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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단체 사람들은 '아니면 말고'식 주장해도… 정부는 결과에 책임져야"스크랩된 좋은글들 2019. 4. 1. 11:57
'환경 원리주의'와 싸워온 영산포 홍어 가게 주인 최창원씨의 주장…
환경단체 사람들은 '아니면 말고'식 주장해도… 정부는 결과에 책임져야"
전남 나주에 간 것은 철거 대상이 된 영산강의 '죽산보'를 보고 김창원(66) 영산강뱃길연구소장을 만나기 위해서였다.
역(驛)에서 마중 나온 김창원씨의 SUV에 올라탔다. 차 안에서 삭힌 홍어 냄새가 났다. 그는 영산포에서 생업으로 홍어 가게를 하고 있다고 했다.
"옛날에 금강의 강경포구처럼 전라도에서는 나주 영산포가 제일 큰 포구였다. 흑산도에서 잡힌 홍어가 영산포로 들어왔다. 하지만 1976년 목포에 건설된 영산강 하굿둑으로 뱃길이 끊겨 포구 기능을 잃고 말았다. 내가 1998년부터 '영산강 뱃길을 살려야 지역 경제가 살아난다'며 시민운동을 하면서 환경단체와 맞붙게 됐다."
―옛날 뱃길 복원에 앞장설 것 같은 환경단체가 왜 반대하나?
"화물선이 다닐 수 있는 뱃길이 되려면 강을 대대적으로 준설 정비해야 한다. 그러니까 반대한 것이다. 자연에는 손끝 하나 대면 안 된다는 '환경 원리주의'가 아닌가. 만물에 영혼이 깃들어 있다는 '정령(精靈) 신앙'을 믿는 것 같다."
―영산강 뱃길 복원은 구상에 그쳤나, 실제로 추진이 됐나?
"2005년 지자체의 우선 정책으로 채택했지만 예산이 문제였다. 2007년 이명박 후보가 '경부운하 계획'을 발표했을 때 그 캠프를 찾아가 '경부운하만 하지 말고 영산강 뱃길도 해달라'고 부탁했다. MB 캠프에서는 제안을 받아들이면서 '영산강만 끼워넣을 순 없고 금강도 해줘야겠다'고 했다. 이게 경부운하 계획이 '4대강 운하'로 확대된 계기가 된 거다."
―MB는 반대 여론에 부딪혀 결국 '4대강 운하' 포기 선언을 했는데.
"내 책임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MB 캠프를 안 찾아갔으면 경부운하 사업만은 예정대로 할 수 있었지 않았을까. 내가 괜히 끼어들어 '4대강 운하'로 커지면서 역풍이 불어 망쳤지 않았나 싶다."
―4대강 운하 계획이 무산되면서 영산강 뱃길 복원 사업도 함께 날아간 건가?
"영산강 뱃길 사업은 살아남았다. 이명박 정부에서 '호남에서 영산강 운하를 원하고 그 전부터 자체적으로 추진해왔다'는 점을 들어 예산 책정을 해줬다. 하지만 지자체장이 바뀌자 환경단체를 의식해 추진 계획이 흐지부지되고 말았다."
―운하(運河)가 아닌 4대강 사업을 추진하는데도 반대가 만만찮았다.
"4대강 사업은 느닷없는 치수(治水) 사업이 아니었다. 김대중 정권 시절인 2002년 태풍 루사를 맞았다. 강수량이 870mm나 됐다. 그다음 해는 태풍 매미가 닥쳤다. 김대중 정부에서 43조짜리 치수 사업을 세웠지만 이행하지 않았다. 노무현 정부인 2006년에도 태풍이 와 다음 해 87조 치수 사업이 국무회의를 통과했다. 하지만 예산 순위에 밀려 시행이 안 됐다. 4대강 사업은 꼭 필요했는데, 미루고 미뤄 이명박 정부에서 한 것이다. 이런 점이 제대로 국민에게 홍보되지 못했다."
-일각에서는 4대강 사업은 전 국토를 파헤치고 '토건족'만 배불려 줬다는 주장이 있는데?
