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3 선거의 패배자들, 대통령·정청래·장동혁스크랩된 좋은글들 2026. 6. 6. 06:06
민주당 12골 넣고도 4골 내주고 패배 自認한 기묘한 선거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 보수 유권자가 걱정하던 버티기로 시한폭탄 터뜨려
민주당은 6·3 지방선거에서 12골을 넣고도 4골을 내줘 12대4로 졌다. 이치에 닿지 않는 이런 비(非)논리적 문장 하나가 한국 정치 현실을 압축해서 보여준다. 트럼프 못지않게 SNS에 말을 날리던 이재명 대통령이 선거가 끝나고 침묵 모드로 들어갔다.
정청래 대표는 “전국적으로 민주당에 큰 승리를 안겨주신 국민께 깊이 감사드린다”고 했다. 정 대표가 있는 그대로의 현실에 착륙(着陸)하는 데는 “다만 서울을 탈환하지 못해 아프다”는 목발의 도움이 필요했다. 대통령 파와 대표 파가 12골을 넣은 공(功)을 다투지 않고 4골, 실제로는 ‘서울 1골’을 내준 책임을 서로 상대에게 떠넘기는 걸 보니 이번 경기는 졌다고 자인(自認)하는 것 같다.
분위기로 봐 민주당이 진 건 알겠는데 어느 팀에 진 걸까. 민주당이 상대한 팀은 국민의힘이었다. 하지만 팀 주장 장동혁 대표에게 축하의 말을 건네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팀이 승리한 게 아니라는 이야기다. 장 대표는 “희망의 불씨를 지폈다”면서 “막중한 책임을 외면하지 않고 당원과 함께 새 길을 찾겠다”고 했다. 대표직을 내놓지 않고 버텨 보겠다는 것이다.
국민의힘을 버렸던 보수 전통 지지층과 위헌(違憲) 법률 제조 공장이 돼버린 국회와 산산조각 난 사법부의 잔해(殘骸) 앞에서 민주주의 붕괴 조짐을 읽은 무당파(無黨派) 중간층이 투표장에 나갈까 말까 몇 번을 망설이게 만든 시한폭탄이 터진 것이다.
6·3 지방선거를 한 문장으로 요약한다면 ‘민주당이 12골을 넣고도 오세훈·한동훈에게 한 골씩 내줘 사실상 패배했다’가 될 것이다. 여당이 승리하면 야당이 패배자가 되고 야당이 승리하면 여당이 패배자가 되는 게 선거의 상식이다. 그러나 이번 선거는 그런 선거가 아니었다.
패배자는 ‘대통령’ ‘민주당 대표’ ‘국민의힘 대표’ 3명이다. 대통령은 서울시장 후보와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 재기(再起) 여부로 전국의 눈길이 쏠린 부산 북갑(北甲) 국회의원 보궐선거 후보를 직접 뽑아 내보냈다. 둘 다 낙선했다. 민주당 대표는 “오빠라고 불러봐...”를 비롯한 여러 실언(失言)과 닳고 닳은 내란 청산 테이프를 돌려 유세장의 김을 뺐다.
지방선거 직후인 지난 4일, 이재명 대통령이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회의에 입장하고 있다. /뉴스1
대통령과 민주당은 서울시장 선거와 부산 북갑 보궐 선거에서 결정타를 맞았다. 한 곳은 국민의힘 후보가, 다른 한 곳은 무소속 후보가 승리했다. 오세훈 후보는 유세 기간 내내 장동혁 대표를 피해 다녔다. 오 후보는 1.15%포인트 표차(票差)로 승리했다. 만일 두 사람이 합동 유세를 벌였다면 어떻게 됐을까. 장 대표와 공동 유세를 벌인 박형준 부산시장 후보 낙선이 그 결과를 짐작할 수 있게 한다.
장 대표는 전임자(前任者) 한동훈 대표를 제명했다. 그걸로는 부족했던지 무소속이 된 한 후보가 지역구를 정하자 자객(刺客)을 내려보내듯 국민의힘 공천자를 내보냈다. 중앙당 응원팀은 국민의힘 후보 당선보다 무소속 한 후보 낙선에 더 열심인 듯했다. 장 대표는 그렇게 한 후보 승리를 자신의 패배로 만들었다.
정치적 지위와 정치적 입장이 제각각인 대통령·여당 대표·야당 대표가 패배자라는 이름으로 함께 묶이게 된 것은 ‘해야 할 일’ ‘하고 싶은 일’ ‘해서는 안 될 일’을 구분하는 눈이 흐렸기 때문이다. 아무리 ‘하고 싶은 일’이라 해도 대통령이 ‘조작 기소 특검법’을 만들어 특별검사에게 자신이 받은 재판과 앞으로 받을 재판에서 대통령의 죄를 지울 권한을 부여한 것은 ‘해서는 안 될 일’이었다. 높은 지지율이 오만을 키우고, 오만이 국민을 우습게 보게 만들었다.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저항하면 손해 볼 것”이라고 국민을 위협하는 것도 대통령으로서 ‘해서는 안 될 일’이다. 야당 대표 출신 대통령이 야당을 향해 “최악의 저질(低質)” “내 삶을 망치는 자들” “유치원 수준”이라고 퍼붓는 것은 자신의 과거를 향해 손가락질하는 것과 뭐가 다른가.
민주당 대표는 취임 이래 말과 행동 모두가 그의 정치적 욕심과 연관돼 해석돼 왔고, 그게 설득력이 있어 보였다. 야당을 내란 세력, 야당 지지자들을 내란 동조 세력으로 모는 습관 역시 집권당 대표가 ‘해서는 안 될 일’이었다.
국민의힘 대표는 어게인(again) 세력을 발판으로 등장해 그들을 추종하면서 제1 야당을 어게인 파의 둥지로 만들고, 이제 그들과 함께 절벽에서 뛰어내릴 참이다. 시대착오가 눈을 가리고, 욕심이 브레이크를 망가뜨린 탓이다.
그래도 대통령이 먼저 깨어난 게 다행이다. 대통령은 “지방선거에 담긴 뜻을 겸허히 받아들이겠다”고 했다. 그 말이 ‘해야 할 일’을 앞세우고, ‘하고 싶은 일’은 뒤로 미루며, ‘해서는 안 될 일’은 하지 않는 것이기를 기대한다.
2026년 6월 6일 조선일보 강천석 칼럼
'스크랩된 좋은글들' 카테고리의 다른 글
"안중근과 유묵 보존한 일본인 추모" 日고치현에 '동양평화 기념비' 세워 (0) 2026.06.08 선물 1위 회복한 스타벅스 (0) 2026.06.06 무능·부패 '가족 회사' 선관위, 수사받고 해체 수준 개혁을 (0) 2026.06.05 오세훈 13시간만의 대역전 (0) 2026.06.04 '대북 송금' 공소 취소, 누가 해도 범죄다 (1) 2026.06.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