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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58년전 오늘이 없었어도 지금의 우리가 있을까?
    스크랩된 좋은글들 2019. 5. 16. 18:53


    58년전 오늘이 없었어도 지금의 우리가 있을까?

     

    5·16은 이승만 건국과 함께 오늘의 한국 출발한 날, 기적의 리더십 없었다면 지금 잘돼도 태국 정도일 것,  

    역사를 있는 대로 인정해야 미래로 나아갈 수 있다

     

    오늘로 5·16 군사혁명 58년이다. 이날은 이승만의 건국과 함께 오늘의 한국이 시작된 출발점이다. 박정희 매도가 유행이지만 엄연한 역사를 바꾸지는 못한다. 세계 최빈국이던 우리가 미국 대통령이 '가장 부자인 나라'로 지목하게 됐다. 그래도 젊은이들은 '한국의 기적 드라마'를 고리타분한 얘기로 여긴다. 1958년생 필자는 청년 시절 전체가 한국 고도 성장기였지만 그 기억은 희미해지고 있다. 가슴 뛰던 자리엔 풍요 속의 갈등과 불만만이 가득하다.

     

    최근 두 분이 보내준 글에서 잠시나마 기적의 역사를 다시 떠올려 보았다. 하나는 100 여 년 전 우리 모습을 기록한 독일 여행가의 글이었다. 그가 본 서울은 집 5만채 대부분이 쓰러져가는 초가 흙집이었다. '산업도 굴뚝도 유리창도 계단도 없는 도시. 극장 커피숍 찻집 공원 정원 이발소도 없는 도시. 집엔 가구도 없고 대소변을 집 앞 거리로 내다 버리는 도시. 모든 사람이 흰 옷을 입고 있는데 이보다 더 더러울 수 없고 인분 천지인 도시. 도시가 낙후된 태국, 버마, 캄보디아에도 높은 사원 하나는 있었지만 여긴 아예 없다. 남산서 본 서울은 땅바닥에 붙은 납작한 황토집들이 황무지 같은 광경을 이루고 나무조차 없다. 단 한 곳 오아시스 같은 곳이 있었지만 500년 왕조의 왕궁이란 말을 듣고 그 초라함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이 여행가가 '형언할 수 없이 슬프면서도 기묘한 광경'이라 했던 그 나라는 곧 망해 세계 지도에서 없어졌다. 전쟁으로 폐허까지 됐다. 독일 여행가가 경악했던 바로 그 원시와 야만의 장소에 지금 세계 최고 수준의 도시가 서 있다. 이 불가사의한 도약이 일어나던 때의 국민은 100년 전 흙집에 살며 대소변을 집 앞 길에 버리던 사람들의 아들딸과 손주다. 그대로였으면 지금 잘됐어도 태국 정도일 것이다.

     

    기적의 리더십이 흙집 국가였던 1875년부터 일제강점기이던 1936년까지 연이어 태동했다. 이승만 1875년, 구인회 1907년, 이병철 1910년, 정주영 1915년, 박정희 1917년, 최종현 1929년, 김우중이 1936년에 태어났다. 한 세기에 한 명 나올까 말까 한 인물들이 50~60년 동안에 한꺼번에 태어나 무에서 유를 창조했다. 이승만의 자유민주 건국과 농지개혁, 국민교육 제도 확립, 한미 동맹 쟁취의 바탕 위에서 박정희가 외자 도입, 수출 입국, 전자·중화학 육성, 농촌 혁명 전략을 밀어붙였다. 수천년 농업 노예(노비) 국가를 근대 공업 국가로 탈바꿈시키는 기치였다. 박정희는 독일 방문 때 우리 광부들에게 "나라가 못살아 이국 땅 지하 수천 미터에서 일하는 것을 보니 가슴에서 피눈물이 납니다. 우리는 못살아도 후손에게는 잘사는 나라를 물려줍시다. 나도 열심히…"라고 말하다 울음을 터뜨렸다. 광부들도 다 울었다. 그 현장 목격자 중엔 이 통곡 현장이 한국 기적의 시작이라고 생각하는 분이 여럿 있다.

     

    그 깃발 아래서 기업인들이 기적의 역사를 써나갔다. "기업이 국민들 생활용품을 제대로 만드는 것도 애국이고 전쟁을 이기는 데 도움이 된다."(구인회) "수원 반도체 공장은 43만평으로 한다. 일본 히타치가 40만평이다. 언젠가 일본을 능가해야 하지 않나. 왜? 내 말이 틀리나?"(이병철) "나는 땅에는 우리나라 자동차가, 바다엔 우리 배가 다니는 모습을 정말 보고 싶다."(정주영) "내 인생 80%는 인재 육성에 썼다. 인재는 석유 따위는 비교도 되지 않는 무한 국가 자원이다."(최종현) "당신들 미국인은 우리를 이길 수 없다. 당신들은 하루 8시간 일하지만 우리는 24시간 일한다."(김우중)

     

    다른 한 분은 문재인 대통령의 '수출 6000억달러 돌파' 언급을 듣고 편지를 보내 왔다. '저는 60학번으로 1960년대 후반부터 해외 세일즈에 평생을 바친 사람입니다. 우리나라 수출이 몇 억불에 불과했던 시절 1만불, 2만불짜리 오더를 주워서라도 공장을 돌려야 했습니다. 문 대통령이 어떻게 수출을 입에 올립니까. 한 일이 무엇입니까. 세일즈차 방문한 40여 년 전 베네수엘라 카라카스는 지상낙원 같았습니다. 지금은 지옥 아닙니까. 우리가 그 꼴이 되지 않을까 걱정할 뿐입니다.'

     

    이 심정은 이해하나 모두 동의할 수는 없다. 민주화는 산업화와 함께 한국 기적의 두 축이다. 문 대통령과 같은 분들의 기여도 결코 폄훼될 수 없다. 다만 서로를 인정하고 사실은 사실대로, 역사는 역사대로 평가해야 한다. 문 대통령은 지난 4월 "지난 100 년 한국은 기적을 이뤘다. 인구 5000만 소득 3만달러 이상의 일곱 번째 나라가 됐다"며 "일부에서 우리 역사를 그대로 보지 않고 대한민국의 성취를 폄훼하는 것은 자부심을 버리는 것이다. 긍정적 사고를 가질 때 미래로 나아갈 수 있다"고 했다. 한마디도 버릴 것이 없다. 그 실천으로 지금 벌어지고 있는 치졸한 박정희 욕보이기, 지우기부터 그만뒀으면 한다.


                           2019년 5월 16일 조선일보 양상훈 주필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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