"4대강 사업을 한 뒤로 강의 수량이 많이 확보됐다. 전국적으로 홍수 피해액이 10분의 1로 줄어들었다. 여기 영산포에서도 홍수와 가뭄 피해가 전혀 없었다. 환경단체 사람들은 현장에 와보지 않고 연구 자료도 믿지 않고 헛된 주장을 한다. 실상을 전혀 모른 채 자기 믿고 싶은 것만 떠든다. 거짓으로 드러나도 '아니면 말고' 식이다. 지금 와서는 4대강 보를 해체하겠다니 제정신인가 싶다."
―환경단체도 사회적으로 의미 있는 활동을 하는데, 너무 심한 비판 아닌가?
"인천공항을 지을 때 환경 문제를 내세워 그렇게 반대했다. 지금 와서는 제2 공항까지 만들어야 했다. 공사 계획 변경 등으로 세금 몇 조원을 날렸던 셈이다. 경부고속철 건설 때는 '천성산 도롱뇽'의 생태계를 내세웠다. 그 생태계에 아무런 문제 없다는 게 다 드러났다. 제주도 강정마을의 해군기지 건설 반대에도 자연 환경 파괴를 내세웠다."
―정책 결정 과정에서 반대자의 역할도 필요하지 않겠나?
"백번 양보해 환경단체 사람들은 그래도 된다. 하지만 정부는 그렇게 하면 안 된다. 결과에 책임을 져야 한다. 4대강 보를 해체하고는 나중에 어떤 책임을 질지 모르겠다. 현 정권에서는 환경부 장관이 환경단체 출신이다. 이 때문인지 환경부가 환경단체처럼 행동하고 있다."
―영산강의 '죽산보'도 철거 대상이 됐다. 지역에서는 찬성하는 주민들도 있지 않은가?
"내가 사는 영산포는 홍수와 가뭄이 빈발했다. 당하는 사람에게는 생존의 문제다. 이제는 홍수 나도 피난 안 가고 가물어도 관정을 파 물 끌어올리는 일은 안 하게 됐다. 겨우 먹고살 만해지니 보를 없애겠다고 한다. 재난을 안 겪은 주민들이 '우리는 홍수 피해가 없다''물이 부족하지 않다'며 보 해체에 찬성하는 것은 마치 '내 집에는 불 안 났다'며 119 소방차 진입을 막는 거나 마찬가지다."
―죽산보를 설치한 일차 목적은 용수(用水) 확보다. 하지만 환경단체에서는 "물 부족이 아닌데 보를 만들었다"고 주장한다.
"무식하기 짝이 없는 소리다. 4대강 중 영산강은 유일하게 상류에 다목적댐이 없어 상시 물 부족이다. 나주댐·장성댐·담양댐·광주댐은 소규모 농업 전용 댐으로 다 합쳐봐야 저수량이 3억t도 안 된다. 4대강 사업으로 보를 설치해 1억1000만t이 확보됐지만, 아직도 5억t이 부족하다."
―보의 설치로 유속(流速)이 느려져 수질이 나빠졌다고 주장한다. 모래톱이 형성되는 자연적인 하천 모습으로 돌아가야 한다는데?
"4대강 사업을 한 뒤로 영산포 수질은 5급수에서 3급수로 좋아졌다. 환경단체 사람들은 강 본류에 모래톱이 드러나는 것을 이상적인 전원 풍경으로 생각하는데 정말 무식한 소리다. 지류·지천에는 모래톱이 생겨도 되지만, 본류에는 늘 수량이 풍부해야 한다. 보를 없애 물이 쫙 빠져버리면 옛날의 썩은 강으로 돌아가는데, 이게 무슨 자연성 회복인가."
―홍어 가게를 하는 분이 이렇게 강에 대해 해박하고 통계 수치에도 밝나?
"영산강 뱃길 복원 활동을 하면서 국내외 논문과 학술서를 읽어왔다. 촌에 살면 시간이 많으니까, 하루 두 시간씩 공부해도 몇 년 지나면 틀에 박힌 전공 교수나 환경단체 사람들보다 훨씬 낫다."
알고보니 그는 광주일고 출신이었다. 고교 시절 '가나안농군학교'를 세운 김용기 장로의 농민운동에 심취해 전남대 농대로 진학했다. 그 뒤 가나안농군학교 직원으로 생활했다. 부친 별세 소식을 듣고는 귀향해 과수 농사를 짓다가 홍어 가게를 연 것은 20년 전이다.
