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대강 논란, 이제 종지부를 찍자낙서장 2019. 6. 19. 07:40
4대강보 철거 여부, 지역의 뜻에 맡기자
역대 국책 사업 중에 4대강 사업처럼 논쟁이 오래가는 경우는 없는 것 같다. 완공된 지 7년이 지났고 지역 주민들로부터 호평을 받고 있음에도 지난 2월 환경부가 보 철거 계획을 밝히면서 다시 혼돈으로 빠졌다.
논란에 불을 지피는 주체는 환경 단체들이다. 이들은 사업 초기부터 4대강 사업을 하면 강이 죽는다고 주장해왔다. 2010년에는 종교계까지 이들 주장에 가세하면서 나라 전체가 시끄러운 적도 있었다.
당시 문화부 차관이었던 필자는 종교계 핵심 간부에게 자제를 부탁했다. "4대강 사업으로 생태계가 파괴될지는 과학의 영역이지 신의 영역이 아니지 않습니까? 종교계가 왜 이렇게 나서시나요?" 그분들의 대답은 오직 하나였다. "강에 생명이 죽는다는데 종교인들이 어떻게 보고만 있겠는가?" 이들은 강에 보를 설치하면 물의 흐름이 끊겨 물이 썩고 물고기가 죽는다고 철저히 믿고 있었다.
그리고 9년이 지났다. 이들의 우려대로라면 지금쯤은 강이 썩고 물속의 생물은 죽어있어야 마땅하다. 그런데 어떻게 되었는가? 2013년 말 총리실에 설치된 민관합동위원회에서 전문가들이 1년여 조사를 한 결과 생태계에 미친 영향이 거의 없어 장기간 관찰이 필요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네 차례에 걸쳐 이루어진 감사원 감사 역시 '강이 죽었다'는 증거를 발견하지 못했고, 환경부는 최근 조사 방법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을 받을 정도로 애타게 수질 검사를 해보았지만 지표상 결정적인 악화 조짐은 나오지 않았다.
사실 강이 죽었는지는 인위적인 지표보다 물속에 있는 물고기들이 가장 잘 안다. 완공 후 7년이 지난 지금 물고기 개체 수나 어종에 큰 변화가 없다면 문제가 없는 것이다. 물고기 다음으로는 강 유역 주민들이 가장 잘 알 텐데 이분들은 보 개방과 해체에 가장 반대하고 있다. 수문을 개방당한 세종보에서는 별도로 간이보를 만드는 촌극이 벌어졌고, 함안보에서는 수문 개방으로 피해를 본 농민들이 정부로부터 8억원의 배상금을 받았다. 이런 엇박자가 없다. 상주시장의 발언이 이들의 입장을 잘 대변한다. "가둔 물이 썩고 문제가 생긴다면 주민들이 먼저 수문을 열어 달라고 애원할 것이다."
사실 보는 치수의 기본이다. 외국의 강에도 보가 많다. 미국에는 200만개가 넘는 보와 댐이 있고 유럽은 다뉴브강에 59개, 템스강에 45개의 보가 있다. 한강에는 1980년대 2개의 보를 설치했는데 이후 물이 풍부해지면서 생태계가 더 좋아졌다.
4대강 반대론자들은 '녹조 라테'라는 감성 프레임으로 여론몰이를 하는데 이 역시 과학적이지 않다. 언젠가 한 진보 언론에서 북한강에 녹조가 발생하자 그 원인을 4대강 사업으로 돌렸다가 망신당한 적이 있다. 북한강에는 보가 없기 때문이다. 당시 보를 3개나 설치한 남한강에서는 녹조가 없었다. 녹조는 청정 지역인 그린란드에서도 생긴다.
강이 죽지 않으니까 최근에는 '재자연화' 주장을 하는데 이것 역시 무리이다. 구한말 오스트리아인 헤세 바르텍이 쓴 여행기 '조선 1894'를 보면 '조선의 강은 수량이 풍부하여 하구에서 50~80㎞까지 배들이 들락거렸으며 특히 낙동강은 선박들로 가득 차 있었다'고 했다. 이것이 4대강 자연의 모습이다.
100년 전 도산 안창호 선생은 "산과 물을 개조하지 않고 자연에 맡겨버리면 하루아침에 큰비에 산사태와 홍수가 나서 우리 강산은 황폐화되고 민족도 약해진다"면서 산에는 나무를 심고 강은 관리해야 한다고 역설하셨다. 지금 반대론자 논리라면 산도 자연화해야 한다. 식목일을 만들어 산에 나무를 심었던 행위도 잘못이고, 산불 예방을 위해 임도를 설치해서도 안 된다.
4대강을 논하면서 홍수나 가뭄 대비 측면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지난해 일본은 남서부 지역에 집중호우와 태풍으로 수백명이 죽고 주변이 쑥대밭이 되는 참사가 일어났다. 하지만 우리는 4대강 사업 이후 수재의연금이란 말이 사라졌다.
4대강 사업 논란은 우리 사회에 예기치 않은 부작용도 많이 남겼다. 사회적 갈등은 물론 공무원의 복지부동 같은 폐단도 상당하다. 대통령의 통 치 행위가 감사 대상이 된 것 역시 좋지 않은 선례이다. 이제는 마무리해야 한다.
보의 개방과 철거 여부를 지역의 뜻에 맡기면 어떨지 싶다. 4대강을 가장 잘 아는 사람은 팔당댐 물 펑펑 쓰는 서울 사람들이 아니라 강과 더불어 사는 지역 주민들이 아닐까? 자치단체장이나 지방의회에서 요구하면 그 지역의 보만 철거하고 끝내자. 더 이상의 논쟁은 국력 소모이다.
2019년 6월17일 조선일보 김대기 전청와대 정책실장
'낙서장' 카테고리의 다른 글
주님의 교회 창립 31주년 (0) 2019.06.23 오늘 그대는 무엇을 했는가? (0) 2019.06.20 나는 믿는다./로버트 폴컴 (0) 2019.06.19 한사람의 인생은 (0) 2019.06.17 장하다! 이강인 선수 (0) 2019.06.16