%를 차지한다. 1분기 국가 성장률 1.7%는 두 회사를 빼면 0.8%로 반 토막 난다. 작년 국내 모든 기업이 낸 법인세가 84조원인데 올해 두 회사가 내는 법인세가 100조원을 넘을 전망이다. 삼성전자 하나의 협력업체가 2만개가 넘는다. 이런 산업이 나라를 ‘방위’하고 있다고 하면 틀린 말인가. 실제로 첨단 무기체계는 전부 반도체가 핵심 부품이기도 하다. 다음 개헌 때 헌법 33조 3항에 ‘주요 방위산업체’와 함께 ‘국민 경제에 사활적 영향을 미치는 핵심 산업체’ 개념도 포함했으면 한다.

     

    시대가 바뀌는 정도가 아니라 문명이 바뀌고 있다. 우리는 이 거대한 흐름에 올라탔다. 이병철이라는 반도체 선각자가 있었고 이건희라는 경영 혁명가가 있었다. 하지만 ‘운’도 좋았다. 지금의 반도체 대호황은 우리가 신기술을 개발한 덕이 아니다. AI 시대의 급격한 도래로 갑자기 반도체 수급에 병목 현상이 생긴 때문이다. 이 사실을 냉정하게 인정할 필요가 있다. 파업으로 싸울 때가 아니다. AI 시대에 살아남기 위해 연구소에서 중국·대만·미국 연구원들과 싸워야 한다.

     

    같은 뜻에서 파업에도 ‘화이트칼라 이그젬션(Exemption)’을 적용했으면 한다. 미국과 일본 등에서 고연봉자, 전문직 등에 대해선 근로 시간이나 야근 수당에 법적 제한을 두지 않는 제도다. 현재 미국·일본의 고연봉 기준은 1억원 내외라고 한다. 연봉 1억원이면 먹고살 걱정은 없는 사람들이다. 이들이 파업까지 한다는 것은 사회의 상식에 맞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삼성 반도체 생산직이 화이트칼라는 아니지만 올해 1인당 총연봉은 6억원이 넘을 것이라고 한다. 이런 사람들도 노조 활동을 할 수는 있겠지만 돈 더 달라고 파업까지 할 수 있어야 하나. 이것은 법이 보호해야 할 범위 밖의 문제라고 본다.

     

    2026년 5월 21일 조선일보 양상훈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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