―선생이 어렸을 때 영산포는 어떠했나?
"아주 어릴 적에는 수심이 3~4m 됐다. 그 뒤로 퇴적이 심해져 곳곳에 강바닥이 드러났다. 4대강 사업 전에는 평균 수심이 0.5~1m였을 것이다. 영산강뿐만 아니라 모든 강에 엄청난 퇴적토가 쌓여 있었다. 농사짓는 사람이 봄에 동네 도랑부터 치듯이 치수의 기본도 준설이다. 4대강 사업으로 단군 이래 처음 대대적인 준설 작업이 이뤄졌다."
―4대강 사업 뒤로 영산포의 수심은?
"4m로 깊어졌다. 이 때문에 홍어 가게가 밀집된 영산포 앞에 황포돛배 선착장이 생겼다. 지역 상권(商圈)이 좀 살아나는 듯했다. 그런데 현 정권이 작년 10월부터 보의 수문을 열어버렸다. 수질이 개선되면 보 해체의 명분을 삼기 위해서였다. 그러자 영산포의 수심이 1.5m로 다시 낮아졌다. 돛배가 떠다닐 수 없어 선착장을 죽산보 아래 쪽으로 옮겼다. 외진 곳이다. 죽산보 주변에는 수변공원과 캠핑장을 조성해 놓았지만 물을 빼버리니 사람 발길이 끊겼다."
나주역에서 차로 20분 거리인 죽산보에 도착했다. 수문이 개방돼 강물은 막힘없이 흘렀다. 이렇게 수문만 열어놓아도 보가 없는 상태와 똑같았다. 정권 차원의 다른 의도가 없다면 굳이 세금을 들여 보를 철거할 이유가 없었다.
"환경부와 다른 기관에서 발표한 자료를 보면, 죽산보 개방 후 수질이 더 나빠지고 녹조도 훨씬 더 많아진 걸로 나왔다. 강물이 채워져 있을 때가 훨씬 깨끗했다. 이웃인 광주의 승촌보는 개방 뒤 수질이 좋아졌다는 결과가 발표됐다. 수질 개선 목적이라면 승촌보부터 해체해야 한다. 하지만 오토캠핑장과 수변공원이 조성돼 있는 승촌보를 철거하겠다면 아마 광주 사람들이 가만있지 않을 것이다. 광주에서는 보를 못 건드리고, 나주는 주민수가 적어 만만해 이러는가."
―4대강 보가 이런 운명을 맞게 된 것은 지난 대선 당시 문재인 대통령이 수차례 "보 철거를 검토할 수 있다"고 공약했기 때문이다.
"문 대통령이 4대강 보를 직접 보고 현장 얘기를 들었으면 달라졌을 것이다. 박원순씨가 서울시장에 당선되자 한강에 설치된 보수 정권의 설치물인 신곡보와 잠실보를 없애겠다고 여러 번 말했다. 하지만 결국 못 했다. 두 개의 보 덕분에 한강 수위가 유지되고 있는 걸 알았기 때문이다. 박 시장은 보 철거를 취소한다고 공개적으로 말한 적 없다. 그는 가만히 꼬리 내렸다. 그런데 현 정권에서 보 해체를 덥석 물었다."
―호남 지역 정서로는 현 정권의 방침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내는 게 쉽지 않을 텐데.
"다른 지역에서는 '호남 사람들은 무조건 현 정권 편'이라고 하지만 요즘 틈새가 생기고 있다. 현직 시장이나 시의원들은 입을 꽉 다물고 있지만, 얼마 전 전직 나주시의원들이 모인 자리에서는 문 대통령 성토 일색이었다. 차마 입으로 옮길 수 없는 막말까지 나왔다. 탈원전, 실업률, 서민경제 파탄 등 나라가 왜 이렇게 가고 있는지 다들 알고는 있다. 나는 현 정권이 4대강 보를 철거해버렸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든다. 현 정권의 실체를 알려주는 국민 교육용으로 말이다. 국민이 정신 바짝 차리고 각성하지 않겠나."
그는 호남 지역에서 예외적인 사람일 것이다. 호남의 문 대통령 지지율은 유독 높다. 호남이 경고 메시지를 주지 않는 이상 현 정권은 이대로 계속 갈 것이다.
<2019년 4월 1일 조선일보에서 발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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